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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도서] 행성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고양이」, 「문명」 에 이은 고양이 시리즈 「행성」 시리즈를 읽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세계로 오랫만에 초대되어 즐겁다. 인간 이외의 존재를 통해 인간에 대해 이야기해왔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작품 속에 늘 등장해왔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또한 이야기의 중간마다 존재감을 뽐낸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은 어느새 확장판까지 나왔으며, ESRAE (Encyclopedie du Savoir Relatif et Absolu Etendue) 란 이름으로 「행성」 에서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웰즈 가문의 인물들 또한 등장한다. 이번에는 로망 웰즈 교수가 등장한다. 작가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새로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으려나.

 

 

 

 

행성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열린책들

 

 

전작 「문명」(Sa majeste des chats, 2019) 에서 프랑스 시뉴섬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고양이 바스테드와 그 일행들은 「행성」 에서 미국에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야기 초반의 등장인물(동물?) 들이 전작에서 이어지는 터라 자세한 소개 없이 곧바로 사건으로 진입하고, 몇몇 캐릭터들은 초반에 사망하기도 한다. 이 책으로 <고양이 시리즈>를 시작한 독자라면 살짝 허망하기도 할 듯. 

 

 

미국은 <프로메테우스> 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쥐의 간을 공격해 파괴하는 독감 바이러스를 개발했지만, 이내 쥐들은 바이러스에 대처할 방법을 찾았다. 결국 사람들은 고층 빌딩으로 몸을 피한 뒤 1층에서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를 모두 박아 지상과의 연결을 원천 차단한다. 그렇게 미국에서는 공중 생활을 하는 인간 공동체가 탄생하게 되었다. 힘겹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으나 배 위에서 쥐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던 바스테드 일행들은 맨하튼의 고층 빌딩에 사는 이들에게 구조된다. 이곳의 공중 세계는 집라인을 설치해 타워마다 자리 잡은 공동체 간에 교류가 가능하다. 도르래 장치에 매달린 의자를 타고 빌딩간을 이동해 다닌다. 그 외에 자율 비행이 가능한 드론을 활용한 수송 시스템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은 쥐다. 빌딩의 아래층에는 버섯도 재배하고 지붕에서는 소량이지만 과일과 채소농사도 짓는다.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해결하고 빗물을 물탱크에 받아서 쓰고 있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바스테드는 '무서운 번식 속도와 놀라운 진화 능력을 보여주는 한 동물 종의 침략을 받고 이곳에 쫓겨 와 있는 현실(p146)' 을 슬퍼한다. 

 

 

미국의 공동체는 유럽처럼 무종교인 대 종교인, 가난한 자들 대 부자들의 대결로 내전이 벌어진 게 아니라, 미국이라는 모자이크를 구성하는 다양한 공동체 간에 동시다발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들은 이것을 <부족 전쟁>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현재는 101인의 부족 대표단이 모여 회의에서 다수결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의장을 선출하며, 현재의 의장은 힐러리 클린턴. (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다. ) 바스테드가 나중에 힐러리 클린턴과 부딪히며 의견대립을 할 때, 그녀에 대해 쏟아놓는 평가는 신랄하다. 

 

 

이렇듯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실존 인물들을 교묘하게 이야기 속에 등장시킨다. 책 이야기를 종종 나누는 회사 동료 중에 찰스 부코스키를 언급하며 자신의 이루지 못한(?) 이상형이라며 농담을 하고는 했었는데, 당시 작가의 마초성(?)에 대하여 나름 치열하게 대화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스테드가 미국에 와서 만난 고양이의 이름이 부코스키라는 것을 읽으며 웃음을 터뜨린 이유다. 

 

 

주인공 바스테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여러 평가들을 읽다보면 조금씩 뜨끔하게 되는 부분들을 만난다. 어찌보면 제 3의 눈을 통해 지식을 쌓은 바스테드 자체가 동물에서 인간화된 것은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다. 

 

문득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인간들은 신이라는 것을 상상해 만들어 내고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인다. 인간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바람을 피운다고 상상하고 그 사람과 헤어진다. 훌쩍거리는 집사를 바라보고 있자니 커플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종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오랜 세월 영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 p124

 

 

 

미국 쥐들의 대장은 알카포네라는 이름의 쥐다. 유럽의 쥐보다 덩치가 큰 종이다. 이 쥐들은 고층 건물의 아래층을 이로 갉아 무너뜨리고 만다. 동화 <아기돼지 3형제>에서 가장 튼튼한 집은 벽돌집이었건만, 현실 속 벽돌집 같은 곳이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쥐들의 공격으로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불을 다룰 줄 알았던 전작 「문명」 의 빌런 티무르마저 미국에 도착하여 알카포네와 연합을 이루고야 만다. 

 

 

바스테드는 인간 부족들의 앞에 나서 자신이 이 상황을 해결할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대가로 103번째 부족의 대표자격을 달라고 주장한다. 고양이들을 새로운 부족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어찌보면 이 소설은 고양이 바스테드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과대망상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고양이라는 평을 받곤 하는 바스테드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조금씩 무리를 이끄는 리더로서 변화해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바스테드는 현재 인간의 역사를 통해 '독재'에 대한 흥미를 내비치는 중이다. 

 

 

내가 전투에 임하는 자세를 봐서 알겠지만 나는 <순한 고양이>가 아니에요. 효율을 추구하는 고양이죠. 나에 대한 판단은 후대가 내릴 거예요.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작은 위험도 감수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단이 요구되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진 사람들보다 착해 보이긴 하겠죠. (.. 중략)

 

최악의 독재자들은 대부분 천수를 누린 뒤 사랑하는 가족과 헌신적인 시종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생을 마감한 반면, 개혁가들은 제거되거나 처형되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나는 강한 지도자로 사람들 위에 군림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p239~241

 

 

이후 인간의 102개 부족( 이야기 중반에 기갑 여단 장병들이 102번째 부족으로 합류했다 ) 의 총회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계속 싸워대는 것을 보며 바스테드는 인간들은 오로지 자존심 때문에 상대를 반박한다라고 말하며, 남과 다른 점으로 자신을 정의하려고 하지 공통점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은 이렇게 <앞뒤가 막힌>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시각을 확장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2권에서의 바스테드의 변화가 더욱 궁금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서둘러 다음 권을 펼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몰랐던 지식들을 서술하고, 주인공들은 물론 함께 읽는 독자들도 그 지식들을 통해 변화하도록 이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 지식들과 관련된 사건과 모험 요소, 그리고 상상력들이 덧붙여지면서 흥미로운 서사들을 완성한다. 이번 권에서 나는 '오스카, 비스마르크의 고양이' 에 대한 토막 지식이 재미있었다. '언싱커블 캣 샘(Unsinkable Sam)' 혹은 불침묘 샘 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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