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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초 인류

[도서] 8초 인류

리사 이오띠 저/이소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리 모두는 점점 덜 사회적이 되고 점점 더 주의가 산만해지며, 우리가 누구인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의 행동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 점점 더 신경쓰지 않는다. 기억도 없고 관심도 없고 고개를 들 능력도 없으며 더 이상 인내심도, 심지어 미소도 없는 우리는 어떻게 될까? (p21)



8초 인류

산만함의 시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8 secondi

리사 이오띠(Lisa Iotti)

미래의 창



픽션의 내러티브 형식을 통해 현실을 이야기하는 TV 장르인 다큐픽션 및 탐사보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리사 이오띠는 디지털 기기의 남용과 디지털 집착의 위협에 대하여 정신적인 측면과 신체적인 측면에 대하여 골고루 살피며, 자신의 호기심을 풀기 위한 여정을 이 책  「8초 인류」 에 담는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화를 내보이며 운을 떼고, 일화에서 건져낸 주제에 대하여 관련된 자료를 찾아 읽거나 전문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풀어낸다. 복잡한 이론제시나 실험결과를 통한 논증이 담긴 무거운(?) 전문서라기보다는 살짝 진중한(?) 칼럼을 읽는 느낌의 책이랄까.


개인적 일화에 대한 서술은 정경이나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덕분에 얼핏 에세이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저자는 로마의 한 카페에서 모든 이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의 횡포를 경험한다. 마주한 상대보다 페이스북 알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더 이상 결례로 인식되지 않는다거나, 아무 거리낌없이 삶을 전시하는 이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스마트폰은 어느 순간 삼가함의 미덕을 없앴고 그와 함께 수치심도 사라지게 만들었다.(p32) "



이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 연결에 대한 기사들과 책으로부터 면전에 있는 사람을 배제하거나 무시한 채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을 나타내는 새로운 표현을 발견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전화Phone 와 무시Snubbing 을 조합한 '퍼빙phubbing' 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퍼빙은 "사회적 배제의 한 형태"로, 퍼빙을 당할 때 "소속감, 자존감, 성취감 및 조절능력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위협"할 수 있다. 이 퍼빙의 영향이 궁금해져서 좀 더 찾아보니 이에 대한 많은 후속 연구들과 기사들이 검색되어 한참을 인터넷에 머무르게 되기도 했다. 


모바일 기기가 우리에게 단순한 디지털 장치를 넘어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고 삶을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때론 그 무언가는 플라시보 효과를 주는 가짜약이거나 잘 때 끌어안고 자는 애착인형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통해 우리의 뇌에서 활성화 되는 영역은 약물을 복용할 때와 동일하다. 이 영역은 중독에 관련된 영역이기도 하다. 게시물에 단순히 하트나 '엄지척'을 누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에 대한 저자의 사색은 어느새 거대한 신경과학 실험실 안으로 이동하고,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읽거나 관련된 전문가들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는 상호 작용을 좋아하고,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며, 우리를 사랑하는(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 사람들을 사랑한다. '좋아요' 를 눌러주는 사람에게는 '좋아요'로 보답한다. 그것이 서로 친구임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상호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 그리고 우정, 사랑, 즐거움의 놀라운 보물상자인 이 도파민 고리( 이것을 사로잡은 것이 모든 뉴로 마케팅의 꿈이다 )는 너무나 간단하게 버튼 하나로 활성화된다. '좋아요' 를 하나씩 받을 때마다 뇌는 그것을 사회적 보상으로 받아들여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우리가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부추긴다. 이 고리는 무한히 자가재생되며 반복된다. 


- 「8초인류」, 5장 '좋아요', p177



'쾌락의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동일한 자극을 주목하고 강화하는 일부 물질이 방출되며, 쾌락의 경험은 기억에 고정되어 특정 경험과 관련된 즐거움을 기억하고, 뇌는 그 경험이 반복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도파민을 방출한다' 라는 요약은 얼마 전 읽은 「도파민네이션」 이라는 책의 내용과 맞물리기도 했다.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p65)' 디지털 기기가 우리의 집중력을 어떻게 흐트러뜨렸는지 조목조목 짚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와 내 주변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만성적으로 산만한 사람들이 되어버렸음에도, 어느 순간부터 사회는 이를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 「8초인류」, 2장 '8초의 집중력',  p77




멀티태스킹에 강하다고 주장해왔던 나로서는, 멀티태스킹을 많이 할수록 중요하지 않은 것과 중요한 것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실험결과를 보며 힘이 빠졌다. 사소한 일에 맞게 머리를 단련시켰고 그 결과는 사고의 뒤죽박죽이 된 것이란다. 멀티태스킹은 집중력 상실과 외부 자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대신 도파민 중독을 만들어 뇌에 효과적으로 보상한다고!! ( 난 도파민 중독이었던가!!. )


저자가 인용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익스플레인, 뇌를 해설하다 The Mind, Explained > 도 찾아 보고 싶게 한다. 다큐 속에서 나온 사자를 만난 멧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스마트폰 알람으로 긴장하고 있는 우리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한다. 이어 저자는 철학자 한병철의 문장을 발췌하고, 보르헤스의 소설 「모든 걸 기억하는 푸네스」 를 통해 디지털 소화불량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욱 책에 몰입하게 한다. 



기술의 참회자(whistleblowers) 라는 단어와 그들과의 인터뷰 또한 흥미로웠다. 우리의 디지털 집착에 주요 책임이 있는 실리콘 밸리의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사람들, 즉 우리의 뇌를 빨아들이고 우리를 스마트폰에 달라붙어 있게 만들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바로 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플레이스테이션도 없는 '사원 같은 학교'(p162)에 보내고 있다는 아이러니 또한 생각거리를 남긴다. 


캐서린 프라이스는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에서 스마트폰은 '역기능적 관계에 있는 전형적인 파트너로, 나를 아프게 하는 동시에 나를 자신에게 돌아오도록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라고 했다. 저자는 이를 '약간의 쾌락이 깃들어 있는 자해' 라고 개인적인 해석을 덧붙인다. 저자는 '장기적인 보상을 선택하고 단기적인 보상을 포기하도록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라는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다시 삶의 통제권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보여주기 식이 된 과잉연결의 세상에서 나 자신의 균형과 정신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해보게도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해결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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