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원심 북클럽이 읽은 책은 역시 박현숙 작가의 책인 "완벽한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입니다. 박현숙 작가님의 왕팬인 심이가 골랐습니다. 심이가 읽자마자 너무 재미있다고, 읽은 책 중 최고라고 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200페이지가 넘는 꽤 긴 글입니다.
웹툰 작가 엄마를 가진 마달진이라는 말썽꾸러기가 '저승사자의 꿈'이라는 웹툰의 세계에 입장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뤘습니다. 평소 지각을 자주 하고, 공부에도 별 관심 없던 달진이는 같은 반에 왕소라라는 여학생이 전학 오면서 같은 반 친구 한강수처럼 공부도 잘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해요. 소라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요. 저승사자와 거래를 통해 웹툰 세계로 입장하기로 했습니다. 조건은 자신을 공부 잘하는 완벽한 아이로 만들어주는 것. 웹툰 세계가 운영하는 샘샘학원만 열심히 다녀도 성적이 쑥쑥 오르고 달진이는 선생님이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생각할 정도로 환골탈태합니다. 하지만 위험도 도사리고 있죠. 잘못하면 중간 세계에 갇혀 현실로 다시 빠져 나오지 못할 수도 있고 조력자인 엄마는 시험을 한 번 볼 때마다 10년씩 늙는다나요. 그리고 웹툰 세계는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아요. 엄마가 달진이에게 누누이 말했던 7천 번 실수해도 괜찮은 세계는 거기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받고 주목받고 싶은 이 시대 아이들의 현실을 그려 낸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이 되어 어른들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바람은 너무 현실적이에요. 책을 읽고 완벽한 아이란 어떤 아이일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심이는 공부도, 운동도, 퀴즈도... 모든 걸 잘 해내는 아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요. 그것은 아이가 바라는 것일까요? 부모가 바라는 것일까요? 심이는 웹툰 세계에는 입장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너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나요.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세계는 두려움이 크죠. 사람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존재니까요.
춘은 아이들의 목표가 하나로 수렴되는 현상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요즘 세상의 완벽은 성적의 다른 이름이고, 성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에 대해서요. 하지만 완벽은 모두에게 다른 기준이자 의미일 거예요.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지켜보면서 '아이에게 맞는 완벽함'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겠죠.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시행착오가 반복되겠지만 그걸 함께 견뎌주는 게 부모의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학교에서 올 한해 동안 해낸 것들에 대해 각자 써보는 시간이 있었나 봐요. 심이는 친구들이 해낸 것들에도 관심이 많더군요. "**이는 올해 **을 해냈대", "어디에 붙었대"라고 한참 이야기하더라고요. 아마 약간의 부러움도 섞여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남들이 해낸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내가 올해 해낸 것, 내년에 해내고 싶은 것에 집중하면 된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어차피 같은 인생은 없고, 우린 모두 다른 인생 속에서 다른 행복을 찾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학습적 목표 외에 다른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내년에 우리가 해내고 싶은 것들은 12월에 차차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실패와 실수가 절대 허용되지 않는 웹툰의 세계가 인상적이었어요. 인생은 사실 자잘한 실패로 이루어져 있고 실패가 없는 성공은 없어요. 저는 아이가 가능한 자주, 가능한 한 일찍 많이 실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경험으로 여길 수 있는 맷집이 생긴다면 인생에 무서울 게 있을까요? 그러니 우리는 실패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박현숙 작가도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완벽한 아이가 되고 싶었던 달진은 결국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은 깨달음을 준 웹툰 세계의 경험을 딛고 아마 시험 백 점, 일등이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게 되겠죠. 제일 중요한 건 나다운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이어령 선생님의 문장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 사람이 운동장에서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면 일등과 꼴등이 생기지만 각자 저마다의 길로 달리면 모두가 일등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입장하는 완벽한 세계는 모두가 각자의 기쁨 속에서 스스로를 일등으로 여길 수 있는 세계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