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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이와 함께 한 달동안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읽고 대화를 나눠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중간중간 다른 책들도 읽겠지만 한 권은 함께 읽고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려구요. 꾸준히 해왔던 단편적인 책놀이에서 호흡이 긴 책놀이로 옮겨가는 거라고 할까요. 처음이라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하다보면 밤톨군과 저만의 방법이 자리잡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책으로 황선미 작가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을 골랐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본 터라 두꺼운 책에 대한 아이의 부담감도 덜어질 것 같았죠.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글/김환영 그림
사계절 | 2002년 04월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질문들을 확장해가다보니 녀석의 통통 튀는 대답들을 기억할 수가 없어서 녹음을 해보게 됩니다. 밤톨군의 대화가 (조금은) 진중해지는 효과도 있더만요. 


 : 잎싹이는 왜 '탈출' 하고 싶었던 걸까?

 : 아마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 아니면 알을 낳기 싫어서. 알을 자꾸 뺏기니까요. 마당을 보다가 자기도 제대로 된 알이 낳고 싶고, 낳은 알을 가지고 싶고..자식도 가지고 싶어서 아닐까요? 아, 바깥 세상도 궁금했겠다.

 : 잎싹이가 자유를 누리고 싶었구나. 양계장에 있으면 잎싹이는 왜 자유롭지 않다고 느꼈을까?

 : 양계장이 뭐예요?

 : 기르다 라는 뜻의 '양' 이라는 한자와 닭 '계' 자가 만났어. 어떤 뜻일까?



아이의 대답으로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단어의 뜻부터 정확히 하고 가게 됩니다.

예전에는 대충 문맥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던 녀석이 요즘들어 단어의 뜻을 계속 묻고 있습니다.

이 또한 성장의 과정일까요.


녀석은 양계장의 뜻을 듣더니 아~ 닭장. 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 여러 가지 필요한 설비를 갖추어 두고 닭을 먹여 기르는 곳이라고 뜻 풀이가 되어있네. 요즘의 양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혹시 알아? 여러가지 필요한 설비라는데 어떤 설비들이 있을까?


애니메이션을 이미 학교에서 봤던 터라 양계장의 모습들은 이미지화 되어있더라구요.

책 속의 삽화로도 나와있죠.



밤톨군 친구의 할아버님이 수의사 이신데 근교에서 닭들을 풀어키우십니다. 가끔 얻어먹는 달걀은 참 싱싱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밤톨군과 그 이야기도 해보며 대량사육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해보기도 했죠.


 : 좁고 불편하니 잎싹이가 불편했을 거 같아요.

 : 사람들도 좋고, 닭들도 편한 양계장은 어때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말 끝에 밤톨군은 한참동안...

닭들의 인권.. 아니 계권(?) 향상을 위한 양계장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책 속의 잎싹은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청둥오리도 만났구요.


 : 마당에는 어떤 식구들이 있었어? 그들은 마당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 다들 안전한 집으로 생각해요.

       수탉은 자기가 대장인 줄 알고 있고.. 어 그런데 왜 개가 대장이 아니지? 개가 더 센데.

 : 앞쪽을 다시 읽어봐. 마당의 개는 늙은 개였던거 같은데?

 : 아. 수탉에게 콧등을 쪼였다고 써있구나. 수탉이 쪼면 아파요?

 : 엄마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이전에 읽었던 그림책 <쌈닭> 생각나?

       부리가 날카로우니 세게 쪼면 아플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혹시 할아버지가 닭 기르는 그 친구에게 물어보자.

 : 옛날에 작은 동물원에서 새 모이 줄 때는 간지러웠는데..

 : 참, 사람의 경우에 사납고 남과 쉽게 다투는 사람을 '싸움닭' 같다 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거 알아?

 : 그래요? OO 는 자주 주변 애들한테 시비 거는데 OO도 싸움닭인가? 좋은 말이예요?

 : 음, 크게 좋은 의미로는 쓰이지 않아. 엄마도 그런 비유를 들으면 기분 나쁘더라구.


동화를 읽다가 다시 떠오르는 그림책도 읽고.... 일주일에 두서너번은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해봅니다.  


쌈닭

이춘희 글/강동훈 그림/임재해 감수
사파리 | 2011년 02월


아직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계속 질문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뽑아놓습니다. 늘 이 녀석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엄마도 새로운 궁금증이 생깁니다.


 : 닭장에서 마당으로 처음 나온 잎싹이가 느낀 감정들은 어떤 것들이 있어? 

 : 덤불 속에서 발견한 알을 보고, 자신의 알이 아닌데도 품게 된 잎싹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 읽지 않은 책도 읽은 곳 까지 독서록을 써와도 된다고 하신 밤톨군 담임선생님. 마음에 닿은 문장이라도 꼭 기록하라고 하셨다네요. 일주일에 두번 독서록을 써가야 하는데 이번에 읽고 있는 책으로 썼죠. ( 하아. 밤톨군의 글씨는 정말 암호해독 수준이예요. )



녀석은 글작가보다 그림작가가 좋았는지 그림작가만 써놓았군요. ( 그림책 보던 습관이려나요.. ) 밤톨군은 [알], [뼈], [애기오리] 세가지 단어를 우선 뽑아두었네요.


이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보았더니. 알에서 애기오리가 태어났는데 X레이 찍어보니까 멀쩡했어요. ( 응? 뼈라는 단어를 깜빡한게냐 )


아기오리도 아니고 애기오리란 말이 책에 나오던가? 갸우뚱.

게다가 기억에 남는 문장이 "방해하지마!" 라니......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아이의 하교시간만을 기다리게 되더군요. ( 그저 숙제를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었던 게냐... ) 


대화만 하다보니 살짝 지루해하는 밤톨군을 위해 만들기 활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책놀이도 준비해봅니다. 우선 검색부터 해보았습니다. 결과물부터 이미지를 우선 수집해보았죠. ( 이미지는 이미지 검색을 통해 동의없이 수집하였습니다. )



이 중에서 재료를 구하기 쉬웠던 것을 우선 고르다보니 계란판을 이용한 닭모양 달걀컵을 만들게 되었네요. 원래는 부활절 달걀을 담기 위한 용도라고 하는군요.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 http://www.redtedart.com/2013/03/15/kids-crafts-egg-carton-chicken-egg-cups/chicken-egg-cups-a-simple-upcycled-craft-idea/ )


참조한 사이트에서는 만드는 방법이 따로 없기에 이미지를 보여주고 밤톨군에게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계란판과 구글아이, 눈스티커, 색종이 등의 재료를 꺼내주었습니다. 물론 옆에서 저도 함께 만듭니다. 부리가 큰 것이 제가 만든 것. 작은 것이 밤톨군이 만든 것이랍니다. 밤톨군은 계란판을 뒤집어놓고 사진과 같은 부분이 어디인가 한참 고민하며 표시하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닭을 만드는 것은 순식간.



밤톨군의 경우에는 닭 볏을 그냥 붙였지만 저는 계란판에 구멍을 내어 꽂아주었습니다.  한쌍 남은 구글아이는 밤톨군이 가져가서 눈 스티커를 제가 사용하게 되었네요.



밤톨군은 제가 만든 닭은 오리같다며 놀립니다. 자신은 화려한 날개도 달아주겠다고 하구요. 정말 멋있네~~



사실 이 활동은 활동을 하면서 남겨둔 질문들을 마무리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지요.


 : 지난 번 독서록에서 떠오르는 낱말로 [뼈]를 뽑았었지? 왜 그 단어가 떠올랐어?

 : 잎싹이가 폐계가 되었을 때 다른 닭들에게 깔렸잖아. 그 때 뼈가 깨지는 듯 했다고 해요. 그 느낌이 떠올라서 으스스했어. 뼈가 부서지는 듯 하다니 끔찍하잖아.

 : 오옷. 폐계! 그게 무슨 뜻이야?

 : 음. 폐기시키는 닭? 버리는 닭? 그런 뜻인거 같아요.

 : 어려운 단어인데 잘 아네. (엄지 척)


p23. 어떻게든 수레에서 빠져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암탉이 포개져 있어서 뼈가 바스러지는 듯 했다.

 : 책에 이렇게 되어있었구나. 뼈가 바스러지는 느낌이라니. 아~ 그럼 아빠가 밤톨군이랑 레슬링할 때 말야. 아빠가 너 누르고 있을때 엄마마저 아빠 등위로 누우면 네가 그렇게 느꼈겠네? 

 : 네. 그런 느낌! 그때도 뼈가 바스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막 근육도 짜부라(?)들고. 

 : 음~ 쏴리. 참. 여기 마지막 인상깊은 문장이 [방해하지마!] 네? 어떤 점이 인상깊었어?


겁먹은 초록머리는 계속 날갯짓을 해 댔다. 잎싹은 발톱에 힘을 주고 털을 몽땅 곤두세웠다. 족제비와 눈이 마주쳤다.

"꼭꼬댁 꼭꼭꼭, 가만 두지 않겠어!"

잎싹은 죽을 각오로 말했다. 족제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잎싹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방해하지 마!"

소름끼치는 말소리였다. 족제비는 오로지 초록머리를 탐내고 있었다.

 : 족제비가 드디어 초록머리를 공격하는 장면이라 긴장이 되어서요. 그리고 족제비도 생각해보니 자기 새끼들 주려고 사냥하는거라 생각하니 열심히 하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 족제비는 주인공을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

 : 자연은 원래 그런거잖아요. 족제비도 살려고 그런거니까요. 먹이사슬 때문에 그런거예요.


과학시간에 배운 단어 가져다 쓰는 밤톨군.


 : 그러면 잎싹이 마지막에 족제비 먹이가 되려고 할 때 잎싹이는 어떤 생각을 한거 같아?

 : 족제비 아이들 보고 같은 엄마로 안타깝게 여긴거 아닐까요? 이제 힘도 없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뭐 그런거?


 : 그럼 잎싹이 양계장을 나온 선택은 남아있던 것보다 나았을까?

 : 그럼요~ 자유롭게 살았잖아요. 원하는 아기도 기르고. 새로운 것도 배우고!


이렇게 조근조근 책에 대해서, 또는 대화의 과정에 묻어나오는 다른 생활들에 대해서 이야기 꼬리물기를 합니다. 마음먹고 살짝 미루다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은 기간은 두 주 정도 되지만 가끔씩 이야기를 한 터라 다음에는 아침 밥상머리 대화시간을 활용해볼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지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엄마도 함께 읽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 [방해하지마] 가 어디에 나오는지 못찾았더랬죠. ) 게다가 녹음된 것들이 제법 많은데 정리를 한번에 하려니 어렵기도 합니다. 게다가 제가 가장 약한 '꾸준함'이 필요하더라구요.

아이와의 이 활동을 위하여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EBS MEDIA 기획/정영미 저
경향미디어 | 2015년 10월


 

이야기 넘치는 교실 온작품읽기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저
북멘토 | 2016년 12월

 

하브루타 질문 놀이

이진숙 저
경향비피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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