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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도서]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저/오노 가즈모토,다카다 아키 편/이진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COVID19 팬데믹을 통과하며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세계에서 철학자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는 일본 PHP연구소의 오노 가즈모토와 편집부가 '신실재론'을 내세우며 주목받는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Markus Gabriel 과 진행한 인터뷰를 편집한 형태로 엮은 책이다. 이전 슬라보예 지젝이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한 책을 읽은 기억도 떠올려보면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철학자의 생각을 마주해보는 시간.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베가북스

 

 

제1장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에서는 같은 종, 즉 호모 사피엔스인 각 세계의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직면하여 동일한, 특정한 반응을 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는 바이러스의 '표상'에 반응하고 있음을 먼저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팬데믹 이전과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여러 가지의 예로 설명하는데,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유럽에서 취해진 록다운 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근대 초기의 정치철학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연결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홉스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록다운 이론인데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의 표지는 국가에 의한 폭력과 경찰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페스트가 유행했던 상황을 그린 것으로, 의사들이 페스트 감염 예방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것이 칼 슈미트 등이 언급했던 국가의 비상사태를 가리키는 '예외적인 상태'인 것이다. 이 예외적인 상태에서는 정부, 즉 행정기관이 독재 체제로 통치한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말살하는 형태의 독재가 아닌 예외적인 상태에서 국가를 위협하는 문제가 국가의 결단을 좌우하는 독재 정치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놓여있는 상황이 이러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저자가 속한 독일에서는 '독재'라는 단어가 더욱 조심스러운 터라 그는 '유럽 국가들은 위생 독재의 모델을 도입했다'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인터뷰와 별개로 저자의 칼럼이 수록되어 있는데 앞선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 좀 더 부연 설명되어 있다. 1장의 경우 홉스의 사회계약설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의 중학 교과서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이었던 터라 더욱 관심 있게 읽었다. 

 

제2장 '국가와 국가의 연결' 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예외주의를 이야기하고, 미국과 독일에서 쏟아진 음모론에 대해서도 다루는 등 국제 문제를 화두로 삼아 엮는다. 음모론의 온상으로 넷플릭스의 픽션영화들을 지목하거나, 정치화되어버린 언론, 소셜 미디어의 폐해를 지적한다. 일본에서 요청된 인터뷰다 보니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독일, 그리고 EU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일본의 상황 또한 지적하면서 나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윤리적' 인 부분을 강조한다. 윤리적인 정치가로서 독일의 정치가 앙겔라 메르켈을 언급하기도 하고, 윤리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사회의 조건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눈다.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세계화의 신자유주의적 해석이 환경을 파괴하고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기에, 신자유주의 경제가 만들어낸 부보다도 그것이 파괴한 부가 더 컸다고 주장하며, 그렇기에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은 이제 끝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제4장 '새로운 경제활동의 연결' 의 윤리 자본주의 미래와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3장 '타인과의 연결' 에서는 SNS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 해석한다. 본인이 바라지 않는 자기를 강요하는 SNS는 사람을 바꿔버린다는 지적은 크게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다.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체성(Identity)을 강매해 큰돈을 벌고 있다(p174)' 라며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하고, 일본인, 독일인, 뉴요커의 커뮤니케이션을 비교하면서, 토론을 어려워하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힌트를 제안한다. 디지털 교류가 크게 보급되어 있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고립이 높아진 통계를 제시하면서, 앞으로의 공동체와 '고독'의 형태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것' 과 '고독'은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다양한 측면으로 '연결'과 변화에 이야기하던 저자는 마지막 제5장 '개인이 살아가는 본연의 자세' 에서 그가 '신실존주의(Neoexistentialism)'라 부르는 사고방식에 기반을 두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다시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생의 의미란', '신의 정체',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들이 글 사이에 놓인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일본 NHK 의 프로그램 '욕망의 자본주의 2019’, ‘욕망 시대의 철학 2020’ 등을 통해 일본에서 인지도가 더욱 높아진 철학자다. 

 

일본  NHK, 욕망 시대의 철학 2020

 

그가 『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5장에 걸쳐 이야기하는 '연결'에 관련된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 듯하다.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 '국가와 국가의 연결',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 이다. 이 세 가지에 관한 철학자로서의 견해를 마주하고, 그가 예견하는 윤리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다 보니 그의 다른 책들이 저절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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