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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도서] 1984

조지 오웰 저/김승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조지 오웰의 작품 중 하나만 읽어야 한다면 단연 1984다. 

 


 

1984를 아직 한번도 안 읽어본 분들도 빅브라더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듯. 그만큼 전체주의의 통제를 상징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성인이 된 이후 각종 에세이, 잡지, 실용서, 자기계발서는 쉽게 읽으면서 소설 특히나 영미소설은 좀처럼 손이 안가는 분야였다. 

 

마의 100p는커녕 아예 손에 들지를 않았는데 학창시절보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소설에 대한 흥미가 많이 없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냥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불길한 현상들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체주의가 한층 더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일 뿐입니다-조지 오웰(1944년 노엘 윌멧에게 보내는 편지 중)

 

그저 그런 내용, 사랑타령에 싫증난 나 같은 독자들이라면 부디 다른 책은 제쳐두고라도 조지 오웰의 1984는 한 번쯤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만큼 소설계에서 저멀리 떠나간 냉담자들도 붙잡을만큼 충분히 자극적이고 재미있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보고 있다" p.16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p.19

 

"음악국의 한 부서에서 프롤레들을 위해 비슷비슷하게 내놓은 수많은 노래 중 하나로 가사는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이 작사기라는 기계가 만든 것이었다" p.212

 

1949년에 1984년의 미래를 내다보며 그린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말, 나쁜 곳)는 지금도 유효하다. 아직도 전세계에서 전쟁이 끊인 날이 없고 공산주의 국가에서 반체제 인사를 잡아다가 고문, 세뇌하는 기술도 잘 알려져있다.  

 

 

내용이 잔인하고 찬란할수록 어른 독자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나에게만 있는 마의 100p 장벽이 전혀 없이 초반 30p도 안 되어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에게 푹 빠져들었다. 

 

 

매력적인 39살의 중년 남자, 그 자신은 정맥류궤양과 나이 때문에 그닥 자신감이 없는 듯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멋진 주인공이다. "사랑해요"라는 위험한 쪽지를 26~27살의 줄리아에게 받은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책에는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최첨단 기계가 등장하는데 이른바 텔레스크린이다. 

 

 

조지 오웰이 1984를 출간한 때가 1949년인데 그 때 이미 텔레비전+스크린의 준말(이겠지?)인 현대판 cctv 텔레스크린의 개념을 쓰다니 놀라웠다. 천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1984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배경은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만 존재하는 세계이고 이 세 나라는 늘 전쟁중이며 주인공은 오세아니아의 런던에 살고 있다. 

 

 

윈스턴 스미스는 진리부의 기록국에서 일하는 외부당원으로 국가 기관에서 다른 당원들과 함께 기록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빅브라더의 눈을 피해 몰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사고의 시작인 셈이다. 걸리면 사형이나 최소 강제노동수용소에서 25년형을 선고받을 만한 큰 죄다. 

 

친구인 사임은 신어전문 언어학자인데 단어의 파괴, 사고의 폭을 줄이는 게 신어의 목적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매년 단어가 계속 줄어들고 의식의 폭도 조금씩 작아지면 생각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임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중에 증발한다. 당이 그를 숙청한 것이다. 

 

그들 모두는 맡은 바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그 댓가로 싸구려 물건과 맛없는 음식을 주기적으로 배급받는다. 

 

그나마도 부족해서 면도날 같은 것도 몇 달씩 기다리기 일쑤인데 겨우 구두끈 따위가 초과 생산되었다고 기뻐하는 뉴스를 보자면 북한 생각이 절로 나서 쓴웃음을 짓게 된다. 

 

 

이 이야기가 그냥 허무맹랑한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란 말씀이다.  

 

당의 선전, 구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그런 유인물을 만들고 일반인들을 세뇌하는 게 그들 당원의 일이지만 점차 그런 전체주의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환멸을 느끼고 들키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쓰는 윈스턴!

 

 

그들은 빅브라더를 숭배하면서 가상의 적 이매뉴얼 골드스틴을 만들어 증오한다. 사실 그 누구도 빅 브라더의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대마왕 같은 주적으로 등장하는 골드스틴 역시 당이 만든 가공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당은 뭐든지 할 수 있다. 과거를 조작하고 있던 일을 없게 하고, 사람도 증발시키며 숙청을 할 때 아예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다. 

 

 

당에서는 과거를 조작해 현재를 통제하여 미래까지 손에 넣는다. 그런 일련의 모든 작업은 굉장히 주도면밀하고 직장동료, 이웃, 가족까지 서로를 고발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계급은 맨 아래 하층민인 프롤레인데 프롤레타리아의 준말이겠지. 여기서는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사회의 가장 힘든 밑바닥 노동을 평생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부류를 말한다. 

 

 

하지만 윈스턴은 프롤레에게만 희망이 있다고 봤다. 가장 무시받는 그들이야말로 당이 지배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주인공은 필연적으로 당에 사상범으로 체포된다. 그 자신도 언젠가 자신과 비밀 연인 줄리아가 당에 붙들릴 것을 알고 있었다. 

 

 

채링턴과 오브라이언을 믿은 윈스턴을 조심성이 없다고 타박하기엔 그가 체포되기 7년전부터 현미경 감시를 당해왔다는 게 밝혀지며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나중에 보면 윈스턴은 처음 붙잡힌 것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1984의 빅브라더를 벗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그를 사랑하면서 죽을 때까지 지옥은 계속 된다. 

 

 

체포된 후 감방에서 그는 아는 동료를 만난다. 땀냄새 폭발하는 뚱보 파슨스. 그를 고발한 사람은 어이없게도 7살난 자신의 딸인데 파슨스는 오히려 딸을 자랑스러워한다. 배운대로 했으니 잘했다는 뜻이었다. 

 

 

이 소설은 블랙코미디이다. 어딘가 쓴웃음일지언정 웃음의 포인트를 잘 집는다. 

 

"두 사람의 근육질 엉덩이 사이에 끼고 나니 순간적으로 내장이 모두 곤죽이 된 것 같았다" p.177 

 

바지를 내려 좁은 감방 안에서 푸짐한 볼일을 보는 파슨스를 보지 않기 위해 윈스턴이 얼굴을 가리자 텔레스크린이 고함을 친다. "6079 스미스 W! 얼굴 가리지 마라!" 

 

 

당, 텔레스크린, 오브라이언에게 자비란 없다. 그들은 각종 고문으로 인간성을 파괴하고 생각을 없애며 건강한 성과 성욕을 말살한다. 당원들에겐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 쓸데없는 일을 끝도 없이 하고 각종 행군, 이벤트, 단체 활동으로 쉴 틈없이 돌아간다. 

 

 

사람을 물질화해서 결혼과 가족제도조차 해체하고 당에 예속시키며 남녀간의 사랑을 빅브라더에 대한 사랑으로 바꾸고, 남의 잠자리, 꿈속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오랫동안 갇혀서 오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당지도부에게 윈스턴은 결국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긴다. 

 

 

그는 가장 소중했던 줄리아와의 사랑도 살기 위해 팔아먹었다. 1984에서는 그 방식이 참 교묘했는데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식이었다. 

 

 

 

텔레스크린으로 사람을 감시하면서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윈스턴의 경우 쥐) 고문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면 결국 연인이든 부모든, 자식이든 팔지 않고는 못 배기는 식이다. 

 

 

사랑부 청사 지하감옥 101실에서 죽음은 사치이고 총알은 늘 기다려오던 꿈 같은 수단일 뿐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윈스턴을 계획적으로 살려두면서 학대하고 얼마인지도 모를 시간동안 결박, 전기고문, 구타, 굶김, 최악의 위생상태를 초래해 30대의 윈스턴을 수십년 병든 노인같은 몸으로 만들어놓는다. 

 

 

나는 거울을 보고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윈스턴에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자비로운 당에서 이빨이 다 빠진 윈스턴에게 새틀니를 제공하는 것을 보며 경악하기도 했다. 

 

 

39살의 매력적인 윈스턴 스미스,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쪽지도 받던 그가 못생긴 오브라이언 따위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는 대목에서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윈스턴은 결국 그들에게 생각하는 모든 힘을 빼앗긴다. 당이 2+2=5라고 하면 5라고 순순히 대답한다. 당이 원하는 것은 2+2=4라고 말하는 윈스턴이 당이 5라고 우기면 5라는 것을 사실로 믿는 단계였다. 그저 당이 원하는대로 말해주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윈스턴이 줄리아를 팔아먹고 간신히 풀려난 후 가장 크게 빅브라더에 대한 사랑을 느낀 순간(세뇌의 마지막 단계) 자비로운 당의 총알이 윈스턴의 뒤에서 머리쪽으로 날아온다. 1984의 결말은 그래서 충격적이다. 

 

 

그들은 일부러 윈스턴을 살려둔 것이다. 윈스턴에게 생각하는 힘 자체가 없어지고 2+2가 5라는 것을 믿을 때, 이중사고를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윈스턴에게 올 때까지 끈덕지게 기다린 거지. 그는 오브라이언에게 선택받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4+4=5라고 순순히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2+2=4라고 말한 윈스턴에게 집착했다. 

 

 

자살도 허락되지 않는 저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끈질긴 감시와 폭력 아래 하나의 육체를 가진 인간이 사람으로 견디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걸작이다. 

 

-출판서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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