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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도서]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

이경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한 번씩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본적도 없고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들을 접할 기회가 있다. 빨리 할 수 있고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선호하는 탓에 재료들을 일일이 준비하고 뜸 들이고 불리고 오래 끓이는 등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 내는 음식을 만드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옛날 사람들은 귀찮지 않았을까. 하루 종일 끼니에 정성을 쏟을 수 있었으니 가능하지 않았을까에서부터 시골에서나 이러지 누가 이렇게 일일이 해서 먹을까 싶어 죽어도 이렇게까지 하며 배를 채우지는 않으리라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찼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음식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인스턴트 음식들이 쉽게 질리고 자꾸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 맛이라면 시골에서 먹던 정성이 담긴 한식은 질리지도 않았고,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고, 이제는 일부러 재료들을 사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할 정도가 되었다.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훈 작가는 '인이 박인다'라고 했는데,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고 했다. 재료를 일일이 준비하는 동안 어머님이 들려주시는 음식에 얽힌 이야기는 또 어떤가. 음식이 단순히 우리 입으로 들어가 미각만 자극하는 것만이 아니라 선인들의 지혜와 문화와 추억과 역사를 아우르는 감동을 버무리는 것이기도 하다.

 

잊혀가는 우리 사찰음식을 찾아 책으로 엮은 이경애 님의 <이야기를 담은 사찰 밥상>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끼니를 준비함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즐거움은 물론, 불편함을 감수하는 고행의 시간이기도 하고, 옛 모습을 오롯이 지키고자 하는 고집스러움이기도 하고,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그리운 맛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밥상에 음식만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것이다. 비록 소박한 밥상이지만 밥상으로 올라오기까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도시에서 먹는 그 흔한 양념과 기름 한 방울 안 들어간 음식의 맛깔이 어쩌면 그다지 깊고 단지, 단출한 밥상 앞에서 참말로 행복했다. 제자리 오롯하게 지키고 선 한 불자의 정성이 만인의 방상 앞에 행복을 담아낸다." (본문 37쪽)

 

무왁자지, 상추불뚝이전, 느티떡, 참마백꽃전 등 이제는 사찰에서도 귀하디 귀한 음식들도 있고, 어릴 적 먹을 게 흔치 않던 시절 자주 먹었던 엄마가 생각나게 하는 메밀빙떡, 뺏대기죽은 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물어보니 이제는 귀찮아서 안 하신다고 한다. 사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명맥을 간간이 유지하는 사찰음식들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반찬을 만들어 먹으려니 덩달아 요리법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고, '사찰음식'이라는 그 고유성을 유지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에 소개된 소박한 사찰음식은 우리 삶도 돌아보며 수행 아닌 수행도 하게 된다. 풍족하다 못해 세계 여러 나라의 식재료까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재료 하나 버리지 않고 반찬으로 만들어 내는 지혜를 우리 또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남기고 남은 음식을 버리고 끊임없이 소비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는커녕 너무 쉽게 소비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전화만 하면 몇 분만에 음식이 배달되고 맛없으면 남기고 버리는 일들을 너무 쉽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음식 안에 마음을 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음식의 가치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일부러 재료들을 일일이 손질하며 어렵게 밥상에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 때, 음식 하나에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는 것을 알 때 더 맛있고 건강한 밥상이 되지 않을까 깊게 생각해 보게 된다.

 

빠르게 가기보다는 느리고 천천히 가는 것이 맞다, 라고 생각하고 나서부터 많은 것들이 변했다. 과일을 고를 때도 연중 아무 때고 먹을 수 있는 과일보다는 제철을 기다리고 기다려온 과일들을 일부로 골라서 먹는다. 싸게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달고 맛있다. 음식도 마찬가지. 조리가 다 되어 팩에 알맞게 들어 있어 언제든 해 먹을 수 있는 조리음식보다는 일부러 재료들을 구입한다. 재료들을 손질하는 동안에는 어머님에게 들었던 조리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도 떠올려 보며 즐거워진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밥상에 올리고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맛있어~'라는 말을 굳이 듣지 않더라도 행복하다. 음식을 통해 삶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찾고자 한다. 시골에 가면 어머님이 해 주시는 밥상만 받아봤었는데, 책에서 소개된 귀한 사찰음식도 한 번 해드리고 싶다. 이야기를 담고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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