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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도서]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윤동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윤동주 시인 유고 시집을 초판 그대로 출간한 책이다.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 사놓고 읽지 않고 있던 시집이다. 시인 윤동주는 이렇게 찾아 읽지 않아도 너무 유명해서 읽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그냥 장식용이었다. 표지는 새와 꽃이 어우러져 있는데 왠지 슬픈 느낌이다. 세로 읽기로 된 책이 신기하다. 교과서에서 재단했던 윤동주의 시가 지금은 어떻게 말을 걸어올지 기대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 태어나 1945년 2월 16일 사망했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시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도시샤대학교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사후인 1999년 한국예술평론가 협의회 선정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 상과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상했다. 이 책은 1955년 윤동주 서거 10주기 기념 유고 시집을 그대로 재발행한 것이다. 정지용 시인의 서문이 나오는데 한자가 많이 섞여 있다.

한자로 인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를 더 찬찬히 음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익숙한 사진과 제목을 만난다. 윤동주의 학생복 차림의 사진과 함께 서시가 시집의 시작을 알린다.

 

病院(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골을 가리고 病院(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女子(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日光浴(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女子(여자)를 찾어 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픈

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어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病(병)을 모른

다. 나한테는 病(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試鍊(시련),

이 지나친 疲勞(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女子(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花壇(화단)에서 金

殘花(금잔화) 한 포기를 타 가슴에 품고 病院(병원) 안으로 살아진

다. 나는 그 女子(여자)의 健康(건강)이 아니 내 健康(건강)도 速

히 回復(회복) 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1940.12)

원래 윤동주가 시집의 제목으로 하려고 했던 병원이라는 시다. 병든 사회를 치유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병원으로 하려고 했으나 서시를 쓴 후 바꾸었다고 한다. 자화상이나 참회록, 서시처럼 유명하지 않아서 새롭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또 여동생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더 유심히 본 걸지도 모른다. 자신의 병을 이 시를 보고 자각했다는 여동생의 말이 시처럼 박힌다. 이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어떤 단어도 찾지 못하고 오래 자꾸만 들여다본다.

성내는 사람이 싫다. 어린 시절부터 큰소리 나는 게 싫었다. 다른 사람이 성을 내는 것을 싫어하면서 나도 내지 않으려고 ‘안된다’로 각인했다. 나는 성을 낼 수 없는 사람, 내면 안 되는 사람. 그로 인해 병이 깊어지는 줄도 모르는... 여동생의 병도 이렇게 시작된 것은 아닐까? 또 시인 윤동주가 그런 사람이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시인의 마음이 같은 병을 앓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된 모양이다. 시는 마음으로 전해져서 치유의 힘이 된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가 건강했기를, 이 시를 쓰고 행복했기를. 더불어 여동생도 속히 건강을 회복하기를.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자주 듣는 어떤 목사님의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십자가라는 시다. 그 목사님의 낭송을 통해 듣던 시는 애절하고 간절해서 말로 다 못할 감정으로 울컥했다. 지금 문자를 통해 내가 본 십자가는 가볍다. 시는 읽는 사람의 지혜의 깊이, 사람에 대한 사랑에 따라 다른 시가 된다. 시인의 그 깊이를, 사랑을 다 헤아릴 수 없으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시를 읽는 내내 내 마음도 시인과 함께 함을 느낀다.

낯선 이방 나라의 좁은 다다미방을 떠돌고, 그리운 마음으로 고향을 향한다.

시인의 혼란스러움이, 안타까움이, 때론 어찌할 수 없는 우울과 절망감이 내게도 온다.

백골로도 가고 싶던 고향 방에 나도 가서 눕는다. 지인과 함께 탔던 전차에 앉는다.

순이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를 내가 받는다.

시인은 그렇게 나라를, 사람을,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했으리라.

시인이 지켜낸 시가 가볍지 않듯 대한민국이 가볍지 않음을 느낀다.

뜨거운 피를 쏟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아니더라도 시를 읽으며 나라를 생각한다.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꾼다.

시인이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곳에서 나의 삶을 돌아본다. 좀 더 잘 살아야겠다.

윤동주의 숨겨진 아름다운 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를 읽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윤동주는 시 안에서 지금도 살아 있다. 정갈하고 다정하며 기품 있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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