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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도서]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안도현 편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안도현 시인이 엮은 책.
날도 더워지고 몸은 쳐지고, 책은 잘 안 읽히고.
그래서 오랜만에 시를 한번 읽어보고자 이 책을 구입했다.

하나의 시와 시에 대한 엮은이의 생각.
시를 읊조리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엮은이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잘 모르겠네.

그래도 하나씩 끝까지 읽어본다.
나중에 또 읽으면 되지,
그런 생각으로.

시는 "천천히 읊조리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읽어야 하나보다. 아직은 부족한 인생.


반 뼘/손세실리아

모 라이브카페 구석진 자리엔
닿기만 해도 심하게 뒤뚱거려
술 쏟는 일 다반사인 원탁이 놓여 있다
거기 누가 앉을까 싶지만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는 날이나 월세 날
나이든 단골들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코 어이쿠 술병 엎질러가며
작정하고 매상 올려준다는데
꿈의 반 뼘을 상실한 이들이
발목 반 뼘 잘려나간 짝다리 탁자에 앉아
서로를 부축해 온 뼘을 이루는
기막힌 광경을 지켜보다가 문득
반 뼘쯤 모자란 시를 써야겠다 생각한다
생의 의지를 반 뼘쯤 놓아버린 누군가
행간으로 걸어들어와 온 뼘이 되는

그런


완전주의자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완벽한 세상을 꿈꾼다. 과학과 예술은 완전주의자들이 설계한 이상세계의 하나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도 완전한 인격체를 갖춘 포유동물을 구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하다고 믿는 순간 그것은 언제나 반 뼘이 모자란다. 모자라는 것들은 삐걱거리고, 흔들리고, 너덜거린다. 시인은 반 뼘쯤 모자란 생이 오히려 아름답다고 말한다. 완전한 것은 없다. (pp.92-93)




나는 벌써/이재무

삼십 대 초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오십 대가 되면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 사십 대가 되었을 때 나는 기획을 수정하였다 육십 대가 되면 일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애오라지 먹고 노는 삶에 충실하겠다 올해 예순이 되었다 칠십까지 일하고 여생은 꽃이나 뒤적이고 나뭇가지나 희롱하는 바람으로 살아야겠다.

나는 벌써 죽었거나 망해버렸다


사람은 인생의 계획을 수정하면서 나이를 먹는가 보다. 마음먹은 것들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후회하면서 또 새로운 계획을 구상하는 일이 삶인지도 모르겠다.마지막 행의 통찰이 아프고 서늘하다. 시인은 수포로 돌아간 시간을 죽음이라고 규정한다. 이 모든 게 노동과 관련이 있다. 꿈꾸는 대로 놀지 못하고 꾸역꾸역 일해야 하는, 늦게까지, 무언가를 위해 밥을 벌어야 하는 당신과 나. (pp.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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