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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8

 

우리는 이대로 괜찮을까

 

누구나 고통은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고통은 현재형이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이 언젠가 나나 내 가족의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이기적인 본성 때문에라도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민낯들>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사회의 민낯들을 우리 앞에 늘어놓는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지.

 

<민낯들>의 저자인 오찬호는 사회학을 가르치고 책을 쓴다. 이 책은 그의 13번째 단독 저서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진격의 대학교>,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와 같은 책들에서 무겁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져온 그다. 그랬기에 그의 이번 책도 몹시 궁금했다. 그는 이번에도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고통스러운 문제들에 용감하게 부딪힌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말줄임표, 죽음도 별수 없다>, 2부는 <도돌이표, 우리는 망각에 익숙하다>이다. 1부에서는 변희수 하사, 최진리 씨, 최숙현 씨, 김용균 씨, 성북 네 모녀, 가습기 피해자들의 죽음에 대해 다루었다. 2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n번방 사건, 낙태죄 폐지,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조국 사태 등을 다루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그 시간에도 아파트 공사 현장이 붕괴되어 노동자들이 잔해에 깔려 숨졌고,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높으신 분들은 엄중한 수사, 재발 방지와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만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

 

저자의 의도는 위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같이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 사건들에서 간과한 것은 무엇인지, 이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 준다. 그리고 언론이나 세력, 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문제의 본질을 흐려버리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매번 문제의 본질을 단번에 제대로 파고든다.

 

1부를 보자. 한국이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죽음들을 살펴보면 사회 제도, 익명의 다수, 그리고 책임의 소재가 명확한 몇몇 사람들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을 알 수 있다. 그들 몇몇은 불가피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또 많은 가습기 피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 얼마나 더 많은 억울한 죽음이 쌓여야 비로소 멈출 수 있을까.

 

2부를 살펴보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좋은 예다. 저자는 바이러스조차 우리를 공평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바이러스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심각할 정도로 생계를 위협했다. n번방 사건에서 저자는 법이 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때, 범죄는 오히려 법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범죄가 어마어마한 산업이 될 때까지 국가는 대체 무엇을 했는가.

 

이 책에서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런 사건들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별로 바뀌는 게 없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꺼이 용기를 내 이런 글을 쓰는 저자가 있고, 그의 글을 통해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세상이 바뀌기를 희망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난다는 것이다.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이 사회는 사람이 만든 거고 그걸 바꾸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주하기 싫어도 마주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일단 화들짝 놀라고, 아직도 이런 일이 있냐고 탄식하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는 고민의 연속만이 사회를 움직인다. (중략) 지금 우리의 모습은, 우리의 결과다. 다시 우리가 원인이 되어야, 사회는 변한다.” (265~266)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늘 고통스럽다.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면 이 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기억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다수의 평범한 이들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를 외칠 때마다 바뀌어 왔다는 사실을.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민낯들 #북트리거 #오찬호 #신간추천 #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서평 #사회학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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