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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

[도서]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

이시이 고타 저/정민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짧지만 짧지 않은 생들이 이어지는 곳, 호스피스

 

부끄럽지만 '어린이 호스피스'라는 개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호스피스라면 종말기 환자들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준비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어린이 호스피스'는 낯설었다. 책 표지 위의 ‘짧지만 짧지 않은 생들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문구를 보고 직감할 수 있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호스피스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왜 생소하고 낯설었을까. 생각해 보니 이런 주제의 내용을 접해본 기억이 없었다. 생의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고통 속에 죽어가는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정말 중요한 사안인데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였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했는데, 추천의 글에서 내년 2022년에 우리나라에도 국내 최초의 소아 완화의료 센터가 개관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찾을 수 있었다.

 

이시이 고타의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은 오사카에 있는 일본 최초의 민간 어린이 호스피스인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가 탄생하기까지 분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소아암을 담당했던 의사, 간호사 그리고 아픈 아이를 두고 있는 가족과 이미 떠나보낸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기 전까지 병마와 싸우다 죽어가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른들을 원망하며 죽어갔습니다. 힘든 치료를 참아가며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왜 죽어야만 하는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진실을 감추고 뻔한 말로 속였는지...."

본문 37쪽

"아무리 애를 써도 인간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장애를 갖게 된 아이를 보며 절망하는 부모도 많이 봐왔습니다. 항간에는 부모가 장애아를 사랑으로 키우는 미담도 많이 들려오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그들은 절망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또 아이를 돌보느라 심신이 피폐해지지요."

본문 42쪽

"선생님, 이 아이는 왜 태어난 걸까요? 내내 고통만 받고......

태어나서 한순간이라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요?"

본문 43쪽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했던 나에게 던지는 절규하는 말들이다. 똑같이 태어나서 누군가는 짧은 생을 그것도 온갖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는다. 그들의 절규를 들으며 그들에게도 인간답게 살아갈 인생이 있다는 것을 미처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사의 말처럼 생명을 어떻게 하면 연장할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주어진 생이 짧더라도 충실한 삶을 보낼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호스피스는 환자의 임종을 지키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이 아이답게, 간호로 지친 가족들이 쉴 수 있는 곳 가족들이 마지막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책에서는 세계 최초로 1982년에 개설된 영국의 어린이 호스피스인 헬렌 하우스를 소개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완화치료'라는 말조차 생소하거나 아예 없었던 때이니 영국의 발전된 의료체제에 대해 엿볼 수 있다. 게다가 영국에서는 자택에서 아이를 간호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24시간 유지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국가와 지역사회 그리고 병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아이와 부모를 지켜준다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가족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가 나서서 함께 움직여주고 있다는 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는 아이들이 죽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살기 위해 오는 곳입니다. 직원들도 아이들에게 친구로 다가가지요. 아이들을 환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요."

본문 78쪽

늘 시작은 힘든 법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차근차근 잘 넘다 보면 그곳이 곧 길이 된다다고 믿는다. 쓰루미 호스피스 설립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무조건 어렵다고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을 위한 호스피스는 세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쓰루미 호스피스를 준비했던 관계자들은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갔다. 그런 끊임없는 노력이 값진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호스피스가 설립된 후에도 체계적이지 않은 시스템과 시설을 다녀간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은 관계자들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경험을 축적해 나가며 좀 더 아이들의 삶에 집중하며 긍정적인 한 발짝을 내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당장 시설을 짓는 것이 어렵다면 여기에 모인 사람들끼리 봉사 단체를 발족하는 것은 어떨까요? 난치병 어린이의 집에 방문하고, 병원에 놀이 공간을 만들고, 행사를 개최하면서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겁니다.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해 봅시다."

본문 123쪽

책장을 덮고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의료 혜택이나 의료 관심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이 느껴져서이기도 하고, 지금도 여전히 모든 짐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살아가는 가족과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소아 환자들이 떠올라서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사회가 관심을 갖고 한 발짝씩 나아가려고 하는 관심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도 내년에 소아 완화의료 센터가 개관된다고 하니 중증 소아 환자들과 가족들이 연명치료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앞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저희가 지향하는 것은 깊게 사는 것(Live Deep)입니다.

한 번 한 번의 만남을 제대로 마주하고 그들의 인생에 가능한 한

깊게 스며들어 소중한 것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본문 270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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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나무

    궁금했던 책인데 리뷰 잘 읽었습니다.

    2021.11.19 09:15 댓글쓰기
    • 주리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21.11.19 09:1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