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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도서]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저/배수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학창 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었다. 오래 전 이 『안네의 일기』 중 기억이 나는 건 안네와 피터 (이 책 속에는 페터)의 첫사랑이었다. 독일인의 눈을 피해 은신처에서 숨어 있는 사이 사랑이 싹트는 그들만의 사랑이 순수하기도 한 만큼 그들의 미래를 알기에 더욱 애틋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세상 출판사에서 세계문학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된 『안네의 일기』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안네의 일기>와 그간 공개되지 않아 알려져 있지 않던 일기까지 모두 모아 완전한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더욱이 독일어 번역가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배수아 작가의 번역으로 섬세한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1942년 6월 12일부터 시작되는 안네의 일기. 이 시기는 히틀러가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유대인에 대한 압박을 하며 본격적인 유대인 학살 정책이 시작되는 전조를 보이던 때이다. 안네의 가족 또한 얕은 얼음판 같은 불안한 나날들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유대인에게만 부착되는 노란 별.

유대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대중 교통과 자가 수단.

유대인에게만 있는 통행 금지 시간...

갈수록 늘어만 가는 규제 속에 안네와 그의 가족들은 언제 소환장이 날아 올지 몰라 긴장을 멈출 수 없다.

그 긴장 속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며 안네를 다독이는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말은 더욱 애처롭기만 하다.

 

너는 겁낼 것 없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아직 자유로울 때

하루하루의 삶을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소환장은 안네의 가족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안네의 가족은 그동안 마련해 둔 은신처로 피신한다.

아버지가 일했던 사무실 은신처에서 안네의 가족, 판단씨 가족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뒤셀 씨가 함께 불안한 일상을 해나간다.

어렸을 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에서 안네의 모습이 사랑이 시작되는 소녀에 그쳤다면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안네의 일기』에서는 주변에서 끌려가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만 안전하다는 죄책감에 힘들어 하는 안네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록 예전 집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누추하고 마음이 안 맞는 뒤셀씨와 판단 부인의 잔소리 폭격에 매일 시달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지금 안전하다는 사실과 바깥의 누군가는 독일 비밀경찰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보내져야 한다는 사실은 어린 안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있어도 괜찮은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웃어도 괜찮은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먹고 마실 수 있어도 괜찮은걸까?

안네의 잘못이 아니지만 다른 유대인의 불행에 침묵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결코 안네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안네의 일기』 속에는 안네를 이해해주지 못해 생긴 엄마와의 갈등,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은신처 식구들과의 갈등 뿐만 아니라 병이 나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홀로 감당해내야만 하는 일상 등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자신을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안네의 말을 듣지 않았던 어른들 틈 속에서 안네에게 유일한 친구는 바로 이 일기장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자신을 탓하거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던 이 일기장에서 안네는 불안한 하루 하루를 버티어 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위안을 삼을 건 일기장밖에 없어.

키티, 너는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세상에서 둘도 없이 참을성 있는 내 친구 키티. 난 키티에게 약속해.

지금의 시간이 아무리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겠다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아내고,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울음을 꾹 참고 가겠다고.

 

안네의 일기 곳곳에 과연 은신처의 식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 속에서도 전쟁이 끝난 후 하고 싶은 미래를 그려 보는 안네의 글은 이미 마지막을 알고 있는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경험자가 들려주는 그 당시의 상황은 소설가의 창조 속에 기록된 소설들보다 더욱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10대 소녀인 안네의 일기는 전쟁의 참상과 유대인 학살에 대하여 어느 소설가 못지 않게 자세하게 쓰여 있다. 마치 안네가 옆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게 읽히는 건 배수아 소설가의 매끄러운 번역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조해진 작가는 『안네의 일기』 독후감에서 안네의 죽음에 빚을 졌다고 했다. 안네. 그녀는 힘껏 일기를 씀으로 그 당시의 상황을 많은 이에게 알리며 전쟁의 잔인함과 자유와 평화의 중요성을 알게 해 주었다. 유명한 정치인이 아닌 어린 소녀의 목소리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해 준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잠자고 마음껏 일할 수 있다는 사실.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이 하루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했는지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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