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동양고전 잠언 500선

[도서] 동양고전 잠언 500선

범립본,홍자성,장조 저/신동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동양고전을 읽다보면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문득 문득 마주치는 글귀 때문이다. 옛 선인들의 말씀이 수 천 년이라는 시공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금 내 옆에서 애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의 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가르침을 베푸는 것 같다. 그럴 때면 그 문장과 한참을 같이 한다. 때로는 한없는 부끄러움을, 때로는 삶에 중심을 잡지 못하는 나를 향해 죽비와 같이 내리치는 그 말씀에 한없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동양고전을 읽어 나가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이렇듯 가슴을 파고드는 문구들을 따로 정리하다보면 책을 읽는 시간보다 정리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기도 한다.

 

  옛 선조들도 선인들의 말씀을 보다가 마음을 울리는 구절이 있으면 따로 정리해서 두고두고 되새기며 마음의 지표로 삼았다. 그런 책을 우리는 잠언집이라고 한다. 잠언은 잠()은 원래 고대에는 대나무 바늘을 뜻했다. 현대에 와서는 충고하거나 간하는 의미로 변했다. 그중 대표적인 잠언집을 꼽으라면 명심보감, 채근담, 유몽영을 들 수 있겠다. 세 책 모두 유가와 불가 및 도가의 사상을 하나로 녹인 유불도 삼교합일의 관점에 서술 되었다. 그래서 종교나 학문의 종류를 떠나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문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많은 이들이 애독한다. 이중 우리에게 가장 알려진 것이 명심보감이다.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다보면 서탁 위에 올려져있는 가장 대표적인 서적이고, 드라마 대사 중간 중간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 바로 명심보감이다. 그건 명심보감의 저자가 고려 말의 학자 추적으로 잘못 알려진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명심보감의 원래 저자는 원나라 말기 향리에 은거하며 저술에 전념하다 생을 마친 범립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명심보감은 총 43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행을 권장한 계선을 시작으로 부녀의 행실을 언급한 부행 등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근담은 청대 중기의 홍옹명이, 유몽영은 청조 초기 도서를 정리하고 교정하는 한림공목을 지낸 장조의 저서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3권의 잠언집은 난세의 타개방안으로 삼교합일의 정신에 입각한 처세술을 제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 신동준은 그 3권의 책 1,013장 가운데 약 500장만을 추려서 이 책 동양고전 잠언 500을 저술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책의 내용을 유가의 수제치평(修齊治平)과 도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 불가의 출세득오(出世得悟)로 나눈 뒤 관련 내용이 많은 수제치평(修齊治平)은 다시 권학, 수신, 제가, 치국평천하등 4개로 세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책에는 저자가 선별한 500여개의 문장과 그 원문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그 원문에 대한 자구해석만 기재되어 있을 뿐, 저자 개인의 생각이 담겨있지 않다. 즉 해설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저자들의 경우 해설을 빙자해 개인의 생각을 너무 강하게 어필함으로 인해 독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사고의 자유를 제약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는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고전이 수 천 년의 시간을 지나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고전속의 각각의 문구가 읽는 이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삶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고전의 문구를 대하는 느낌도 개개인이 다르다. 이걸 인정치 않고 자신의 해설을 덧붙임으로 인해 사고의 제약을 기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헌데 이 책은 불필요한 사족을 달지 않아 읽는 이의 사고의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 스스로 접한 문장을 자신의 삶에 마음껏 대입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저자 신동준은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다. 더불어 수많은 동양고전의 역자로도 유명하신 분이다. 동양고전에 대한 깊은 학식을 가진 분이 고전중의 엑기스인 잠언집, 그 잠언집 중에서도 중요한 구절만을 선별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신뢰도는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된다면 이 책의 근간이 되는 3권의 잠언집을 비롯하여 옛 선인들의 말씀을 자주 만나면 좋을 것이다. 잠언집은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바쁜 일상에 치여 돌아보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 책안에 들어있는 구절만이라도 접하고 스스로의 마음과 행동을 바로잡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삶을 통해 구현할 바와 지켜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스스로를 다잡는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500개의 문장으로 구성된 책의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마음먹고 읽으면 서너 시간이 면 족하리라. 하지만 이 책을 그저 그렇게 읽어서는 안된다. 또한 그렇게 읽을 수도 없다. 발길을 잡는 문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야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주마간산 격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이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필사노트가 첨부되어 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필사하기 좋은 문구만을 따로 선별해서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필사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아깝다. 책상 옆에 두고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한 문장씩 읽어보고 연습장에 그 문구를 몇 번 써본다거나, 그 구절을 암송하기 위해 자주 들쳐보는 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아니면 출 퇴근길 스마트 폰에 머리를 박고, 세상적인 시끄러움과 같이 하기보다는 항시 소지하며 노트에 있는 문장 하나를 가슴에 담고, 그 문장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지루하고 무의미한 출퇴근 시간이 여유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그 문장에 비춰진 진정한 나를 보게 되고,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 올바른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마음의 모습을 가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네 선조들이 잠언집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이고, 이 책의 저자가 바라는 것은 아닐까. 책속에서 만난 마음을 울리는 문장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선조들의 말씀이 수 천 년이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도 우리에게 전해지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각각의 단락마다 마음에 남는 문구들이 많다. 그 많은 문구를 일일이 열거하다보면 책 전체를 필사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중에 잔흔이 많은 남은 구절을 기록해봄으로 그저 그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1장 권학(勸學) 학문을 연마하라 -

 

배움을 실천하는 순서는 이와 같다. 첫째 널리 배우는 박학, 둘째 자세히 묻는 심문, 셋째 삼가 생각하는 신사, 넷째 밝게 변별하는 명변, 다섯째 독실하게 실천하는 독행이 그것이다.

爲學之序.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위학지서. 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명변지, 독행지.

 

다정한 자는 죽는 생사를 이유로 마음을 바꾸지 않고, 애주가는 춥고 더운 한서를 이유로 주량을 바꾸지 않고, 독서가는 바쁘고 한가한 망한을 이유로 독서를 중단하지 않는다.

多情者不以生死易心, 好飮者不以寒署改量, 喜讀書者不以忙閒作輟

다정자불이생사역심, 호음자불이한서개량, 희독서자불이망한작철

 

2장 수신(修身) -심신을 수양하라 -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고,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 -제갈량-

謀事在人, 成事在天. (모사재인, 성사재천)

 

스스로 드러내는 자는 밝지 못하고,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자는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내세우는 자는 공이 없거, 스스로 위대하다고 여기는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 노자 -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誇者不長

자견자불명, 자시자불창, 자벌자무공, 자과자부장

 

3장 제가(齊家) 집안을 다스려라 -

 

몸과 터럭과 살갗은 어버이로부터 받은 것이다. 감히 헐거나 상하게 하지 않는 게 효도의 시작이다. 몸을 세우고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떨침으로서 어버이를 드높이는 게 효도의 마침이다. - 논어 효경 -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損,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손, 효지시야. 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나라를 다스릴때는 아첨하는 신하를 쓰지않고, 집안을 다스릴 때는 간사한 부인을 들이지 않는다. 좋은 신하는 나라의 보배이고, 좋은 부인은 집안의 보물이다. 헐뜯는 신하는 나라를 어지럽히고, 질투하는 부인은 집안을 어지럽힌다. - 상군서 -

治國不用佞臣, 治家不用佞婦. 好臣是一國之寶, 好婦是一家之珍. 讒臣亂國, 妬婦亂家.

치국불용녕신, 치가불용녕부. 호신시일국지보, 호부시일가지진. 참신란국, 투부란가.

 

4장 치평(治平) 세상을 다독여라-

 

곧은 사람을 발탁해 굽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이 복종하고, 굽은 사람을 발탁해 곧은 사람 위에 두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 -논어 -

擧直措諸枉, 則民服. 擧枉措諸直, 則民不服 거직조제왕, 즉민복. 거왕조제직, 측민불복

 

허물은 남고 같이할지언정 공덕은 같이하지 말라. 공덕을 같이하면 서로 시기하기 때문이다. 환난은 남과 같이할지언정 안락은 같이하지 말라. 안락을 같이하면 서로 원수처럼 싸우기 때문이다.

當與人同過, 不當與人同功. 同功則相忌, 可與人共患難, 不可與人共安樂, 安樂則相仇.

당여인동과, 불당여인동공. 동공즉상기, 가여인공환난, 불가여인공안락, 안락즉상구.

 

5장 자연(自然) 무위를 실행하라-

 

복 가운데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게 없고, 재앙 가운데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게 없다. 오직 일 때문에 괴로워해본 사람만이 바야흐로 일이 적은 것이 복되다는 것을 알고, 오직 마음의 평안을 되찾은 사람만이 비로소 마음 쓰는 일이 많은 것이 재앙이 된다는 것을 안다.

福莫福於少事, 禍莫禍於多心. 唯苦事者, 方知少事之爲福, 唯平心者, 始知多心之爲禍.

복덕복어소사, 화막화어다심. 유고사자, 방지소사지위복, 유평심자, 시지다심지위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니, 이는 장자의 행복이다.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되니, 이는 나비의 불행이다.

莊周夢爲胡蝶, 莊周之幸也. 胡蝶夢爲莊周, 胡蝶之不幸也

장주몽위호접, 장주지행야. 호접몽위장주, 호접지불행야

 

6장 출세(出世) - 인연을 쫒아가라 -

 

악행을 저지른 뒤 남아 알까 두려워하면 아직 선행으로 돌아갈 길이 남이 있는 것이다. 선행을 행한 뒤 남이 모를까 조급해하면 아직 악행의 뿌리가 남아 있는 것이다.

爲惡而畏人知, 惡中猶有善路. 爲善而急人知, 善處卽是惡根.

위악이외인지, 악중유유선로. 위선이급인지, 선처즉시악근.

 

부귀하고 수고롭고 초체한 것은 편안하고 한가한 빈천만 못하다. 빈천한데도 교만하게 객기를 부리는 것은 부귀하면서 겸손하고 공손한 부귀만 못하다.

富貴而勞悴, 不若安閒之貧賤. 貧賤而驕傲, 不若謙恭之富貴.

부귀이노췌, 불약안한지빈천. 빈천이교오, 불약겸공지부귀.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꿈에 날개를 달자

    요즈음 제가 철학 공부를 하는데.. (물론 듣는다고 아는 것도 아니고, 그걸 이해하는 것도 아니지만요 ㅠㅠ) 우리나라 학자들이 쓴 책도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동양 고전 하면 생각나는게 논어, 맹자, 손자병법 등이잖아요.
    근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인도 철학서도 있다는 것에 감탄을 했지요.
    좋은 말을 모아 놓았으니... 더 마음에 깊이 들어올까요?

    2015.05.20 14:3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후안

      철학이나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은 아마도 인도가 훨씬 더 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양하기도 하구요. 동양고전은 철학서라기 보다는 우리의 마음을 바로잡고 삶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지침이지요. 물론 지침서를 읽는다고 그 지침대로 사는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 그저 연약한 인간으로서 선인들의 문구에 자신의 마음그릇을 비쳐보는 정도로 조금씩 가다듬어 갈뿐입니다.

      2015.05.26 13:21
  • 파워블로그 블루

    후안님이 언급하신 세권의 동양고전을 제대로 읽은 게 없군요.
    리뷰를 읽어내려오면서 소설만 읽을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동양고전도 읽어야지 반성해요.
    후안님이 남겨놓으신 구절을 읽으면서 저도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

    2015.05.26 14: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후안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니 그 취향대로 보아야지요. 전 블루님의 리뷰를 통해서 제가 읽지않은 책에 대한 많은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이 블로그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내가 알지못하는 세상. 내가 보지 못하는 것에대한 지식을 얻는 것 말입니다. ^^

      2015.05.28 10:05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