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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났어요

[도서] 바람을 만났어요

김유미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자세히 봐야 더 재미있고, 느리게 봐야 느껴지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바로 북극곰 신간 "바람을 만났어요"도 그런 동화책인데요. 김유미 작가님의 전작 "달팽이의 노래"를 읽었기에 작품 스타일을 대략 알고 있었죠. 이번 동화책의 주인공도 느림의 미학 팽이, 달팽이입니다.

 

작은 숲 속 마을에 팽이와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갑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팽이는 혼자 그림도 그리고, 물장구도 치고 지렁이도 보고 즐겁게 지내는 중 어느 날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리와 느낌으로 그 존재를 알 수 있죠. "나처럼 움직여 봐"라는 바람이지만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느리고 작은 달팽이가 그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바람은 이어서 자신의 여행 이야기도 들려주는데요.

 

세계 어디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바람이기에 미국에서 본 횃불을 들고 다니는 거인 아줌마, 이집트에 가서 본 산만 한 미끄럼틀, 한국에서 본 동물들이 지키는 집까지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잔뜩 풀어냅니다.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해외 유수 문화재나 장소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습니다. 특히나 김유미 작가님의 상상력 때문에 저는 빵 터진 장면이 두 개나 있네요.

 

"한국에 가면 동물들이 지키는 집이 있어", 바로 우리나라 옛 고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 모양의 기와들을 말하는 거였어요.

 

이 장식기와들은 진짜로 그 옛날 궁궐의 화재를 막기 위해 상상속 동물들을 올렸다고 하는데 동물들이 지키는 집이란 설명이 짧고도 명쾌합니다. 제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귀여운 장면이기도 하고요.

 

 

팽이는 프랑스에서 가서 봤다는 철사로 만든 기린 이야기도 충분히 신기하기만 한데 바람은 거기 더해 이따 밤에는 사막에서 여우와 만나기로 했다며 휘리릭 안녕을 고하네요. 아쉬운 마음 가득한 팽이. 여우와 어린왕자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풀샷입니다.

 

재밌고 신기한 이야기를 잔뜩 들은 건 분명 좋은 일인데 이제 팽이의 기분은 축 쳐졌습니다. 왜 안 그럴까요? 자신은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곳이고 만날 수 없는 존재인 걸 알아버린 팽이는 울적한 마음에 나무등걸에 기대어 앉아있네요.

 

슬슬 걱정이 된 엄마, 아빠, 친구들은 팽이를 위해 노래도 불러주고 민들레도 보여주고 선물도 줍니다. 사랑스러운 장면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다소 답답한 현실을 살고 있죠.

 

어른들도 아이들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없고 자유로운 삶은 영화나 tv, 책에서만 보는 듯 전세계를 휩쓰는 유래없는 감염병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팽이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만 같아요.

 

모두의 노력이 통했는지 마침내 "하하하" 웃는 팽이. 밝고 환한 미소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들은 정말 팽이와 같죠. 대단한 이유 없이도 웃을 수 있고 아무 것도 아닌 장난에도 금새 기분이 풀립니다.

 

또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가보지 않은 곳도 갈 수 있고, 가질 수 없는 것도 상상으로 채우는 지혜도 있고요. 친구들 덕에 기운을 차린 팽이는 이제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람에게 들은 신기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줍니다.

 

 

구전동화처럼 살짝 자신만의 각색도 더해서요. 이게 바로 이 그림책의 위트가 빛나는 장면인데요. 저는 원래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보다 팽이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 이야기가 훨씬 재미났습니다. 팽이가 삐뚤빼뚤 그린 그림도 귀여웠고요. 마치 봄날의 훈풍처럼 다 읽고 나면 마음 속에도 포근한 바람이 부는 듯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동화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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