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닝 망켈의 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입니다. 북유럽소설 만이 가진 서늘하고 고립 된 듯한 범죄소설들의 유형이 여실히 드러나는 [얼굴 없는 살인자] 역시 백야와 1년 중 대부분이 겨울인 세상을 닮아 있습니다. 처음 이 살인 현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한 이웃집 노인 뉘스트룀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난하면서 남에게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는 이웃에게 벌어진 끔찍한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자신들 역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헨닝 망켈의 형사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인물 쿠르트 발란데르가 등장하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90년대의 시간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어 버립니다.
초창기의 컴퓨터, 네트워크나 이메일이 너무나 생소하고 스마트-폰은 세상에 등장하기도 전의 세상에서 정보와 빅데이터의 도움 없이 그야말로 형사의 감과 우연과 포기 하지 않고 수사를 이끄는 발란데르 형사 덕분에 작은 실마리에서 출발해 기필코 그날의 끔찍한 사건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그 사건 하나가 불러온 파장에 의해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고, 선량한 이웃인 줄로만 알려져 있던 뉘스트룀의 비밀이 밝혀지고, 여론과 검찰, 전직 형사와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잡아 살해 된 이들의 원한(?)을 풀어주려는 노력이 빛나는 소설이었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사건처럼 보이던 사건은 국가와 국가, 자국민과 난민의 문제로까지 발전하고 사건을 해결해야 할 형사에겐 어느 날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나간 아내와 가출한 십대의 딸, 그리고 치매가 의심되는 아버지의 일까지 다양한 문제들 또한 산재해 있습니다.
[얼굴 없는 살인자]를 읽고 느낀점은 세상이 좋게 변하는 만큼 이와 상반 된 그림자도 짙어져서 범죄의 형태 역시 교묘하고 비인간적이며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2023년)을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읽다보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고 싶은 장면들, 행태들, 사고방식 등이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이 책은 재밌고 흥미롭습니다. 1991년에 원작소설이 출간 되었음에도 30년이 지난 2021년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 되었다는 점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시리즈의 탄생의 주역 마흔두 살의 위스타드 경찰서의 형사 발란데르의 성장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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