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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서비스 디자인

[도서] 좋은 서비스 디자인

루 다운 저/윤효원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정부 웹사이트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가? 비교적 간단할 수 있는 업무에도 정부나 지자체 사이트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혼자 있는지 확인한다. 분명히 화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커피 한 잔 준비해야 한다. 신경 안정제 대용으로 말이다. 셋째 적어도 2~3시간은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문자 메시지에 답이라도 하면 시간은 늘어난다.

정부나 지자체 웹 사이트는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출처=픽사베이

 

농담 섞인 사례지만 웃픈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 서비스는 왜 이 모양일까? 이것저것 하다가 결국 전화를 하고, 전화를 하면 다른 부서로 연결하기 바쁘다. 필자는 문의 내용을 3번 4번씩 반복하기 일쑤였다.

 

포노 사피엔스, 디지털 네이티브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선보였고,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가 되었다. 지금 인류는 스마트폰이 통화의 기능을 넘어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여긴다. 첫 번째 아이폰이 지난 2007년 공개된 지 불과 10년 만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엄청났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smartphone)'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인류)'의 합성어로,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

 

4차 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듣기만 해도 아리송한 기술의 변화와 함께 시장 생태계를 중심으로 전 세계 비즈니스 질서와 자본의 무게가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류 사회는 거대한 근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변화를 4차 산업혁명, ‘혁명’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지지 않은 현대인이 없으며 조그마한 기계는 업무는 물론 메신저 역할, 사진 촬영, 미디어 시청 등 광범위한 일을 가능케한다. 함께 카페에 와도 커피를 앞에 두고 서로 앉아 스마트폰만 만지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 속 가상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말이다. 그리고 지난해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디지털 세계 락인(Lock-in) 현상을 더욱 강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매일 전 세계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한다. 디지털이 일상인 시대 서비스를 이용하다 화가 나지 않기 위해서 <좋은 서비스 디자인> 루 다운(Lou Downe) 저자는 디지털 서비스를 직관적이며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15가지 방식을 제시한다. 영국 정부에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하며 디자인 디렉터로서 중앙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했으며 영국 정부의 서비스 디자인 원칙을 정립했다. 이 책은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에 관한 책이다.

 

자동차에 숨겨진 서비스 디자인

차를 좋아한다. 신차 소식이 어느 때나 반갑고 자동차 리뷰 영상을 보며 머리를 식히기도 한다. 상품기획자였던 필자는 자동차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통해 그들의 고민을 엿보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들의 결과물을 보면서 이 차의 타겟 고객은 누구며 목적성은 무언인지, 기획 단계를 역으로 유추하는 것이 즐겁다. 자동차는 운송수단을 넘어 주거 수단으로 진화했다. 전자 장비는 더욱 늘었고 이에 따라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UI, User Interface)은 필수가 됐다. 차량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외부 디자인을 보고 시선을 사로잡고 내부 인테리어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국내 자동차 업체 현대차(Hyundai)와 기아(KIA)의 특장점은 공간 확보와 인테리어에 있다. 같은 사이즈에도 내부 공간을 잘 뽑기로 정평(定評)이 나있다. 내부 인테리어는 어떤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버튼이 지나치게 많고 네비게이션의 느린 반응 때문에 사용하지 않게 되는 사용자 환경에서 탈바꿈됐다.

쉐보레(트래버스) 실내 인테리어. 출처=gpkorea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 쉐보레(Chevrolet)의 실내 디자인을 본 적이 있는가? 쉐보레의 판매 대수가 국내에서 유독 낮은 것은 국내 브랜드의 내부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 때문 아닐까. 현대 기아 브랜드의 국내 점유율은 약 80%에 이르는 것을 감안한다면 운동 성능 하나만으로 쉐보레를 선택하기 아쉽다. 어차피 안전속도라는 명분으로 5030(제한 속도 50 또는 30km/h)의 나라니 말이다.

 

디자인 중심 사고가 필요하다.

루 다운 저자는 “영국 정부는 정부 예산의 약 80%를 서비스에 지출한다”면서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비용 중 최대 60%가 실패한 서비스에 이용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부의 민원 상담 전화라든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사회 복지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영국 나쁜 서비스 디자인이 영국 납세자에게 가장 불필요한 손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잘못된 디자인, 더 적나라하게 “나쁜 디자인은 돈 낭비”라고 지적한 것이다.

 

공공 주도 서비스 사업이 혹평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무엇보다 서비스는 면밀한 조사나 심사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그는 “사용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조직과 사회 전체에 좋은 서비스를 달성하는 일에 달려있다”면서 좋은 서비스와 조직, 장기적인 가치와 사용자의 상관관계를 디자이너 관점으로 풀어낸다.

 

체계적으로 설계된 서비스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다. 출처=픽사베이

 

이 책의 특징

이용자의 자연스러운 선택을 위해 기획자들은 치열하게 고민한다. 당연한 질문을 거듭하고 본질은 무엇인지, 군더더기는 어떻게 제거할지 와 같은 치열함 말이다. 디자이너의 입(?!)을 통해 듣는 그의 고민은 흥미롭다. “익숙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과 이를 벗어나 더 나은 방식을 찾는 것 사이에는 미묘한 균형이 있다.” 디지털 서비스 하나를 내놓기 위한 고민의 정도를 체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직과 디자인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문을 소개하는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구조는 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멜빈 콘웨이(Melvin Conway)가 1967년 발표한 <위원회는 어떻게 발명을 하는가?>라는 논문은 50년이 지난 후 재조명 받았다고 그의 책에 나와있다. 이 논문은 고립된 조직이 고립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현상을 최초로 설명 한 논문이다.

 

올해 초 박준형이 운영하는 ‘와썹맨2’에서는 농협 본사를 방문해 일일 신입사원 체험기를 방영했다. 박준형은 농협 디지털 플랫폼 팀에 배정받아 팀 회의 중 질문도 하고 분위기를 전화하기도 했으며 예능감을 뿜어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NH콕뱅크’의 새 로고 디자인이었는데 박준형은 ‘콕뱅크가 MZ 세대와 친해지고 싶어요’라는 미션을 받은 후, 디자인을 전공한 실력으로 트렌디한 감각을 담아냈다.

 

와썹맨 영상 댓글 캡처 화면. 출처=이슈데이

 

문제는 농협이라는 조직에 있다. 회의 중 박준형이 꺼낸 질문은 시청자로 하여금 공감을 자아냈지만 윗사람들의 시대를 읽지 못한 채 결정되는 사안들은 ‘관료적 조직’이라는 인상을 깊이 새기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예능에 출현했을 것인데, 역효과였음에 틀림없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방식에 불쾌함은 거들 뿐.

 

일본의 고산수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하는 디자이너의 시선 또한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특징이다. 일본의 조경은 멀리 떨어져 있는 매우 작은 요소로 구성돼 ‘여백의 미’를 바탕으로 공간을 디자인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하는 단어와 단락, 이미지, 그림 사이의 공간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데에도 시간을 할애해서 ‘여백의 미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감(Inspired)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그는 “전통적인 고산수 정원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단계 사이의 공간은 주변에 있는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용한 기능을 한다”라고 말했다.

 

비유를 통한 디자인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서비스 단계의 수를 리듬(rhythm)으로, 각 단계를 실행하는 속도를 템포(tempo)로 음악 용어에 비유해 독자로 하여금 서비스 단계와 실행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시킨다.

 

아쉬운 점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있었으니, 형용사로 된 수식어 위주의 문장에 있다. 원문을 최대한 헤치지 않는 선에서 번역을 했으리라 이해하지만 영국 특유의 고지식한 표현법이 책에 녹아있지 않았나 생각되는 지점이었다. 둘째는 책 소개에 등장하는 기업 사례에 있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Uber)나 자전거 공유 업체 오포(Oppo)는 비교적 친숙하지만 시티맵퍼, 겟미홈, 아이언 브루 같은 기업들은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만약 ‘서비스 도달’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뉴요커(The New Yorker)’ 잡지의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기사 대신 국내 실정에 맞는 내용으로 부분적으로 변경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발자들과 디지털 담당자, 기획자 등 IT업계에 종사하는 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며 저자가 제시하는 좋은 서비스 디자인 법칙 일부를 소개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법칙 1. 찾기 쉽다

법칙 2. 목적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법칙 3. 사용자의 기대치를 설정한다.

법칙 5. 친숙한 방식으로 기능한다.

법칙 6. 사전 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법칙 13.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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