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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지 않은 생각

[도서] 사소하지 않은 생각

김선희 저/백두리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중요하고도 어려운 이야기다. 아이와 죽음에 관한 그림책을 모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읽어주던 내가 더욱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 책 「사소하지 않은 생각」 는 죽음을 깊이 성찰하며 진정한 삶에 물음을 던졌던 여섯 명의 사상가들을 소환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저자는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을 사유하고 성찰할 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운을 떼면서 ‘우리가 살아갈 삶의 진실을 놓치지 않는 것’ 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청소년 대상의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다. 


 



사소하지 않은 생각

죽음에게 삶을 묻다

김선희 지음

(주)자음과 모음



1장에서 다루는, 죽음을 다룬 최초의 이야기로 등장하는 길가메시는 마침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은 뒤라 감회가 새로웠다. '죽음을 통과하는 참된 불멸의 길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죽음을 사유하는  「길가메시 서사시」가 던지는 중요한 물음이라고 풀이한다. 또한 길가메시가 새로운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은 엔키두와의 우정 때문이었으며, '우리 인생의 어떤 순간에 이런 모험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도 얻을 수도 없는 진리가 숨겨져 있다' 라고 말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2장과 3장의 에피쿠로스와 에픽테토스는 내게는 낯선 인물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두 사람은 한 사람은 에피쿠로스 학파를 창시한 쾌락주의자로, 한 사람은 스토아철학의 대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우리가 쾌락이 목적이라고 할 때, 이 말은 (…) 방탕한 자들의 쾌락이나 육체적 쾌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쾌락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다. (…) 이를 위해 공허한 추측들을 몰아내고, 멀쩡한 정신으로 사려 깊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p46) 이다. 여기서 마음의 혼란에서 생기는 공허한 추측으로 지적한 것은 대표적으로 신과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추측과 생각이었으며, 어떤 의미에서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죽음의 두려움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이어지는 4장과 5장의 부조리에 대한 비교는 개인적으로 더욱 흥미로웠다. 4장에서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 를 인용하며 부조리에 대해 설명하고, 죽음은 삶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명제를 풀어나간다.


부조리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부조리는 언제나 두 개의 대립항을 필요로 한다. 부조리는 한편으로 행복의 의미와 이유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열망, 다른 한편으로 세계의 무의미와 비합리적 침묵 사이의 대면에서 생겨난다. (…) 혹은 의미가 없는 세계와 의미를 찾는 인간 사이에서 부조리가 생겨난다. 


-p105



카뮈의 부조리는 사르트르의 부조리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카뮈와 사르트르, 두 사람 모두 의미의 원천이나 근거로서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두 사람 모두 인간의 부조리한 운명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부조리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카뮈는 부조리의 발견보다는 부조리의 추론, 즉 부조리로부터 귀결되는 결과에 더 관심을 두었다. (…) 한편 사르트르는 부조리를 발견하는 과정과 부조리의 경험에 초점을 둔다. 

- p131


카뮈가 타협 없이 부조리의 긴장 속에서 반항으로 버티어 내는 것을 강조했다면, 사르트르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삶의 의미를 창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카뮈가 인생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반항하는 의식으로 ) 그 삶을 남김없이 불사르며 열정적으로 살아내는 것을 강조했다면, 사르트르는 삶의 창조하는 자기 삶의 저자가 되라고 말한다. 

-p137




「사소하지 않은 생각」 의 4,5 장에서 언급된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 는 읽었으나 사르트르의 「구토」는 읽어보지 못했다. 저자의 설명을 듣다보면 언급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도 한다. 해당 작품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와닿을 것은 분명하다. 


6장에서는 톨스토이와의 만남을 이끈다. 톨스토이의 어떤 작품이 소환되었을지 궁금했는데, 「참회록」과 「이반일리치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 이런, 참회록도 못 읽은 작품이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은 독서토론을 해보며 개인적으로도 깊은 인상을 받았던 책이라 아이와 다시 한 번 읽어볼 기회를 엿보고 있던 터라 반갑기도 했다. 다만 「사소하지 않은 생각」 에서 길어올리는 사유와 성찰은 청소년 눈높이에 알맞게 정제되었다는 생각은 해보게 된다. 앞선 장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우정을 강조한 부분이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에서 사랑을 강조한 부분 같은 것들이랄까. 이 책이 속한 시리즈가 '청소년 인문' 이기 때문이리라. 


이반 일리치는 자신이 잘못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삶을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일’ 이란 무엇인지 성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은 사랑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된다. 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고 바라보고 소망하는 것, 자신의 이기적인 안락함에 앞서 한 번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애정을 기울이지 않았던 삶의 방식을 전환하여 바로 잡는 것, 그것이 그가 해야 할 ‘올바른 일’ 이었다. 어린 아들의 순수한 사랑에서 나오는 눈물이 그의 완고한 마음을 사랑으로 녹여주었고, 그 또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민을 가지고 가족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p175



각 장의 마지막에서는 [생각해 볼 문제] 코너를 통해 장의 핵심과 관련된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철학을 전공하고, 철학상담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저자의 질문은 각 장에서 전하고자 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만났던 사상가들과 철학자들은 죽음의 사유로부터 어떤 가치를 찾고자 했는가


그들은 자신의 이기적 욕망이나 세속적 가치에 사로잡혀 영혼이 오염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 외적인 가치들에 구속받지 않는 참자아와 자유의 길을 가는 것, 삶의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속이거나 타협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진실한 삶을 사는 것, 자기 삶을 창조하는 삶의 저자가 되는 것, 그리고 우정과 사랑으로 죽음을 통과하고 죽음을 이기는 부활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죽음에 직면하여 진실로부터 도피하지 않도록, 각자의 삶속에서 삶의 가치와 불멸의 의미를 찾으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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