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를 키운다고 하지만, 오히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가끔 어린 조카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싶어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렸을 때의 성장과정은 어른이 되어서도 깊은 영향을 남긴다. 어려서 제대로 된 사랑과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른은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한다.
생은 어차피 한 번뿐이다. 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간혹 부모 노릇 제대로 못한 탓을 부모가 처음이라서 그랬다고 둘러대는 이들이 있다. 그럼 부모가 두 번째인 사람도 있나? 그런데 누군가는 부모가 처음이어도 그 역할을 잘해내고, 또 누군가는 그 역할을 못한다면, 그건 결국 본인이 그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살면서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처음이어서 그랬다고 핑계 댈 수는 없다. 누구나 다 처음이니까.
오은영 박사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는 ‘말’에 관한 책이다. 특별한 상황에서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바람직한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오은영 박사가 제시한 대로 말하지 않는다. 말 안 듣고, 밥 안 먹고, 고집부리는 아이를 윽박지르고, 가시 돋친 말을 하기 일쑤다.
저자는 책에 실려 있는 아이에게 해줘야 할 말들을 큰 소리로 따라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1도의 차이가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남들과 출발이 1도 다른 사람은 시간이 한참 지나 돌아보면 남들과는 다른 방향을 걷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양육도 마찬가지라고. 다른 부모들이 다 그런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인 내 아이를 위해 ‘다른 말’을 해줌으로써 아이를 ‘다른 아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이 잘못되길 바라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자식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은 잘못된 것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틀렸으면 고치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부모’라는 역할을 최선을 다해 잘 해내겠다는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어른도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다. 여린 아이들은 더할 것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른인 나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아, 이런 상황에서 엄마 아빠가 이런 말을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이런 말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을 대할 때도 이런 태도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우선은 나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린 조카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전화통화를 하다가, 내 말 한마디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해.” 하며 토라져버린 조카 때문에 아차 싶었기 때문이다. 어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최소한 애들보다는 나아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보며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말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책 속 말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최소한 말로 아이에게 상처 줄 일은 없을 것 같다. 모든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그중에서 부모 노릇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 기르니까 부모는 저절로 되는 거라 생각하지 말고, 그것 역시 많이 배우고, 많은 노력을 해야만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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