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깡꿈월드입니다.
여기 주변 사람들에게 까칠하고
작은 일에도 버럭버럭 화를 내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가 좋아집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763. " 오베라는 남자 "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하루가 무섭게 변해가는 세상과 달리
매일 같은 삶을 사는 남자가 있다.
아침 6시 15분 전에 일어나
같은 양의 커피를 마시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순찰하는
칸트보다 더 규칙적인 삶을 사는 그의 이름은 오베이다.
그는 쉽게 변하는 세상이 싫었다.
아니 자신의 소중한 것이 변하는게 싫었다.
그랬기에 한 집에서 40년을 살았고,
한 명의 여자만 사랑했고,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보냈다.
그렇게 살아온 그의 곁에 지금 남은 건 하나도 없다.
사랑하던 아내가 죽은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그녀는 아무 색도 없던 그의 삶을 비춰주는
무지개 같은 사람이었다.
기다리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오베지만
그녀라면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사랑했지만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났다.
다 괜찮을 거라는 말과 함께.
그래서 오베는 그녀 곁으로 가기를 소망했다.
이 생에서 함께 할 수 없다면 저 생에서 함께 하겠노라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끝마쳤다.
장의사에게 돈도 냈고 교회 묘지에 묻힌 아내 옆에
자리 묏자리를 만드는 것에도 동의했다.
변호사를 불러 지시사항이 분명히 담긴 유언장도 썼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평화롭게 죽는 것뿐이었다.
이제 천장에 막 고리를 박으려는 순간,
엄청나게 시끄럽고 성가신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건너편 집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잠시 후면 이 시끄러운 소리도 끝이었다.
오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오베는 다시 눈을 떴다.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오늘 죽기엔 이미 늦었으니 내일 다시 죽기로 결심한다.
다음 날도 다음 다음날도 오베는 죽을 수 없었다.
그는 주인이 없는 고양이의 밥을 챙겨줘야 했고
자전거를 못 고치는 남자에게 고치는 법을 알려주어야 했고,
임산부의 운전강사가 되기도 해야 했다.
그래도 오베는 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혼자서 찬 곳에 누워있을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자신이 없으면 무서워 잠 못 이룰 그녀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다시금 올가미에 머리를 집어넣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 다시 또 그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래 내일 죽자.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
그렇게 삶을 이어가던 어느 날
오베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강도에게 습격을 당한다.
여기서 끝나는건가..
머리는 형광등이 폭발하듯 아파왔고
귓속에서 피가 꿀렁이듯 뛰는 혈관 때문에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정말 이대로 죽는 걸까?
그토록 바라왔던 죽음을 마주한 순간 오베는 깨달았다.
자신은 아직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에게 먼저 손 내밀어 준 이웃사촌들,
그를 보며 환히 웃어주던 이웃집 아이들,
그만 기다리고 있을 고양이를 생각하니 맘이 아려왔다.
누구와도 마음을 나눈 적이 없는데 왜 그들이 보고 싶은 걸까?
그는 아내를 만나게 될까, 이웃을 만나게 될까?
# 이 책은 제가 직접 도서관에서 빌려온 우리 모두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