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를 통틀어 유명한 역사가와 정치가, 사상가, 학자들이 어떻게 가정교육을 받았고,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어떻게 가정교육을 했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대부분의 교육이 가정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제일 우선해야 할 것은 역시 가정교육이라는 점, 따라서 자녀교육의 기본은 첫째도 가정교육이고 마지막도 가정교육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물론 아이에게 말로 가르칠 것이 아니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솔선수범할 것, 그리고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챕터 사이사이에 부록처럼 실려 있는 편지글들이었다.
당대 유명 인사들이 관직을 수행하느라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게, 혹은 멀리 유학을 가 있는 자녀에게 쓰는 다양한 편지에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된다거나 근검절약해야 한다,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소중한 금언들이 가득하다. 때로는 매섭게 질책하며 가르치면서도 타이르는 자애로움을 잃지 않았던 옛 사람들의 자식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나도 어릴 때 엄마에게서 받은 손편지가 유난히도 애틋했다. 별다른 내용은 없없지만 평소에 표현하지 못했던 진심을 읽게 되어 좋았던 것 같다. 어쨌든 써내려가는 시간 동안만큼은 오롯이 받을 사람만을 생각하면서 쓰게 되는 게 편지니까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 아이에게도 진솔한 마음을 편지로 자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교육학 책도 아니고, 육아지침서도 아니다. 무언가 대단한 자녀교육 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책을 읽으면 실망이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부모가 지켜야 할 원칙이나 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기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파고 들어보면 원론적 수준의 실천방법만 제시돼 있어 실제 생활에 바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교육‘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그렇지 전혀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서 이야기하듯 쉽게 풀어낼 수 있는데도, 조금 딱딱하게 서술해놓았다. 책을 읽다 보면 왠지 서당 훈장님이 앞에서 격식을 갖춰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책 속 일부 제언은 비록 옛 사람들의 말을 빌려 왔지만 현재의 육아서에 나와도 어울리는 조언들이다.
예를 들어 ▲자립심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마음에 품고 있는 의문의 크기만큼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도 자라난다는 점 ▲목표를 설정할 때 작은 목표와 큰 목표로 나눠서 자녀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하라는 점 ▲음악과 미술, 체육 등 예체능으로 인생의 섭리를 깨닫게 하라는 것, ▲흥미를 잃게 하는 조기교육은 경계해야 하지만 아이의 적성이 제때 발현될 수 있도록 적기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등의 지적은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 더 유효해 보이는 충고들이다.
특히 육체노동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알려줘야 한다는 얘기는 인상깊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에, 땀흘려 수고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지 않으면 인간다움도 상실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은들 삶에 투영되지 않을 것이고 결국 남의 이야기가 돼 버릴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