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도서]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김소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린이는 각자 하나의 세계다<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옅은 하늘색 바탕에 아이들이 줄지어 즐겁게 뛰어가는 모습이 어린이답다. 어린이를 세계로 표현한 제목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렇지 어린이는 하나의 세계이지. 이런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작가 김소영은 어린이책 편집 일을 오래 하다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만나고 있다. 저서로는 어린이책 읽는 법, 말하기 독서법이 있다. 책은 1부 곁에 있는 어린이, 2부 어린이와 나, 3부 세상 속의 어린이라는 큰 제목 아래 작은 소제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어린이의 품위라는 제목의 글을 오랫동안 읽으며 나를 찬찬히 돌아보게 했다.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 건 네가 언젠가 좋은 곳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이런 대접을 받았으면 해서야. 어쩌면 네가 다른 사람한테 선생님처럼 해 줄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 이거 연습해 보자” --어린이의 품위 39쪽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어린이를 대하는 내 마음을 다잡는 데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의식이다. 이 과정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41쪽

한 사람으로서 어린이도 체면이 있고 그것을 손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42쪽

어린이와 품위라는 말을 연결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옷시중을 들면서 어린이들을 존중하는 모습이 정말 새로우면서 멋있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에게 칭찬을 받거나 선생님을 좋아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닌 본인 스스로 아이들을 존중하기 위한 의식이라고 하는 부분이 충격처럼 다가왔다. 존중받아본 어린이들이 존중할 줄도 안다. 이 당연한 말을 어린이에게 적용하지 못하고 어른들에게만 적용한 내가 부끄럽다.

 

모든 인간이 소중하다거나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인간은 소중한지 아닌지 따질 수 없는 존재라고 배웠다. 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똑같은 자격을 갖는다고 배웠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들의 위치에 대해 현실 그대로를 옮겨 놓은 부분이다. 어린이 학대와 사건사고들. 그것들이 세상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처벌되는지를 써놓은 곳이다. 과장도 없고, 축소도 없이 정말 사실 그대로 현실이라 더 아프다. 어린이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님의 소유물로 보는 당연한 시선 속에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너무 일상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은 뉴스 속 어린이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고마워서 사랑한대 아닌데. 엄마 아빠가 좋아서 사랑했는데 은혜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응답이었다. 아이와 함께 삶을 위해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고, 어느 순간까지는 아이 몫의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도 감수하는 것이 양육이 아닐까. 그러니까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가 양육이 아닐까 하고.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이겠지만 아마 그만큼 무겁지 않을까 그것 역시 짐작만 해 본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가 양육이라고 한다. 어린이를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나의 인생을 바꾸어 왔는지 생각해 본다. 좀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본받을 만한 부모가 되기 오늘도 인생을 바꾸는 양육의 길에 서 있다.

 

어른들은 흔히 “애들을 위해서 말을 가린다”라고 하는데 어린이야말로 말조심을 한다. 존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서열을 파악하고 어휘를 고르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다. 경험은 어른보다 적은데 책임은 어른보다 많이 져야 한다. 우리 어린이들이 어른들 보아 가며 말하느라 참 고생이 많다.

문득 기억 속 어린이들을 떠올려 본다. 그랬다. 내 앞에서 머뭇거리며 말을 잘 못하던 어린이는 실상은 나를 위해 말을 고르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고, 속도와 효율에 입각하여 어린이들을 다그쳤던 못난 내가 보인다.

 

왜 어린이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차별하는 걸까?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들에게는 싫은 내색을 할 수 없고, 어린이 그리고 어린이와 함께 있는 엄마에게는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약자 혐오다.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면서도 어린이는 약자인데 존중하지 못했다. 어린이가 어른인 나의 기준과 편의에 맞추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엄마가 싫어하니까 조용히 떠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나의 관점이지 어린이의 관점이 아니다. 가장 약한 어린이를 가까이 두면서 존중의 시선과 태도를 보이지 않는 모습 때문에 불편하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번 책은 읽고 다시 보기 싫어졌다. 무엇 때문인지 계속 찜찜한 기분이다. 책 표지를 며칠을 보며 내 감정을 살핀 결과 불편함 이었다.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못한 나에 대해 적나라하게 지적받은 불편함. 그러나 그 불편함을 인정하며 수용하기로 한다. 어린이를 하나의 세계로, 단지 몸이 작은 하나의 인격체로 보길 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내 마음을 관통한다. 그렇게 보면 제목이 참 멋지다. 어린이는 세계다. 그 하나하나가 다양하고 특색 있는 세계다. 어린이와 품위를 가진 인간 대 인간으로 잘 지내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길 권한다. 불쑥 불쑥 어른 아이인 자신이 나와 상황을 외면하고 싶기도 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품위를 지키며 어른답게 어린이를 대하는 멋진 어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한 배우게 될 것이다. 어린이라는 세계에 한 부분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