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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예쁜 것

[도서] 세상에 예쁜 것

박완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박완서 작가님의 생전에 난 그분의 작품을 접하지 못했다. 그분의 사후 주위의 권유에 의해 만나게 된 그분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난후 난 작가님의 글에 빠졌다. 이후 그동안 접하지 못한 그분의 글에 한풀이라도 하듯 그분의 작품을 닥치는대로 구해서 읽었다. 그분의 작품을 대하면 대할수록 그분이 살아계실 때 그분의 작품을 접하지 못함이 그렇게 죄송스럽고 송구할수가 없었다. 그분의 생전에 그분의 작품을 대할 수 있었다면 먼발치에서나마 그분을 뵐 기회를 가져보거나 그분의 음성을 들을 기회를 마련 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뒤늦은 후회. 그저 아쉬움뿐이다.

 

  박완서 작가님은 특이하게도 40의 나이에 등단을 하셨다. 그분의 작품을 대하면서 들게 된 의문이었다. 왜 모든 것으로 부족함이 없으셨을, 이제는 삶이 안정되었을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그분의 무엇이 작가의 길로 내몰았을까. 하지만 이런 의문은 그분의 작품을 대하면서 풀렸다. 그분의 글은 박완서 작가님의 한풀이였다. 박적골에서 부족함 없는 어린시절을 보내던 박완서 작가님의 삶은 아버님의 죽음으로부터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서울생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셨던 할아버지의 죽음, 꽃다운 나이 20살에 맞게 된 6.25 전쟁,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오빠의 죽음, 그리고 남과 북의 이념을 오가며 날마다 죽음의 고비를 넘나든 북의 지배하의 서울생활, 실질적인 가장으로서 식솔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생존을 위해 기본적인 양심도 팔아야 했던 시절, 먹고 살기 위한 물장사, 미군부대 PX에서의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 그리고 찾아온 첫사랑의 이픈 기억, 한해에 남편과 아들을 동시에 잃어버린 참척(慘慽)의 세월, 그 고통에 삶의 포기하려 했던 순간들, 그러한 모든 고통의 순간들을 견디어 오면서 그 많은 상흔들이 작가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으로 남아있었을 터. 우리네는 이중에 한두 개만 겪어도 삶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고통을, 그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온 작가. 그의 글은 작가의 가슴속에 핏덩이로 뭉쳐진 한풀이였다. 쏟아내지 않으면 그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그 한들이 표현돤 그분의 글. 그분의 글은 이런 한풀이였고, 그 쌓였던 한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분은 다작을 하셨다. 얼마나 그 한이 깊었기에 작가는 애기한다. 나는 문학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를 달구었던 것은 창작욕이 아니라 증오였다그러한 복수심과 한이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의 원천이었지만 그로 인한 복수심이 원경(遠境)으로 물러나면서 비로소 소설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그래서 일까. 세세한 기억을 되살려 마치 어제의 일처럼 담담하게 풀어써낸 그 분의 글은 군데군데 그런 한들이 뭉쳐있었고, 그런 한은 글이 되어 때로는 폭풍처럼, 여름날 쏟아지는 장대비처럼 우리들 가슴에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쏟아져 내린 장대비는 모아져 계곡의 급류가 되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그 굽이쳐 흐르는 물길이 모든 것을 쓸어가듯, 우리 가슴에 담긴 고통과 한까지도 휩쓸고 지나갔다. 그래서 그분의 글을 통해 우리는 마음의 치유를 얻었고, 우리의 한이 소멸되어진 개운함에 가슴이 뻥뚫리는 후련함도 느꼈다. 역설적이게도 작가의 한(恨)의 노래는 우리가슴에 잠재워진 한()들을 속아내기위한 치유제였다. 그래서 였을까 그분의 글을 읽고 나서 느낀 그 후련함은. 그리고 웬지 모르는 미련은.

 

  하지만 박완서 작가님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세상에 예쁜것은 기존의 그런 한풀이가 아니다. 그저 할머니가 손주를 무릎에 앉혀놓고 애기하듯 소곤소곤 삶의 비밀들을 들려주신다. 그 애기들은 지난 기억들의 잔재와 시간의 기록, 그리고 그때에는 가슴 아픈 현실이었지만 시간이라는 치유로 인해 이제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은 가슴 아린 기억들. 시간은 모든 걸 잊게 만들고 또한 모든 걸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인 듯하다. 서슬퍼렀던 그 한의 조각들도 이 책에서는 이렇듯 여유 있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니.

 

  이 책의 첫 단락인 나는 왜 소설가인가에서는 한이 소설로 승화될 수밖에 없었던 인생의 여정을, ‘시간은 신이었을까에서는 시간이 주는 치유의 능력을, ‘세상을 지탱하는 힘에서는 삶의 참된 지혜를, ‘전원생활은 고요한가에서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전원생활이 주는 즐거움과 번거로움을 애기하고 있다. 더불어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는 삶에 있어 느껴지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먼저 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삶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인연을 맺고 맺히며 살아온 그 많은 인연들과 이승의 인연이 다함에서 오는 그리움과 애닮음이 한가득 전해진다. 마치 삶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수십년을 면벽수행한 노스님의 잔잔한 설법을 듣는 것 같은 성찰과 지혜가 전해져 온다. 그래! 삶은 그리 대단한것도 위대한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는 그분의 잔잔한 가르침이 가슴깊이 전해져 온다. 그래서 인가 그동안 작가님의 책을 대할 때 마다 책의 표지에 있는 박완서님의 사진을 본다. 그 어떤 사진보다 이 책에 있는 사진이 가장 평안해 보인다. 이제는 인생을 관조하실 나이가 되셔서인지, 아니면 모든 걸 털어놓고 내어놓고 난 홀가분함 때문인지, 삶에 있어서 절대 비밀을 알아버린 그 초연함 때문인지 그분의 모습이 한없이 평화롭다. 하지만 이런 모습조차도 폭풍우처럼 우리의 가슴을 헤집고 지나가 우리의 가슴을 치유했던 그분의 글을 더 이상 대할 수 없음이 주는 안타까움을 잠재울수는 없었다.

 

  작가 박완서. 한의 분출을 통해 치유의 글을 써내려간 당신, 그 모든 증오들이 증오가 아닌 용서와 관용이었음을 당신의 글을 통해 알았습니다. 삶은 미워하고 증오하기보단 사랑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삶은 그렇게 소소한 행복이 이어지고 엮어진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당신을 통해 알았습니다. 당신이 있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 시대의 영원한 우리의 어머니, 박완서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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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키드만

    이웃집의 툇마루에 앉아 나이 지긋하신 어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보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며 또 다른 결심도 해보게 되는... 좋은 책이었어요..
    저도 이제 더 이상 그분의 새로운 글을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요..
    박완서님의 작품들을 통해 그분과 충분히 교감하고 계시는 후안님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어요... ^*^

    2012.11.15 14:14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후안

      키드만님말씀처럼 이분의 생전에 그분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편협적인 독서를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는 계기도 된듯 합니다. 최근에 작가의 여러책을 읽었지만 그중에 자식과 남편을 동시에 잃고서 분노에 찬 글과 삶에 있어 찾아온 각종 고난들로 인하여 세상에 대한 원망이 실린 글도 많았는데 이책은 그저 잔잔히 흐르는 커다란 강물을 보는것 같은 느낌을 주더라구요... 박완서 작가님의 마지막 유작이라 그 아쉬움은 더 컸네요...

      2012.11.23 10:15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처음엔... 읽어야 하나 고민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읽고 나서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던 책이구요. 그분이 왜 소설을 쓰셨는지 왜 쓸수 밖에 없었는지 다시 생각하는 글이었답니다. 이젠 고인이 되셔서 만날 수 없지만... 그래서 더 기분 좋게 애잔하게 읽었답니다.
    세상에 예쁜것... 참 많지요. ^^

    2012.11.16 09:1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후안

      네 맞습니다. 삶에 있어 진정으로 귀한것이 무엇인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더라구요... 이 책을 읽고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작가님의 말씀처럼 세상에 그리 예쁜것이 많은데 우린 그저 앞만보고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내쳐가기만 하니 볼수가 없었겠지요.. 눈을 뜨고 있어도 아름다운것을 보지못한 장님으로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박완서작가님이 이책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2.11.23 10:17
  • 기쁨주기

    20대 시절부터 좋아했던 작가인데 훙안님의 리뷰처럼어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머니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눈시울이 뜨거워 졌답니다. 삶에 영향을 주었던 분들이 이렇게 한 두분씩 떠나니까 왠지 착찹한생각이 든답니다.

    2012.11.17 21: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후안

      기쁨주기님 말씀처럼 그분의 작품을 최근에 여러개 접하고 나서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애기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의 애기고..잔잔히 전해지는 이 책에서의 애기도 그저 나이먹은 자식을 앞에두고 삶에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가라고 조용조용 말씀하시는듯 한 착각에 빠지게 되더라구요... 좋은 신분들이 이제 이세상에서 뵐수 없지만 그분들의 작품을 통해 그분들의 추억은 갖게되니, 그것만이라도 위안으로 삼고서 그저 작가를 그리워 할수밖에요...

      2012.11.23 10:19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