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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도서]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이옥남 할머니가 30년 동안 쓴 일기 중 몇몇 일기를 가려 실은 책이다. 1922년 강원도에서 태어난 이옥남 할머니는 글이 배우고 싶어도 아버지의 반대로 배우지 못하고 어깨너머로 오빠가 글공부하는 걸 보고 글을 깨우쳤다고 한다. 그렇게 배운 글을 알아도 아는 척도 못하고 사시다가 시부모가 돌아가시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일기를 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글씨나 잘 써볼까 하고 시작한 일기였다고 한다.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적으셨다. 가슴속 담긴 원망, 애잔함, 설움, 고마움, 느낀 바를 일기장에 털어놓으셨다. 이옥남 할머니가 일기만 쓰신 것은 아니다. 잡지에 실린 글이나 시, 책을 읽으시고 그것에 대한 감상도 때론 일기에 적어놓으셨다.

 

한평생 농사만 짓고 죽도록 일만 하고 살아온 할머니는 다른 복은 없고, 일복만 많다고 일기에 적어놓으셨다. 시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고, 무심하고 무능한 남편을 둔 덕에 평생 고생만 하셨지만, 자식 넷을 낳아 기르시고 그 자식들과 손자들을 보는 재미로 사신다.

 

자식들이 뭔지 늘 봐도 보고 싶고 늘 궁금하다. (57)

 

꿈같이 살아온 것이 벌써 나이가 팔십셋이 되었구나. 그러나 지금은 자식들이 멀리 살지만 다 착해서 행복하다. (91)

 

일기를 읽다 보면 할머니의 켜켜이 쌓인 슬픔의 세월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그래서 마음이 애잔하다가도 풀 한 포기나 작은 생명까지도 사랑하는 할머니의 순수함 앞에서는 깊은 존경심이 든다. 티브이를 보시다가 불행을 만난 이들을 보면 가엾다고 한숨짓고, 가진 건 없지만 조금이라도 나누려 하시는 그 마음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뭣이든지 키우기 위해 무성하게 잘 크는 풀을 뽑으니 내가 맘은 안 편하다. 그러나 안 하면 농사가 안 되니 할 수 없이 또 풀을 뽑고 짐을 맨다. 뽑아놓은 풀이 햇볕에 말르는 것을 보면 나도 맘은 안 좋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할 수 없이 또 짐을 매고 풀을 뽑으며 죄를 짓는다. (73)

 

책에 실려 있는 할머니의 친필 글씨를 보고 마음이 괜스레 슬퍼졌다.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오셔서 더러워진 옷을 빨아 널고, 비로소 방에서 일기를 쓰셨을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니 거룩하기도 하다. 일기를 쓰는 행위가 평생을 외롭고 서러웠을 할머니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까? 도라지 팔아 산 공책에 일기를 적으며 그 순간만큼은 할머니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꼭 그랬었다면 좋겠다.

 

일기에 적힌 할머니의 고운 마음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마음은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마음이고 삶이다. 때가 되면 곡식을 심고 거두고, 애처롭게 우는 새를 가여워하는 할머니의 마음, 이제는 그런 것들을 점점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간다. 그래서일까, 할머니의 이야기가 자꾸만 과거 일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할머니의 일기를 자꾸만 꺼내서 읽어야겠다.

 

콩을 심는데 바로 머리맡에 소나무가 있는데 소나무 가지에 뻐꾹새가 앉아서 운다. 쳐다봤더니 가만히 앉아서 우는 줄 알았더니 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힘들게 운다. 일하는 것만 힘든 줄 알았더니 우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그렇게 힘들게 우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고 짐승이고 사는 것이 다 저렇게 힘이 드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힘들게 운다고 누가 먹을 양식을 주는 것도 아닌데 먹는 것은 뭣을 먹고 사는지. 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힘들게 우느라고 고생하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아프다. (45)

 

 

#이옥남할머니 #아흔일곱번의봄여름가을겨울 #양철북 #할머니의일기 #힐링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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