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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나답게

[도서] 나를 가장 나답게

김유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방인으로 살아온 지난 오랜 시간 내 화두는 이것이었다. 나다운 것이 뭘까.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그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해 처음에 나는 주변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이 가는 길 근처를 서성거렸다. 

오랜 서성임 끝에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들의 답이지, 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무작정 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걷다 보니 쓰고 싶었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 나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쓰는 일이었다. 나는 혼자 오래 걷고, 아무도 관심 없을 글을 오래 쓰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말에 다다랐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오랜 시간을 들여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은 세계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세계로 걸어온 것 같다.


글쓰기 선생님인 김유진 작가의 <나를 가장 나답게>가 내게 하는 말 또한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인생강의를 해온 저자는, 글쓰기를 하면서 어떻게 진짜 나를 찾아가는지 그 방법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남이 나를 정의하게 하지 말고 스스로를 정의하라고, 정답을 찾기 위해 쓰지 말라고, '나'에 대해 쓰라고, 너무 잘 쓸 필요도 없다고 다독여 준다. 무언가를 '나답게' 쓰고 싶지만 막막한 사람이라면, 나침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가.

이렇게 우리의 얼굴을 환하게 만드는 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수시로 바뀌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내 삶을 관통하는 무엇이기도 하다. 글을 쓰기에 좋은 주제다. 37p

내가 만났던 첫 책의 저자들은 물론이고, SNS를 열심히 하는 예비 저자들은 '글'을 쓰지 않고 못 배기는 유형이 아니다. 글 자체를 지나치게 신성시하고 진중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그들은 '글'이 아니라 '다른 무엇'에 빠져 있다. 무언인가에 빠져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어쩌다 보니 강의를 하고, 그러다가 저자가 된 경우가 더 많다. 글쓰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중심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it'이 있다. 83p

평소에는 조용했던 사람이지만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주제가 있다. 그것이 그 사람에겐 'It'이다. 내겐 중국어가 그랬고, 베이징이 그랬고, 걷기가 그랬고, 음식이 그랬다. 원대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를 기록해간다는 의미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본다.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는 마음은 쓰기라는 형식을 무력화한다. 쓴다는 것 자체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면 내가 쓰고 싶은 주제가 위축되고 작아진다. 내 주제가 위축되면 쓰기가 두려워진다. 좋아하는 마음을 힘껏 내면, 일흔 가까운 할머니도 어느 날 문득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다. 87p

 

그리고 작은 성취들을 이뤄내야 한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은 성취다.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면 성취감을 쌓아야 한다. 한 편을 완성해본 감정이나 기분을 직접 느껴야 한다. 남들이 말하는 감정이나 느낌은 백날 들어도 소용없다. 성취감은 어딘가에 글을 발표하고 책을 만드는 표면적인 목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해서 내 컴퓨터의 저장 목록에 올리는 작은 성취에서 비롯된다. 149p

쓰다보면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질투라는 강력한 적도 만난다. 나 역시 그랬다. 책과 글을 좋아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정작 제대로 읽고 썼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문학소녀 시절 그저 막연하게 언젠가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회사 일로 바빠지면서 그 막연한 소망마저 버리고 살았다.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 하나쯤은 안 써도 될 것 같았다. 아무도 관심 없을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빛나는 문장들을 써내려 가는 사람에 대한 질투가 당신을 잡아 먹을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이야기를 가장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심너울 작가가 그랬지. 박완서 작가는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작가이고, 본인은 세 시간 만에 한 번 나오는 작가라고. 하지만 박완서 작가는 절대 심너울의 글을 쓰지 못한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우리에게는 그런 자신감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배우려는 마음보다는 쓰려는 마음, 쓰려는 마음보다 '내가 내 이야기를 가장 잘한다는 믿음'이다.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말과 글은 이미 내 안에 있다. 그것들을 믿어주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다. 93p

 

제일 좋았던 파트는 '잘' 쓴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마무리였다. 잘 쓰고 잘 읽고 싶어서 머리를 쥐어짜던 나를 구출해 줬다.

읽고 쓰는 일 앞에 ‘잘’이란 말이 붙고 난 뒤부터 나는 그것을 도저히 떼어낼 수가 없었다. 도무지 떼어낼 수가 없었다. ‘잘’의 이전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잘’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그것에 의지하던 상처투성이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그때 느낀 간절함만은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 231

‘잘’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열 개가 넘는 뜻으로 풀이되어 있다.

옳고 바르게.

좋고 훌륭하게.

익숙하고 능란하게.

자세하고 정확하게.

아주 적절하게.

아무 탈 없이 편하고 순조롭게.

버릇으로 자주.

유감없이 충분하게.

아주 만족스럽게.

예사롭거나 쉽게.

기능 면에서 아주 만족스럽게.

친절하게 성의껏.

아름답고 예쁘고.

충분하고 넉넉하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잘 읽고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잘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던 시절에도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만의 ‘잘’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나는 정작 읽고 쓰는 무대에 올랐을 때 지레 겁먹고 그곳을 빠져나오기에 바빴다. 아마도 내 머릿속에는 ‘좋고 훌륭하게’라는 뜻만 있었던 것 같다. …

그러나 이제는 ‘잘’의 의미를 바꿀 때가 온 듯하다. 떼어낼 수 없다면 다른 의미를 붙이는 수밖에. 그래서 ‘잘이라는 말에 샐 의미를 붙이기로 했다.

유감없이 충분하게.

나는 여전히 잘 읽고 잘 쓰고 싶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유감없이 충분하게. 그렇게 나만의 무엇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만의 무엇을 만들어 가시기를……. 나를 가장, 나답게. 234p

 

유레카! 유감없이 충분하게!

 

그래서 나는 계속 유감없이 충분하게 '잘' 쓰고 싶다. 이방인 생활의 가장 큰 발견은 무언가를 읽고 쓸 때 제일 행복한 스스로였으니 시간의 무게를 글과 함께 견디고 싶다. 특출난 재능이 있어서, 읽어줄 독자가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쓰지 않으면 안 되니까 쓰는 것이 글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더 이상 작가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소망의 형태가 ‘작가’라는 명사에서 쓰는 행위의 동사가 되었다고 할까. 죽는 날까지 매일 조금씩 걷고 조금씩 쓰기. 이 쉽고도 어려운 일을 꿈꾸고 있다.

좋은 문장과 함께라면 도무지 불행해질 자신이 없으니 매일 읽고 쓸 수 있다면 나는 아주 오래 행복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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