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함께 읽고 있는 그림책 이론서 두번째 권은 『좋은 그림책의 기본』 / ( 권승희 지음, 미진사 ) 입니다. 그 부분 중 한 챕터를 정리해봅니다.
매력적인 그림책의 네번째 특징 - 그림
( 글 속에서 파란색으로 표현된 부분은 책 속의 내용을 발췌,
초록색은 책에 나오지 않은 다른 생각을 인용/정리해놓은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히 이야기의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시각화함으로써 그림책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한 권의 책으로 묶여 페이지를 넘김에 따라 이어지는 그림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전체적인 플롯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책의 그림은 한 장면보다는 앞뒤 화면과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시간성이 중요하며, 이 흐름을 작가가 어떻게 만들어내는가가 그림책 연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글과 그림이라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언어가 얼마나 조화롭게 어울리는가 하는 것이다. 글과 그림은 따로따로 존재하지만 독자에게는 둘이 합쳐진 그 무엇으로 보이기 때문에 두 요소가 균형 잡힌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각각 아무리 훌륭해도 그림책으로서는 성공이라 할 수 없다.좋은 그림책의 기본, p196
▷ 1. 화면의 연속성
2. 효과적인 시점,
3. 글과 그림의 시너지,
4. 그림의 풍부함
예시 : 『괴물들이 사는 나라』
책 속에서는 별다른 부제가 없는데요. 저는 괴물들의 사는 나라에 대한 분석에 이런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 프레임을 통한 환상의 구현방식
『괴물들이 사는 나라』 는 별다른 복잡한 구조 없이 단순하게 그림박스의 크기로만 흐름을 만들었지만, 이것이 판타지로의 이동을 표현하는 것과 딱 맞아떨어지자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집니다.
① 장난치는 맥스 / 작은 그림박스
③ 방에 갇혀 분노가 극에 달한 맥 스 / 그림박스가 더 커짐
① 장난치는 맥스 / 작은 그림박스
③ 방에 갇혀 분노가 극에 달한 맥 스 / 그림박스가 더 커짐
판타지로 이동하게 되면 그림 박스가 더 커지며 그림이 프레임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다가, 완전히 이동하게 되면 그림이 한쪽 페이지 전체를 채웁니다. 이는 맥스의 감정이 넘치며 분노의 감정이 판타지로 옮겨지고 있음을 드러내줍니다. 그림을 가두는 이 프레임은 점점 판타지가 진행되고 그림이 커짐에 따라 완전히 없어지게 되죠. 단지 프레임만 없어졌을 뿐인데, 독자는 이 공간을 무한히 커진 공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판타지 세계에서 또 공간 이동을 하는 맥스의 모습에서는 그림이 왼쪽 페이지까지 확장됩니다. 박스로 가둬진 그림과 지면 밖으로 확장되는 그림이 만드는 커다란 차이 떄문에 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바다가 등장하는 것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괴물나라에 도착하면 그림이 가로로 완전히 펼쳐져 새로운 공간이 표현됩니다.
이 새로운 공간에서도 판타지를 계속 고조시켜, 마침내 절정의 장면에 도달하게 합니다. 글 공간도 모두 없어지고, 온전히 판타지 공간만으로 가득한 화면이 주는 만족감이 있죠.
이후 맥스가 현실로 돌아가는 과정 역시 판타지 세계로 올 때의 길을 되짚어 차근차근 박스가 줄어들지만, 발산되지 못한 감정을 가두던 이전의 프레임은 없어집니다. ( 책을 펼쳐 직접 확인해보시기를요 )
그림박스, 즉 프레임으로 환상과 현실을 표현한 또 다른 책으로 바바라 리만의 『나의 빨강책』 이 떠오릅니다. 한 여자 아이가 길가의 눈 속에서 주운 빨강 책으로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는 과정을 통해 환상을 보여주는 책이죠.
도시의 전경이 나타난 속표지의 첫 장면과 두번째 장면은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넓게 보여주기 위해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눈이 내리는 도시에서 여자 아이가 걸어가는 그림에는 프레임이 존재하기 시작합니다. 첫 장면에서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로 현실 속에 환상이 이미 내재해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겠죠.
여자 아이가 길 가 눈더미 사이에 있는 빨강 책을 발견할 때까지 그림의 프레임은 존재합니다. 그러다가 여자 아이가 빨강 책을 안고 뛰어가는 장면에서 프레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빨강 책은 여자 아이가 환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열쇠이며 그림의 프레임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드러내는 역할이 됩니다.
그림의 프레임이 다시 존재하는 경우는 여자 아이가 교실에서 가방 사이로 삐죽 나온 빨강 색을 보는 장면, 빨강 책을 펼쳐서 지도를 보고 남자 아이를 발견하는 장면, 남자 아이가 모래사장에 서 빨강 책을 발견하고 도시를 보는 장면, 두 아이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이 보이는 장면 등입니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에 집중에서 그림책을 살펴보게 되면 흐름이 느껴지게 되죠. 다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자 아이가 풍선에 매달려서 도시의 하늘을 지나는 모습이 두 쪽 펼침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프레임이 있는 왼쪽 페이지와 없는 오른쪽 페이지가 비교됩니다.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이유는 현실과 환상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그림책의 기본』 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을 떠오르게도 하는 장면인데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만나는 이 장면은 정말 오묘하죠. 프레임으로 구분되어 있는 장면은 도시 여자 아이의 현실, 그리고 프레임 속 빨강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장면은 도시에 있던 여자 아이의 환상 세계이거든요. ( 뒤집어 말하면 해변에 있는 남자 아이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
길에 떨어진 빨강 책을 통해 해변에 있는 남자 아이와 풍선에 매달려 날아오고 있는 여자아이가 만나는 왼쪽의 장면은 그림의 프레임이 존재한다. 그러나 길 가에 펼쳐진 빨강 책의 일부분이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 있고 빨강 책으로 인하여 끊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레임이 사라지거나 어떤 사물에 의해 끊어지는 것은 현실과 환상 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에 있음을 구체으로 드러낸 것이다. 해변으로 풍선에 매달려서 오는 여자 아이와 해변에 있던 남자 아이가 만나는 오른쪽 페이지에는 프레임이 사라지고 그림이 가득 차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결합이 일어나고 중첩되기 때문이다.- 바바라 리만의 그림책에 나타난 환상 구현 방식 연구 / 김상한 / Journal of CheongRam Korean Language Education, 2014. 12. 31. Vol. 52, p.235~263
예시 :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 잘 짜인 화면전개 및 영화적 기법 적용( 줌인/줌아웃 )
작가는 화면을 둘로 나누어 왼쪽에는 텍스트와 소컷, 오른쪽에는 그림을 두는 형식을 내내 고정해서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화면전개는 이야기에 안정감을 주고 독자들이 쉽게 그 전개를 따라올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또한 그 형식이 깨지면 긴장감도 쉽게 만들어집니다. 이후 작가는 틀이 꺠지는 변형 뒤에 바로 다시 고정된 형식을 고수하여 안정감 있는 화면의 리듬을 확실하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기본구조
변형
배경이 없는 펼침그림으로 등장인물들의 신나는 모습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본구조
- 정면 클로우즈업 -> 약간 줌아웃
정면 클로우즈업을 통하여 신나는 감정이 더욱 잘 표현되는 듯 합니다.
기본구조
- 줌아웃 -> 약간 줌인
옆모습을 멀리 줌아웃하여 비가 오는 상황의 변화를 보여주고,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는 모습을 살짝 줌인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구조 변형
- 클로우즈업
시점의 효과가 가장 강력한 장면. 차를 밀어야 한다는 검피 아저씨의 말에 난처해진 등장인물들이 변명을 하는 이 장면은 소컷이 없어지고 화면이 완전히 클로우즈업되어 갈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정된 형식을 통한 전개는 이야기의 흐름을 독자에게 아주 쉽고 편안하게 보여준다. 안정감과 이에 대비되는 강약의 리듬이 있기에 이야기가 더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잘 짜인 화면 전개가 보여주는 힘이다.- 좋은 그림책의 기본, p203
그 외 전형적인 2박자 구조의 『곰 사냥을 떠나자』 는 한눈에 박자감이 뚜렷하게 보이도록 구성하여 리듬의 재미를 극대화한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복되는 텍스트로 즐거움을 주려면, 이러한 박자감이 선명해야 독자가 쉽게 놀이에 동참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면 흐름을 자세히 보면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흑백과 컬러의 페이지가 반복되고, 또한 클로우즈업 화면과 줌아웃 화면이 반복됩니다. 그러다가 그 반복이 깨지는 순간에 이야기의 절정에 다다르죠. ( 페이지 사진을 찍어두긴 했는데 패스하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니 말이죠. )
이번 네번째 장 [그림] 편에서는 1. 화면의 연속성, 2. 효과적인 시점, 3. 글과 그림의 시너지, 4. 그림의 풍부함 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림책 기법적인 측면에서 영화의 기법이 떠오르곤 합니다. 줌인/줌아웃, 롱테이크, 몽타주 등이요. 다음번 챕터 2.효과적인 시점에서 좀 더 이야기해볼 수 있는 부분인 듯 하여 아래 글만 옮겨보며 줄입니다.
오히려 그림책에서 그림의 고유한 특성은 ‘페이지 넘김’이라는 효과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림책의 장면 구성은 각각의 미술작품이라기보다는 장면과 장면을 쇼트(shot)와 쇼트로 연결하는 영화의 몽타주 기법과 유사하다. ‘조립’을 뜻하는 프랑스어답게 여기서 몽타주는 쇼트와 쇼트 사이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새로운 의미를 창출시키는 연결 기법이다. 그림책의 페이지 넘김 효과와 영화의 몽타주는 장면 전환을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로운 심리적 구성을 만들어 낸다는 측면에서 매우 비슷하다.특별한 표현의 예술성이나 정교성이 없어 보이고, 심지어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 한 장의 그림으로는 별 매력이 없어 보이는 장면도 그림책 안에서는 결코 사소하지 않은 중요 장면이 될 수 있다. 이는 하나의 작품 단독으로 예술성을 평가 받는 일반적인 미술작품을 볼 때와는 다르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1) 몽타주 이론 : 몽타주(montage)는 프랑스어로 ‘짜 맞추다’, ‘마무리하다’,‘결합하다’라는 뜻이 있는데, 1920년대에 영화에 있어서는 촬영된 필름의 단편을 편집하는 기술용어였다. 몽타주의 중요성을 최초로 강조한 사람은 러시아 이론가 레프 블라디미로비츠 쿨레쇼프(Lev Vladimirovich Kuleshov)다. 그의 제자 프세볼로트 푸도프킨(Vsevolod Pudovkin)은 영화예술의 핵심은 쇼트들의 병치(juxtaposition)와 조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 기술(Film Technique)』이라는 저서에서 “영화는 찍히는 것(shot)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built)이며, 마치 벽돌을 쌓듯이A+B=AB로 shot의 결합을 통해 제3의 상징적이고 감성적인 의미”를 창출한다고 했다. 에이젠슈테인은 미국에서 번역·출간한 『영화 형식(Film Form)』이란 저서에서 “촬영(shot) 그 자체는 단지 ‘몽타주의 한 조각’에 불과하고 이러한 조각들은 ‘충돌’과 ‘갈등’을 통해서 변형을 일으킨다.”라고 주장했다.2) 쇼트(shot): 촬영의 기본 단위로서 한 번에 촬영한 장면. 쇼트의 분류 체계는 프로듀서나 연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쇼트를 분류하는 기준은 피사체 크기와 숫자,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 카메라 움직임, 피사체를 포착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기구 등이 있다. 영화의 구성요소에서 쇼트(Shot)는 영화의 최소단위로, 카메라가 한 번 돌아가는 동안 찍힌 영상의 ‘내용’이다. 이 쇼트들이 모여 ‘무슨 무슨 장면’이라는 씬(Scene)을 이룬다. 씬(Scene)은 연극에서의 장(場)과 비슷한 개념이다. 씬(Scene)들이 모여 이야기인 시퀀스(Sequence)가 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시퀀스 여러 개가 모여 한 편의 영화가 된다.원글 출처- 신혜은 / 그림책 심리학, 그림책은 어떤 장르인가 / 열린어린이 2014년 05월호- 김혜진 / 몽타주로 말하기 / 학교도서관저널 2014년 09월호
아...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