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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포스터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컨설팅 업체의
홍보 포스터에 타이거 우즈가 샷을 하고 잇습니다. 볼이 깊은 러프에 빠졌는지 휘두른 골프 아이언의
헤드는 한 움큼의 풀로 표면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스캔들과 슬럼프 때문에 예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타이거 우즈는 대단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
만 극적인 감동까지, 역사상 최고의 골퍼라고 해도 손색없는 그가 광고모델로 나왔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포스터의 작은 카피입니다.
"상황은 변해도 결과는 변치 않습니다. Conditions change, result shouldn't."
정말 멋있지 않나요? 아무리 상황이 나빠졌어도, 볼이 깊숙한 러프에 빠졌더라도, 하기로 한 업무
는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프로라고 부르는 프로페셔널은 전문가와는 다소 다른 어감입니다.
취미가 아니라 돈을 받고 직업적으로 일하는 전문가이니, 업무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기본입
니다.
서두칠 전 동원시스템즈 부회장은 프로 정신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라톤이 끝난 뒤 운
동장을 한 바퀴 더 도는 선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최선을 다했다면 쓰러져야 한다." 그러나 만일 목
표한 등수에 들었다면 꼭 비난받아야 하나요? 박원서의 수필 꼴찌에게 보내는 갈재에서는 끝까지 달려서
골인한 꼴찌 주자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고통과 고독을 이기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프로나 대행자가 책임져야 할 것은 그들이 최선을 다했는가 여부가 아닙니다. 의뢰인이
의뢰한 업무의 결과만 중요합니다.
회사원은, 샐러리맨은 프로입니다. 결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과정의 아름다움은 결재권자가 판
단할 것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읽어도 제게는 이렇게 들리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