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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도서]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저자에 대한 어슴푸레한 기억이 있습니다. 예쁘고 말 잘하는 아나운서였고, 남편도 아나운서였다는 것이 저자에 대한 모든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성공한 사업가로 자주 입에 오르내려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우연히 서평단 모집에 올라온 책을 보고 그녀에게 관심이 가고 조금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한 그녀가 하는 일도 멋졌습니다. 책 발전소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북클럽을 회원제로 운영하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정말 환상의 직업입니다. 꼭 내가 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그런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책은 북클럽 회원들에게 매달 한 번씩 책을 소개하는 책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책의 표지를 열자마자 손글씨가 예쁜 얼굴로 맞아 줍니다. 편지를 쓴다는 것과 사랑하는 책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 실려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분들께도 안온함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문장과 김소영 드림이라는 글이 눈길을 오래 잡아 둡니다.

언제였을까요? 이런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아 보았던 적이. 처음 편지를 쓴 것은 초등학교에서 숙제였습니다. 본적도 없고, 이름도 생소한 장학사 님께 감사 편지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꽤나 고생을 한 모양입니다. 낯선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어린 저에게 고역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편지의 형식을 따라 인사를 하고 소개를 하고 그다음은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편지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편지는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팬 레터를 주로 썼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가닿기를 바라면서 정성으로 마음을 전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기대감을 잔뜩 갖고 군인과 펜팔을 했었습니다. 그 관계가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았지만 엄청 설레고 행복한 느낌들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 편지들의 추억 사이로 저자의 편지가 있습니다. 오롯이 나를 향한 편지가 아니라고 해도 저는 저만을 위한 편지라고 생각하며 책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그녀가 전하는 책 이야기와 편지에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면서 어떤 책들을 편지로 소개하는지 궁금함이 커졌습니다. 함께 따라가 보실래요?

 

저는 나와 남 사이엔 오해가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가끔 이해받을 때면 특별히 감사하는 편입니다. 상대가 나를 꼭 이해한다는 법은 없잖아요.(p36)

오해는 흔하고 이해는 귀하다는 제목으로 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작가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소개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어쩌면 저렇게 생각할 수가 있을까요? 남과 나 사이엔 오해가 기본이라니. 오해를 기본으로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나, 괜한 분쟁, 억울함, 서운 함들이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가족도 남이니 오해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덜 서운할 일입니다. 좋은 글은 좋은 사람이 쓰는 글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참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입니다. 그녀가 다 가진 것 같아 괜히 심술이 났던 마음도 조금은 옅어집니다. 역시 책을 읽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책을 갖다 붙입니다. 좋은 사람이지만 책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래서 주위에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계속 이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그녀와 나의 오해라고 해도 굳이 해명하지 않습니다. 이해를 바라는 사이가 아니니까요. 그 귀한 이해를 귀한 줄도 모르고 너무 남발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저를 돌아 보았습니다. 귀한 것은 귀하기 때문에 흔하지 않습니다. 흔해진다면 귀한 것이 아니겠지요. 이해가 귀한 것임을, 남과 나 사이엔 오해가 기본임을 그녀를 통해 배웁니다. 그래서 책 읽기가 좋습니다. 배울 수 있고, 성숙해질 수 있으니까요.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는 것처럼,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죠. 우리는 사랑의 종말이 ‘권태’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뒤라스는 사랑은 권태까지도 포함한다고 말합니다. (p55)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타기니아의 작은 말들>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영화 이야기도 하고 자신의 결혼 생활도 잠깐씩 이야기합니다. 익숙해져서 설렘이 떨어지는 관계가 아쉽기도 하지만 상대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풍경 같은 일상을 말합니다. 풍경 같은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결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해처럼 귀한 줄 모르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권태도 찾아오는 것이고요. 하지만 그 권태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익숙한 일상 가운데 남편은 이제 설렘의 대상이 되거나 크게 감사의 대상이 되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나를 모른척해주었으면 싶은 기분도 들고 귀찮은 일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있어야 완성되는 우리 가족이라는 풍경화입니다. 가슴 뛰는 사랑으로 결혼했더라도 매일이 가슴 뛰는 사랑이라면 심장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그 권태 안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권태로운 결혼 생활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다행입니다. 권태까지도 사랑하는 그 단계를 위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하기로 합니다.

 

소수적 감정은 자신이 인식하는 현실이 끊임없이 의심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에 자극받아 생긴 부정적이고 불쾌한 감정을 의미합니다. 어떤 모욕을 듣고 그게 인종차별임을 뻔히 알겠는데도“그건 전부 너의 망상일 뿐이야!”라는 소리를 들을 때 소수 적 감정은 생겨납니다.(p149)

이민 2세인 캐시 박 홍의 <마이너스 필링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소수 적 감정에 대해 말하는 부분입니다. 소수적 감정에 대한 정의도 쉽게 와닿았지만 “그건 전부 너의 망상일 뿐이야”라는 부분에서는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소수 적 감정이 많음을 느꼈습니다. 분명히 마음이 상했고 불쾌한 감정이 드는데 말로 하기는 애매한 상황과 말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소수 적이라는 감정은 소수라는 것으로 인해 차별받습니다. 소수 적 감정이라도 그 사람의 지위나 권력에 따라 소수적 감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혼자만의 감정이라도 그것을 소수적 감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종 차별을 견디며 그 사회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무던히 애쓰던 저자의 그려져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도 소수적 감정으로 인해 차별받는 약한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모두 스물한 권의 책이 정성스러운 편지와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열심히 책을 읽을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쓴 저자의 팬이 되고도 남은 마음들이 흐뭇하게 미소 짓게 합니다. 그녀의 눈에, 손길에 선택된 책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그 책을 고른 저자를 생각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간혹 제목이라도 아는 책이 나오면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름만이라도 아는 작가가 나오면 헤어진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가움에 미소 지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안다는 것에 후한 모양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 저자도 아는 사람에 들어갑니다. 그녀의 생각을 조금 나누었고, 책들을 나누었으니 더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녀가 그녀의 자리에서 좀 더 좋은 사람으로, 괜찮은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글을 써가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됩니다. 그녀의 책들을 조금씩 나누어주는 일도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밤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편지를 써볼 생각입니다. 그녀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담은 책 편지라면 더욱 좋겠지요? 함께 써 보실래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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