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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도서]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한승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출판사 이름 " 바틀비" 에 호기심이 생겨 신청해 본 미자모 서평책 「저도 소설은 어렵습니다만」. 출판사 이름 바틀비는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에서 따왔단다. 소설 주인공 바틀비(Bartleby)는 I would prefer not to(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으로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침묵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최소한의 소극적인 저항자이다.  '~해야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한 인물의 이름을 출판사 명으로 내건 소신이 뚜렷한 출판사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선택했다. 늘 고구마 100개 쯤 먹은 것 같은 기분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나에게 뭔가 시원한 탄산수 한 잔(나는 달지않은 뽀글이물을 좋아한다.) 건네줄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살펴보면 하얀색 바탕에 파란색 글씨와 그림으로 되어있는 책표지는 첫인상부터 요란하지 않고 참 심플하다. (책 뒤를 찾아보니 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다른 시리즈 책들도 모두 하얀색 바탕에 파란글씨와 그림이다.)

 이 책의 저자 한승혜님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 서평집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비평 칼럼집<다정한 무관심>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살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 대부분을 소설을 읽으며 익혀왔고, 살면서 혼란스럽거나 답을 잘 모르겠는 경우 역시 소설이 그 답안지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고 말한다. 소설을 읽는 행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상황과 처지와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간 소설을 읽으며 발견하고, 깨닫고, 느꼈던 과정에 대해 가감 없이 적은 이 책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궤적 자체라며 이 기록이 공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차례를 살펴보니 내가 읽은 소설은 딱 한편 <파친코>였다. 나머지는 모두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제목들이라 생경했지만 뭐 나는 워낙에 책을 많이 읽지 않는지라 사실 크게 놀라운 일도 아니여서 사실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이 책 읽어보고 마음가는 소설 있으면 한번 연계독서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첫번째로 작가가 소개한 소설은 <가해자들>. 소설책 제목과, 저자명, 출판사 그리고 출판년도와 함께 책속 한 단락이 소개된다. 프롤로그를 읽었음에도 아 이제 이 소설 줄거리와 함께 요약 설명이 나오겠지 하고 뒷장을 넘겼다. 그런데 갑자기 공동주택 층간소음 이야기가 나온다. 예상과 달리 자신의 인생경험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서사에 나는 살짝 당황한다. 소설을 핑계로 살면서 겪었던 작자 자신의 불편했던 속내를 아무런 포장없이 정말 가감없이 털어내는 느낌이었다. 사실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의 작가의 서사라기 보다는 나의 관점의 서사인 것만 같아 더 놀랐다. 
이건 내 얘기야 하면서 저자의 감정선에 휘둘리며 폭풍공감하며 읽었다. 

[quoted]
결국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세균과 어느 정도 조율해 나가며 우리의 신체를 유지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unquoted]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뫼비우스의 일상 <모래의 여자>이다. 

[quoted]
우리네 삶이라고 이 모래마을 주민의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고, 다시금 먹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하고, 다음 날 다시 먹기 위해 설거지를 하고, 출근하기 위해 잠을 자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살아 있는 이상은 여기서 벗어날 길이 없다. 모래를 퍼내는 게 싫다면 모래마을을 떠나면 되듯이 이러한 일상이 지겹다면 말 그대로 죽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모래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unquoted]

 관계에 의한 스트레스가 많은 늘 텐션이 있는 삶을 사는 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전형적인 현대인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 주는 시간은 급여의 의미일뿐 나는 늘 퇴근후의 삶을 꿈꾸고 새로운 관계와 문화를 꾼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부지런함이 나 자신을 노예 상태로 몰고가서는 안된다. 무리하게 일하는 사회는 노노! 이에 저항하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되 열심히 살지 않는 적절한 게으름이 필요하다. 

 층간소음, 불법카메라영상, 차별, 뫼비우스의 일상, 삶의 권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 절망과 불안에 익숙해지는 법, 까탈스럽고 예민한 나, 채워지지 않는 욕구, 도둑질, 인간의 나약함, 청소년 폭력, 클론, 트루먼쑈 등등 이 책 속의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처음에는 아 이건 내 얘기야 하며 폭풍공감 하였으나 출퇴근 짬짬이 독서로 이틀만에 모두 다 읽고 나서 내 기분은 뭐랄까 뭔가 불편했다. 작가가 살면서 만난 소설적 순간들에는 낭만이나 밝음은 없고, 불편함과 적나라할 정도의 불쾌감이 가감없이 보여져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살면서 이런 불편한 것들을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는데 그걸 굳이 드러내서 내 마음속에 분란을 일으키고 상기시키는 작가가 불편했고, 무엇보다 내 삶을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마음이 영 불편했다. 

살면서 참 많은 자질구레한 일들이 생기는데 사실 알면서도 몰랐던/모르고 싶던/회피하고 싶던 책속 이야기들은 불안이 크고, 대인 관계 민감도가 높은 나에게 배설의 쾌감과 함께 나의 삶에 대한 자각으로 다가왔다.  사실 작가가 풀어낸 이 모든 불편함과 고민들은 나한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런 소설들도 만들어지고 그 소설에 대해 논하는 이 책도 태어났을것이리라. 내가 미처 모르던 소설, 숨겨진 소설을 통해 내 안의 무엇이 소설 속 이야기에 공명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 까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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