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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티타임 모임
2018년 04월 두번째.


사랑.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

“당신 뜻대로 하겠어요” 이런 마음이 들었던 적 있는가? 이런 경험이 없다면 불행히도 한 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고 고백해야 할 것이다. 사랑의 감정에 포로가 되는 순간 황소 고집도 자신의 뜻을 꺽고는 오히려 그것을 기쁨으로 여기게 된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은 카페라떼 인데도 상대방이 먹고 싶은 아메리카노를 함께 마실 때 오히려 더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 상대방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때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감정이 가진 신비한 힘 아닌가. 자신의 뜻보다 상대방의 뜻에 따라 사는데도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오직 사랑에 빠질 때만 가능해진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자신의 뜻이 좌절될 대 기쁨은커녕 깊은 슬픔과 좌절을 맛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뜻대로 사는 것이 주인의 삶이고, 타인의 뜻대로 사는 것이 노예의 삶이다. 어느 누가 노예의 상태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한마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평소의 소신이나 가치관, 심지어 종교마저 기꺼이 내던져 버린다. 이것만큼 우리가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증표가 또 있을까? 자발적인 노예 상태에 빠지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보다 위대한 감정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의지, 지성, 신념처럼 인간이 자랑스럽게 여기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들도 사랑 앞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예가 어떻게 자신의 의지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발적인 포기가 가능할까? 스피노자의 통찰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사랑(amor)이란 외부의 원인에 대한 생각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바로 이것이다. 사랑이란 무엇보다도 먼저 기쁨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기쁨의 감정은 “인간이 더욱 작은 완전성에서 더욱 큰 완전성으로 이행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 결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욱 충만해진다는 감정이 바로 기쁨이다. 기쁨이라는 감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사랑에는 외부 원인이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라는 감정은 특정한 외부 대상을 전제로 하는 기쁨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볼까. 누군가를 만나 과거보다 더 완전한 인간이 되었다는 기쁨을 느낄 때, 우리는 그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을 떠날 수도 없거니와 그가 떠나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다. 그가 떠나는 순간, 우리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제야 알겠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표어가 ‘당신 뜻대로’인 이유를 말이다. 상대방을 붙잡아 두기 위해 우리는 그가 원하는 것을 가급적 해 주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사람을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주는 사람이야말로 기쁨의 대상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은 헌신적인 것이라고 섣부른 오해는 하지 말자. 상대방의 뜻을 존중하는 것은 상대방을 내 곁에 머물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대방이 내 곁에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신 뜻대로’는 일종의 유혹, 내 곁에 있으면 당신은 나라는 사람을 노예로 두고 영원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치명적인 유혹인 셈이다. 어느 누가 이런 매력적인 유혹을 거부할 수 있을까.

- 강신주, 감정수업 중에서



이 글을 나누고 모임 멤버들이 골라와서 함께 한 그림책들.


서로 연결되는 그림책들. 
때론 조금씩 다르고, 때론 비슷한 생각으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모임시간이 꽤 길어졌다. 

사랑은 
무서운 것도 이겨내는 용기를 내게 하고,
해보지 않은 일들도 하게 하고,
잠시 다른 존재로도 되게 한다.

사랑은 
인간의 삶 전반을 관통하며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절대적 정의를 어찌 내릴 수 있을까. 어른들도 어려운 이 개념을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전하랴. 

자신의 삶의,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사전적 정의가 아닌 ‘용례’ 로 설명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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