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클로리스

[도서] 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저/이수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의 출판사 책 소개는 다음과 같다.

 

" 불의의 비행기 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아 산속에서 길을 잃은 70대 여성 클로리스와 그녀를 찾는 여성 구조대원 루이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이 소설은, 문자 그대로 야생에서 길을 잃은 노년의 여성과 은유적으로 삶의 길을 잃은 젊은 여성의 특별한 여정을 통해 지금 우리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지금은 철저한 나의 오해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 소개 글을 읽었을 당시 이 소설은 위험에 빠진 클로리스와 그녀를 극적으로 구출해 내는 구조대원 루이스 간의 감동적이고 뭉클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내 마음대로 상상해버리곤 의심도 거의 하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나는 여성들 간의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이 처음에는 두 사람 간 세대 차이와 살아온 환경의 상이함으로 인해 관계의 시작은 다소 삐걱댈 것이다. 그러나 곧 수많은 역경을 함께 겪어 내며 두 사람은 서로를 서서히 이해해간다. 그 둘은 우정을 쌓아가며 이야기의 결말즈음에는 어떠한 연대를 구축하며 마무리될 것이다. 아마도 나이가 많은 쪽인 클로리스는 삶의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고 나이가 적은 쪽인 루이스는 인간적인 성장을 이루어 낼 것이다...... 라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주인공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만날 뻔한 극적인 순간이 오지만 결국 이 둘은 대면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클로리스가 우정을 나누는 사람은 출판사의 책 소개에 전혀 언급되지 않는 제3의 인물이다. 아마도 출판사는 이 책에 숨겨진 반전이 밝혀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언급을 피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나 역시 이 리뷰가 스포일러가 될까봐 밝히지 않겠다. 직접 읽으면서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 책은 영화화된다고 들었는데 아마 영화 트레일러는 반전을 강조하지 않을까? 장르는 아마도 스릴러를 베이스로 한 조난 영화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이 책은 소화하도 쉽고 심리적인 거부감도 거의 없는 묘사가 이어지는 류의 소설이 아니다. 나는 글을 읽는 내내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살아남은 클로리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메를로를 마셔대는 루이스가 혹시 무언가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걱정이 이어졌다.

직접적으로 심리적인 편안함을 주는 장면도 물론 군데 군데 존재한다. 구출된 이후 살아남은 클로리스가 사고를 회상하며 던지는 말들, 루이스가 종종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던지는 말들, 그리고 마지막에 루이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소녀가 던지는 말들 등 몇몇 장면에서는 그냥 삼키기만 하면 대사도 있다.

그러나 소설속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우리가 저자가 준 재료로 직접 차려야 한다.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 저마다 개성있는 행동특징을 보유한 인물들의 행동들을 하나 하나의 재료라고 볼때 우리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재료롤 손질해야 한다. 그 손질방법은 이 책을 읽는 이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연민과 이해의 깊이가 두터울때는 별로 힘들것 같지 않다고 본다. 인간이란 복합적인 내면을 가졌고 누구나 비밀은 하나씩 있으니. 만약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그들을 섣불리 판단해 버린다거나 감정이입은커녕 낯설음만 느낀다면 저자가 제공한 재료들로 적당한 밥을 차리긴 힘들 것이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든 생각은 작가가 이 소설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전조사를 했을까였다. 물론 나에게는 생명이 꺼져가는 인간의 생리적 작용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없기에 사고 현장의 묘사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아니고를 판단할 수 있지는 않았다. (이책을 읽을때 별로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튼 작가의 생생한 묘사는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여러 번 충격에 빠뜨렸기에 언급하고 싶다.

 

<책 속에서>

"테리(비행기 조종사)는 좋은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아직 이가 몇 개 붙어 있는 턱 일부가 셔츠 깃 속으로 떨어졌다. 푸른 눈 하나는 완전히 까매졌다. (중략) 그는 계속 정신 나간 비명을 질러댔고 나도 매번 대꾸하듯 질러댔다. (생략)"

"테리는 부서진 턱 조각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부르르 떨었다. 그런 참혹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 (중략) 테리의 오른 귀 위쪽에 구멍이 나 있었다. 구멍이라고는 하지만 머리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멀로 떠내기라도 한 듯했고 얼마간은 어깨 위에 멜론 속처럼 얹혀 있었다. (생략)"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비행기 사고를 독자에게 던진 뒤 곧바로 이어지는 처참한 사고 현장의 사실적인 묘사, 숲속에서 조난을 당한 72세 주인공 클로리스의 처절한 생존투쟁, 왠지 모르게 어딘가 수상쩍은 면들을 하나씩 가진 구조대원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출판사가 전략적으로 숨겨놓은 클로리스의 생존을 돕는 제3의 인물,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얽히고 또 풀어진다.

 

 

<책 말미에>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 문명사회에서 무엇은 용납되고 무엇은 용납되지 않는지 결정하는 방식은 참 우습다. 늘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이런 또는 저런 것을 욕망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와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지 않고 그것을 추구할 수 있는 품위 있는 방식을 발견해야 할 뿐인 듯하다."

 

이 책 속의 등장인물 하나 하나는 입체적인 내면세계를 가진 우리를 상징한다 . 우리는 누구나 남들에겐 쉽게 밝히기 힘든 괴이쩍으며 비밀스러운 면들을 몇 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물음을 던진다. 무슨 기준으로 그것들이 괴이쩍은 것이 된 것일까? 그 판단의 근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당신 스스로 정한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인간이 단면적인 면만을 가져야 한다고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설명가능한 내면만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일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