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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도서]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원정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목의 강렬함에 끌렸다. 가족과 타인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붙잡혀서 책을 선택했다. 가족이지만 타인이 되고 싶은 내 숨은 마음을 들여다본다. 마음이 움찔하지만 도전하고 연습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저자 원정미는 지독히 구시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당했던 소심한 어린아이는 상처받은 줄도 모르고 성인이 되었다. 나이만 먹으면 자연스럽게 엄마 노릇, 아내 노릇을 할 줄 알았지만 잘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미술치료와 상담 심리를 공부하고 애 셋을 낳고 기르며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인간 내면을 탐구하며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찾고 치유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상처 입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건강한 가정을 세우는 일을 하며 기쁨과 소명을 느낀다. 캘리포니아에서 한국 이민자를 대상으로 상담 교육, 부모교육, 마음 수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 솔직하게 이어진다. 저자의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흐름으로 이후에는 미국에서의 새로운 시작과 결혼과 육아를 통해 자신의 내면 아이를 들여다본다. 아직도 여전히 공부하고 애쓰며 노력하는 중이라는 나답게 살기 위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책의 마지막에 쓰여 있다. 모두가 고만 고만하게 가난하고 비슷하게 살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 속으로 저자와 함께 손잡고 가 본다.

 

건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부모님은 나와 오빠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 생존이 곧 사랑이었던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p29)

저자의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가정환경이었지 않을까? 부모님들은 전쟁 이후에 태어나 먹고사는 것에 모든 신경을 쏟았던 세대다. 사랑이라는 것은 자식들을 먹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다. 마음이 불편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자식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도 배운 적도 본적도 없는 분들이 최선을 다해 자기 식대로 자녀들을 사랑했다. 그 사랑은 때론 상처가 되고, 불화가 되었다. 시간이 지난 후 부모님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으로 돌아보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저자의 말을 이해한다. 모두 비슷비슷한 환경이었던 것을. 유독 많이 싸웠던 저자의 집이라고 했지만 우리 집도 그에 못지않았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들까지 대식구가 사는 집에서 어머니는 가족의 모든 식사를 책임지셨다. 식사뿐 만 아니라 농사일까지. 어머니가 편안히 집에서 쉬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어머니가 어린 내 눈에도 안되어 보여서 나는 착한 딸이 되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착한 딸이 되기로 선택했던 것이다. 지금도 어머니와 가까이 살면서 서로의 필요를 채우지만 우리는 아직도 분리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숙제가 무겁다.

 

아무리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더라도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사람만 있으면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인생은 그 ‘한 사람’을 찾아 헤매는 여정일지도 모른다.(p76)

저자는 대학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부모님들과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고 한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한다. 그 결혼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한 사람을 찾았다고 말한다. 믿어주고 지지하고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녀가 만난 한 사람이 무지 부럽다. 하지만 그녀는 책에서 말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자 행복해지기 시작했다고. 그러나 나는 이제 시작이다. 첫 걸음마를 시작하는 사람이 욕심으로 무리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그녀는 또 말했지.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그것부터 시작한다. ‘그래. 나는 부러웠구나. 그럴 수 있지.’ 이렇게 하나씩 인정하고 알아봐 주고 나를 챙기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주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아이들에게 그 한 사람으로 신뢰를 주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한발씩 앞으로 나가야지. 마음을 다잡는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일수 있으므로.

 

자존심과 자존감의 가장 큰 차이는 ‘개인의 판단과 기준 그리고 목표가 어디에 있느냐’다. 자존심은 타인에게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다. 따라서 자존심이 센 사람들의 기준은 대부분 외부의 평가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있다. (p107)

처음 자존심의 뜻을 알았을 때가 생각난다.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자존심-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라는 뜻. 얼마나 멋진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라니. 그때부터 나는 자존심이란 단어에 빠졌다. 원래도 약한 척하지 않았고, 남들 앞에서 우는 것을 자존심 상하게 생각했던 나는 오래도록 자존심에 빠져 있었다. 자존심은 나를 지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휘둘리는 마음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내 기분도 그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졌다. 그 자존심이 자존감이랑 다르다는 것을 아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자처럼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부딪히는 상황과 일들, 관계 안에서 부단히 배우고 깨달았다. 지금도 타인의 시선에 온 신경이 곤두서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들여다본다. 내 마음 어딘가 불편한 것이 있는지, 어떤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하는지를 살핀다. 마음의 주도권을 타인의 손에 쥐여주지 않기 위해 애쓴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들을 높이기 위해 천천히 자신을 향해 괜찮다고 말해준다. 특별하지 않아도, 건강하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여서 괜찮다고. 그리고 저자처럼 그때 어린 내면 아이를 안아준다. 그때 할아버지와 어머니, 동생들 사이에서 혼자 애쓰고 마음 썼던 어린 나를 가여운 마음으로 안아준다. 그때 너는 최선을 다했다고. 어느 것도 너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이게 뭐라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술에 취해 삼촌들과 싸우시던 할아버지, 밤낮으로 일만 하시는데 좋은 소리 한번, 인정 한번 받지 못하시던 어머니. 마음 둘 곳 없는 어머니가 도망갈까 봐 장롱 속에서 어머니의 가방을 지키며 잠들었던 동생들... 그 동생 중 유독 예민하고 불안감이 높았던 여동생은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프다. 동생의 상처들과 힘겨움이 여과 없이 느껴졌다. 나로 인해 원하지 않지만 정서적 학대가 대물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읽을 때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살기 위해 한 일들이, 사랑해서 했던 행동과 말들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프고 무거웠다. 하지만 그 무거움을 넘어서는 저자의 힘을 느낀다. 거기서 멈춰 서거나 후퇴할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 아내라는 이름으로 힘을 낸다.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어렵게 노력하고 배우고 실천했던 것처럼. 나도 늦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와 잘 지내기 위해 나를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 가족이지만 타인이고 싶었던 마음은 책을 모두 읽고 나자 제목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이지만 하나의 개인으로 타인으로 온전히 서야 가족으로 관계가 아름답고 사랑이 있는 것이다. 가족이지만 타인으로 지내고, 모른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그 시작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와 잘 지내는 일이다. 자신을 잘 알아야 화해도 하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결혼이라는 것은 혼자(자기 자신) 잘 지내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을 이해한다. 나는 혼자 잘 지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안일하게 생각하며 힘겨운 자리에서 또 다른 자리로 회피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회피 또한 자신의 선택이므로 저자처럼 공부하고 실천하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잘 지내고 싶음 마음이므로. 그녀의 가정에 웃음소리가 넘쳐 나듯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가 치유되고 행복한 미소가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모두 사랑으로 최선을 다했으므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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