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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사랑이 되면 삶은 재즈가 된다

[도서] 시가 사랑이 되면 삶은 재즈가 된다

이영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쏟아지는 햇살, 흔들리며 떨어지는 각양각색의 낙엽, 스산하게 흔들리는 갈대. 이 모든 것들이 시를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가을 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지만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시집을 선택한다. 봄날의 사랑은 경쾌한 왈츠라면 가을날의 사랑은 왠지 재즈가 어울릴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이 그런가? 재즈가 진하게 흐르는 시집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본다.

 

한국예술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한국문인 협회 회원으로 눈이 예쁜 강아지를 키우는 서울 살이 고양이 작가. 느리게 걸으며 사진 찍는 산책 중독자라고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산책 중독자의 시는 어떤 모습일까? 그녀의 산책길에 만나는 사람, 자연, 사랑이 묻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산책하다 만나는 반가운 사람처럼 시를 마중한다.

 

들숨과 날숨

그리고 말을 잃은

깊은 한숨으로도

그 마음이 들린다. (너의 목소리 중 일부)

시집의 맨 처음 실린 시의 일부이다. 너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시이다. 어느 정도 몰입하고 집중해야 들숨과 날숨, 말을 잃은 깊은 한숨에도 마음이 들리는 것일까? 이제는 희미한 감정이 된 설렘.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떨리고 설렜던 감정들이 낯설다. 내 사랑은 일상이고, 바탕색이다. 사랑을 단지 남녀 간의 사랑으로 한정했던 어린 시절을 벗어나면 사랑은 심심하다. 의무적이고 책임감이 넘치며, 지루하고 끈질기다. 그 사랑에 지칠 때쯤 이런 시들을 읽어주어야 한다. 특히 계절이 마음을 흔드는 가을날에는.

 

행복

새벽이슬

느린 산책

따뜻한 커피

마음 시린 시집 한 권

 

아침 햇살

상쾌한 공기

힘찬 발걸음

아이들의 책가방

 

점심밥 냄새

다정한 눈 맞춤

왁자지껄 웃음소리

삼삼오오 산책 인사

 

저녁 붉은 석양

노오란 가로등

줄지은 퇴근 행렬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행복

단순한

그리고 평범한

나에겐 생의 모든 순간

행복을 아주 큰 어떤 일들로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한 일들이 별로 없었다. 어떤 것도 내가 정한 행복의 크기에는 맞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시를 읽고, 좋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행복이 큰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느린 산책과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음 시린 시집 한 권, 아이들의 책가방, 노오란 가로등도 행복이 될 수 있다. 오늘 아침 아이에게 건넨 잘 다녀오라는 말도 홀로 걷는 산책길과 풍경들도 행복이 될 수 있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크고 대단한 이름으로 불리기보다는 사소하고 작고 평범한 이름으로 불리길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비로소 행복이라고 불러 주면 그 물건이 상황이 특별해지면서 행복의 옷을 입는다.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고, 마음이 한 뼘은 넓어지게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예뻐 보이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그녀의 소소한 행복이 그녀의 산책길을 따라나선다. 아니다. 행복이 그녀보다 먼저 앞서가며 많은 물건들을 행복으로 옷 입혔다. 이른 추위에 옷을 입은 가로수들처럼 그녀가 가는 산책길에 행복이 옷을 입혔다. 따라가는 나도 행복을 본다. 행복을 느낀다. 감사하다.

 

시가 사랑이 되면

시가 사랑이 되면

낯선 꽃향기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시가 사랑이 되면

봄날의 아지랑이에

현기증이 난다

 

시가 사랑이 되면

별거 아닌 일에

가끔은 눈이 시리다

 

그래도 사랑

 

나에게는 세상에 쓰는

나의 고백

 

노래가 되어

사랑이 되어

때로는 이렇게

넋두리가 되어

 

시를 말한다

사랑을 말한다

시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다. 세상에 쓰는 그녀의 고백으로 나는 아름다운 시를 읽는다. 낯선 꽃향기, 봄날의 아지랑이에도 시인의 눈은 시로 인해 현기증이 난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고 느끼는 계절과 자연을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시를 위해 걷는 산책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걷는 산책길에는 시가 들어올 틈이 없다. 늘 분주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산책길에 시인의 시를 놓아 본다. 이 시를 천천히 읽으며 천천히 걸어 본다. 하늘을 한번 보고, 바람을 한번 느껴본다. 아! 시인처럼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느낀다. 그 바람은 낙엽은 그대로 시가 되지만 나는 어떤 단어도 찾아내지 못하고 시를 낙엽 안에 가둔다. 바람 속에 숨긴다. 시를 아직 많이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아주 조금 흉내라도 내 볼 수 있기를 감히 바라본다. 그녀의 시와 사랑에 기대어.

 

마음속에 알록달록한 그림 하나 그린 느낌이다. 그녀의 아름답고 행복하고 밝은 시들이 내 속에 그림을 그린다. 시가 주는 특유의 묘사나 비유로 골머리를 앓을 일도 없이 쉬운 말들이 이어진다. 쉽게 읽히지만 오래 남는 여운을 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시를 통해 다시 일깨우기도 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또 아주 의욕에 차서 시를 써보리라 다짐을 하게도 한다. 시를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주변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과 눈을 느꼈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마음 시린 시집 하나에 들어갈 손색없는 시집이다. 그녀는 오랜 시간 늘리게 걸으며 많은 단어들을 고르고 다듬었겠지만 나는 쉽게 별다른 노력 없이 읽는다. 그게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소리 내어 읽어 보기도 하고, 좋은 시를 찍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시가 일상에서 좀 더 큰 이름과 비중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를 읽는 계절 같은 것은 아예 없어지도록.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시를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그래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몸도 마음도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를 바라본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는 그녀의 재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우리 모두 시를 읽자! 소소한 행복과 아름다움을 주는 시를 일상에 가까이 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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