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국의 TV프로에서 “중국제품(Made in China)을 쓰지 않고 하루를 살기”라는 제목의 다큐를 상연한 적이 있었다. 결론은 생활 불가였다. 비오는 날 아침 쓰고 나가야 되는 우산부터 시작해서 신발, 음식료, 전자제품속의 부품등.. OEM방식으로 제작된 수많은 제품들속에 Made in China가 새겨져 있었다. 막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한 싼 인건비를 무기로 전세게 제조업 시장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 중국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막대한 외환을 확보했다. 한때는 그저 못사는 공산주의 국가에 불과하던 중국은 현재는 G2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그 막대한 자금능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자원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한때 아시아의 맹주역할을 하던 일본이 자신들의 엄청난 경제력을 이용해 전 세계의 부동산을 사들이던 것과는 달리 중국은 전 세계의 자원을 사들이고 있다. 이 책 『승자독식』은 이러한 중국의 자원 확보 전략이 전 세계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들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인구는 페니실린의 발명과 의료기술의 발달, 생활의 향상으로 인한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중가하고 있다. 지구의 인구 40%가 불과 직전 40년 동안에 증가했다. 인구센서스의 예상대로면 2050년에는 지구상의 인류는 약 100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급중 하는 인구는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식량, 물, 그리고 다양한 공산품을 필요로 한다. 거기에 생활의 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물자를 소비하게 되고 이는 더 많은 자원의 확보 및 소비를 의미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그 자원을 더 많이 쓰는 나라가 있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돌아가는 자원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원을 많이 쓰는 나라가 지금 쓰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자원을 미래를 위해 미리 독점해 놓는다면? 다른 모든 나라는 앞으로 자원을 손에 넣는 것조차 힘들어진다면? 저자는 이 책 『승자독식』에서 고갈되는 자원 공급의 현황과 자원 수급의 불균형, 그리고 자원 시장의 경제학적 원리에 이르기까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통해 자원 확보가 미래의 생존 문제에 얼마나 치명적인 사안이 될 것인지 강조하고 있다.
원래 자산의 가격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정해진다. 영국의 고전학파 경제학자인 아담 스미스에 의해 주장된 경제이론인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산의 가격은 결정된다. 하지만 중국의 자원 확보 전략은 이런 시장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익히 인정되고 있는 가격을 무시하고 자원을 사들이고 있다. 이러한 가격 구성의 원칙을 무시한 자원 확보 및 사재기는 수요와 공급의 광범위한 이동을 넘어, 앞으로 상품 가격의 변동은 중국의 자원 원정이 부추기거나 좌우할 공산이 크다. 국제 상품 가격의 결정에 중국이 갖는 영향력은 단지 중국이 자원을 원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지고 이제는 부유해지기까지 한 나라가 자원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공산주의 정부가 갖는 강력한 통제력과 국가 지배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정부의 엄청난 지원에 힘입어, 오늘날 실질적인 제로 자본비용과 결합된 중국의 엄청난 구매력은 대부분의 잠재적 경쟁을 무력화시킨다. 시간이 가면서 중국이 이 게임의 유일한 참여자로 인식되면 거래를 찾는 비용이 떨어지게 된다. 경쟁력이 있는 제안을 내놓는 구매자의 수가 줄어듦에 따라 판매자는 유일한 구매자이자 최초로 선택권을 가진 구매자인 중국과 사업을 하기 위해 줄을 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가격을 무시한 자원 확보 전략은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는 유한한 자원에 대한 수요가 쉽사리 자원의 가격을 올리고,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한나라의 경제가 살아나고 그 국민이 편안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선 다른 다수가 물가 급등에서 오는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며 지금보다 더 못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사람들은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며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전망을 뒤엎는 큰 변수가 자원 시장에 등장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4조 달러에 가까운 GDP 성장을 이룩했다. 또한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도시화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중국에는 이미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가 40개나 있었지만, 2020년까지 그만한 규모의 도시가 225개 더 늘어날 것이다. 도시의 생활 방식은 전기, 수도, 교통 등 모든 방면에서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고, 도시 인구의 증가는 그대로 자원 수요의 증가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주어졌던 유예 기간은 모든 국가가 조사 당시의 소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경우를 상정한 것에 불과하다. 중국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은 모든 것을 다시 보아야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나라 역시 중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공격적인 자원 확보 정책을 상세히 다루며 중국이 미래의 자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은 페루의 구리 산 하나를 통째로 30억 달러에 사들이고, 아프리카에 융자를 내주고 기반시설을 건설해주며 자원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2011년 외환 보유액 3조 달러로 세계 최대의 현금 동원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필요하다면 아무리 많은 금액이라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어떤 제약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 듯한 중국의 거침없는 자원 확보 열풍은 세계 어느 나라도 대적할 수 없어 보인다. 서구 국가들은 중국의 물량공세를 자원 보유국을 정복하려는 ‘신 식민지주의’라고 비난하지만 저자는 중국의 태도가 오히려 ‘반 식민지주의’에 가깝다고 말한다. 중국은 자원 보유국의 정치나 사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원하는 만큼의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중국은 자원을 얻고, 자원 보유국은 필요한 돈과 시설을 얻는다. 자원 보유국을 대등한 교역상대로 보려 하지 않는 서구권 국가들과 비교할 때 자원 보유국이 어떤 나라와 거래하고 싶어할지는 명백하다.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앞으로 40년 안에 물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지리라는 전망이 있고, 과학 전문 학술지 《네이처》는 2010년 이미 세계 인구의 80퍼센트가 수자원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에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 식량 공급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영국 정부는 20년 안에 전면적인 식량 배급제를 실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석유와 광물 채취에는 갈수록 더 큰 위험이 따르고, 더 많은 비용이 든다. 거기에 더해 중동을 비롯한 주요 자원 보유국의 정치 상황은 악화 일변도를 걷 고 있다. 다른 대안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자원의 투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자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유일하게 진지한 자세로 미래를 대비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각국이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기 시작하면, 거의 항상 정치적 불안정과 자원의 몰수, 심지어 전면적인 분쟁까지 일어날 수 있다. 베이징으로부터 브뤼셀거, 워싱턴 DC, 카라카스 그 밖의 세계 각국이 자원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고질적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생존과 공생을 위해서 중국의 독주는 견제되어야 한다. 저자는 자원 수급 현황에 대한 섬세한 분석 끝에 자원 위기 상황의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과거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끔찍한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다행히 기술이 발달돼 자원을 더 오래 사용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자원 경쟁의 승자는 단 하나뿐이고,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원 위기는 먼 미래의 재앙이 아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중국이 유일한 승자가 될 것이다.
우리의 식량 자급율은 22.6%, 원유 의존율 100%, 그리고 유엔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이다. 또한 중요 6대 자원에 대한 의존도 95%의 자원 부족국가이다. 수치로만 보면 자원 수입이 단 하루라도 중단된다면 경제의 존립자체가 어려운 국가이다. 단 한종류의 자원도 100%자급력을 갖지 못한 나라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이유나 경제적 이유로 세계 경제가 흔들릴때나 지역적인 분쟁에 의해서도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해 왔다. 치솟는 물가에 의해 국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지고 피폐해졌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경제 실정에 비추어볼 때 이 책은 우리의 자원 확보 노력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과 불안을 갖게 한다. 조그만 중동지역의 분쟁에도 춤을 추는 석유, 일부 국가의 기후변동에도 즉각 영향을 받는 우리의 곡물가, 이는 우리의 경제체제가 자원앞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실례이다. 이러한 우리의 경제 구조속에서 먼 미래를 바라보며 골리앗과 같은 중국의 자원 확보 전쟁에 맞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이 땅의 위정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