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어서, 글 읽는 자들은 싸우고 또 싸웠고,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쳤다.” 소설 <남한산성>의 책머리에 작가 김훈이 쓴 글의 한 대목이다. 놀랍게도 38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도 별로 틀림이 없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 이후 우리 사회는 내부를 향한 언어의 백병전이 치열하다. 병자호란 당시 김상헌을 필두로 한 척화파보다 주화파인 최명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인식의 연장선일까, 곳곳에서 주화파들의 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