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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20주년 특별판

[도서] 마당을 나온 암탉 20주년 특별판

황선미 저/윤예지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거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157p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공간에서, 생각을 하는 것이 더 부자연스럽지 못하게 여겨지는 곳에서 지내는 암탉은 스스로 잎사귀가 지닌 숭고한 아름다움과 잎이 떨어지고 나서도 다시 시작되는 삶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잎싹'이라는 이름을 말이다. 누군가에게 불릴 희망이 있을까 싶었지만 잎싹은 자신이 죽게 될지도 모를 곳에서 구해준 청둥오리 '나그네'에게 자신을 '잎싹'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그렇게나 염원하던 마당에서 살던 동물들에게 정작 그들 고유의 이름은 없었다. 그저 우두머리, 수탉, 암탉, 문지기, 나그네.. 그저 그들이 생각하는 그들의 위치를 간단히 말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잎싹은 자신의 의지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두렵고 앞을 알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가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 생각했던 마당과 그곳의 동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잎싹은 그럼에도 내내 자신은 자유로운 몸이 되어 알을 품고, 자신의 아가를 키워내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마치 우연처럼 발견한 알이 운명처럼 그를 구해 준 청둥오리의 짝이 품을 수 없었던 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지만 태어난 아기 오리를 사랑으로 품는다.

그리고 다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을 청둥오리는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외로움으로 잎싹은 사랑, 사랑, 오로지 사랑으로 날지 못하는 날개와 약한 몸으로 최대한 큰 위협을 가하며 청둥오리를 지켜내고 안아주고 보내준다. 자신이 병아리를 품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미 아주 중요한 것에서 밀려났다. 더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148p)라고

잎싹이 처음 밖을 바라보며 품었던 마음들이 굳은 의지가 되어 잎싹이 세상에 자의든 타의든지 나오게 된 이후까지 되짚어본다. 비록 다시 자신의 한 몸 누일 곳이 있는 것도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알지만 다시 닭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족제비의 눈을 피하고 춥고 두려움에 떨면서 지내게 될지라도 말이다. 그의 강한 의지는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마지막 장까지 덮는다. 무용해 보일지 모르는 것에의 끝없는 염원이 의지가 되고 힘없이 스러질지라도 의미있는 삶을 살아냈음을 안다. 슬프기만 하지 않다. 오히려 그 의지와 그 애씀을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대단한 어떤 것으로 남길 수 없을지라도 누군가의 존재에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에의 의미와 가치를 아는 존재를 그려냈다.

나는 어떤 가치를, 어떤 기억으로 어딘가에 새길 수 있을까를 그의 날 수 없지만 가장 강한 날갯짓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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