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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아지는 책

[도서] 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저/최지원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cm> 시리즈 김은주 작가와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에서 콜라보 작업을 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워리 라인스. 성별, 인종, 나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심플한 라인과 채색으로 그려낸 통찰력있는 일러스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글과 그림을 엮은 그림책이자 그림 에세이  「기분 좋아지는 책」 을 독자 앞에 슬며시 내민다. 




기분 좋아지는 책

워리 라인스 지음 / 최지원 옮김

허밍버드



그림책을 펼치면 검정색 선으로 그려진 흰색 인물이 자신이 작가인 '워리 라인스' 라고 밝힌다. 그 옆에는 '희망이' 란 이름의 노랑색 인물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걱정이'란 이름의 파랑색 인물이 등장한다. 이 세 명이 작가가 '당신에게 바치는' 즉, 독자에게 바치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인터넷이 아닌 책으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이 책  「기분 좋아지는 책」 에 담겼다. 작가의 출간 프로젝트 기록인 셈이다. 늘 작가의 창의력을 마비시키는 근원이었다는 '불안'은 이번 출간 프로젝트에서도 덮쳐온다. 작가는 심리상담사의 조언대로 이 불안감을 형상화하여 의인화를 시켜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 속에 '걱정이' 가 태어났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워리 라인스는 걱정이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책을 구상하는 초반부터 걱정이는 온갖 걱정을 늘어놓는다. 기회에는 절망과 좌절이 뒤따른다느니, 네가 쓴 책을 읽고 할 사람이 존재하겠냐느니 딴지를 걸어댄다. 워리 라인스는 우선 [헌사 목록]부터 작성하기로 한다. '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 라는 녹색 테두리의 페이지들에는 용감한 걱정꾼에서부터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 나일지도 )에게도, 깜빡깜빡하는 사람( 또 나일지도? ) 들이 소환되어 있다. 단순한 라인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인물의 유머스러운 몸짓과  곁들여진 위트있는 단어들에 웃음이 터진다. 



 


걱정이와 계속 대결하는 워리 라인스. 걱정이는 작가의 [생각에 관한 그림] 원고를 살펴봐주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파란색 테두리의 페이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들이다. 인스타의 한 컷에 올라와있음직한 일러스트들이 한 페이지씩 펼쳐진다. 한 페이지마다 그려진 '생각에 관한 그림' 들에는 각자의 제목들 또한 붙어있다. '생각의 생태계'란 제목의 페이지는 의식적 사고와 무의식적 사고를 표현하고 있는데, 매우 공감이 되는 한 컷이라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번에는 빨강 테두리의 페이지에 [감정에 관한 그림] 이 이어진다. '일어나서, 옷을 입고, 스트레스 받고, 우울감에 빠진다' 란 문장의 페이지에서 헛웃음 한번 짓고, '좁아지는 시야' 란 제목의 페이지의 터널 속 장면에서 쓴웃음을 지어보게 되기도 한다. 내게도 이른바 '웃픈' 장면들로 다가오는 그림들이 여럿 있었다.


갈피를 못잡는 워리 라인스. ( 물론 걱정이가 갈피를 못잡는 것이겠지만 )에게 파랑 테두리 페이지의 [걱정에 관한 그림] 을 그린 노트가 열린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을, 생생히, 자각하고, 존재적 불안에 압도당하기' 라거나, 걱정에 관한 네 가지 선택지는 '싸운다'(빨강) 거나 '도망친다'(노랑) 거나 '얼어붙는다'(파랑) 거나 이 세가지 색을 모두 포함한 일러스트의 '지랄발광한다' 라는 생각.  걱정에 관한 그림을 보며 걱정이는 매우 좋아한다. 워리 라인스가 네가 좋아서 그린 게 아니라 어떻게든 널 없애고 싶어서 연구해본 거라는 말에 잠깐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이내 활기를 되찾는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걱정이 넌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까!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 


p135




작가가 걱정이와 나누는 대화를 듣다보면 어느새 100여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드디어 [공감에 관한 페이지] 는 걱정이에게도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그때 등장하는 커다란 검정 인영(人影). 그건 지구상에서 완전히 멸종된 종족인 줄 알았던 '독자'!!!! ( 나도 언제 멸종했었던가? ) "조심해야 해. 독자는 눈으로 이야기를 빨아들이는 희귀종이라고 들었어." 라고 서로 속삭이며 독자를 신경쓰던 그들은 슬쩍 [사랑에 관한 그림] , [희망에 관한 그림] 을 내민다. 그리고 첫 페이지 이후 실종된 희망이를 함께 찾아줄 수 있겠느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작가는 고백한다.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뒤흔드는 불안과 걱정에 대해 듣고, 독자들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조금은 쉬워졌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


혹시 저처럼 가끔씩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저 몇 페이지 뒤에 가있는 것 뿐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아. 이 한 문장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책의 제목이 완성된 순간이다. 독자로서의 내게 「기분이 좋아지는 책」 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생각과 감정, 걱정, 공감에 대한 삶의 모습을 위트있는 일러스트와 희망찬 나레이션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매료되버리게 되기도 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되어 작가와 차 한잔 앞에 두고 수다를 떨며 후련하게 감정을 털어낸 기분이다. 작가가 '당신을 위한 책(This book is for you)' 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이유를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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