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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도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저/이창실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 필생의 역자이라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알게 된 건 영화 '기생충'의 여배우 조여정이 자신의 인생책으로 꼽은 책들 중 작가의 이름이 너무나 낯선 '보후밀 흐라발'이라 호기심이 발동해 검색해 보고 나서였습니다.

내용은 물론 체코 작가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덜컥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작고 얇은 책이 늘 그렇듯, 독백 소설이 그렇듯, 진짜와 환각과 과거와 미래가 혼재 되어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글을 읽었을 뿐인데 주인공 한탸의 작업장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생소하고 지저분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악취가 가득한 그곳에 소환 된 느낌입니다.

1장부터 8장까지 한탸는 삼십오 년째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반복적으로 그러나 다른 형태로 이야기 합니다. 지하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폐지들을 압축기에 넣어 표지의 정육면체와 같이 만드는 일을 삼십오 년째 하며 그일을 사랑하는 한탸에겐 고독과 외로움 이외에도 책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보후밀 흐라발은 1948년부터 1990년까지 42년간 체코를 지배한 공산주의 체제의 감시 아래 있을 때 글을 썼고 같은 시대의 체코인 밀란 쿤데라와는 달리 조국을 떠나지 않았기에 이때의 경험은 곧 [너무 시끄러운 고독]속에 녹아져 있습니다. 퇴직과 함께 압축기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들을 압축해 전시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버려진 프로이센 왕실 도서관 책들이나 대학의 논문들, 무더기로 버려지고 세상에서 지워지는 사상서, 철학서, 문학책 등을 신중하게 골라 집에 가져가 자신만의 공간에 전시하듯 펼쳐 놓습니다. 그는 이렇게 혼자 있는 것 역시도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속에 살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한탸는 5천 코루나짜리 복권에 당첨 되었으나 우연한 행운의 돈은 절대 미래를 위해 남겨두지 않습니다. 연인이라 부르기엔 너무 먼 만차와 시작도 전에 깨진 관계는 한탸의 생이 끝나갈 때쯤 다시 등장하고,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어린 집시와의 사랑 역시 어느날 끝나지만 그건 그녀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로 수용소에 보내진 여인의 이름은 책의 대부분이 읽히고 나야 단 한 줄로 표기 되어 있습니다.

한탸의 마지막은 충격적 입니다. 그의 선택이 어린왕자의 선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지만 지상에 줄이 연결 된 연 처럼 자유영혼 처럼 느껴졌던 한탸의 마지막 선택은 책속에 갖힌 삶일 수도, 아니면 그 자신이 책이 되는 자아실현 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앞에 등장하는 예수와 노자의 대비되는 행동과 겉모습 묘사를 읽으며 하수구 어디선가 여전히 전쟁을 벌이고 있는 회색 쥐들과 검은 시궁쥐들은 과연 누구를 의미하는지, 단순히 그저 쥐의 겉모습으로 구분한 표현인지 곱씹으며 읽습니다.

하늘은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수업이 들었지만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신화와 종교를 떠난 인간이 올려다 보는 하늘은 기도하는 하늘인 동시에 자연의 하늘일 뿐이지만 그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어쩌면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 답이 쓰여 있을 수 있으니 언젠가 꼭 만나보시길 추천 합니다.

#너무시끄러운고독 #보후밀흐라발 #장편소설 #이창실_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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