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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도서]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외즐렘 제키지 저/김수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 사람들이 너 같은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듯,

너도 지금 그런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잖아.

 

자신을 혐오하는 자들과 커피 타임을 가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 건 친구의 이 한 마디였다.

덴마크 최초 이슬람계 소수 민족 출신 여성 정치인이 외즐렘 제키지는 자신의 활동 이후 끊임없이 쏟아지는 혐오 메일을 받게 된다. 메일함은 물론 자신의 집 우편함까지 협박 편지가 배달된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까지 노출되어 신분의 위협을 느낀다. 외즐렘 제키지는 자신을 미워하는 자들의 편견과 혐오라고만 생각한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들을 원망하며 친구에게 위로를 구할 때 친구는 묻는다. 그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냐고. 그 한 마디에 저자는 자신 또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그 책임은 자신에게도 있음을 알게 되고 혐오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는 저자가 혐오자들과 대화를 시작하며 나눈 여정을 기록한다.

첫 번째 대화자는 지미와 아내 벤테이다. 덴마크에서 태어났고 주류인 삶을 살아가지만 타 민족 이민자들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부였다. 만나기 전에는 자신에게 혐오를 거리낌없이 표출하며 긴장했던 이들이였기에 긴장감이 앞섰지만 막상 마주한 그들은 평범한 시민일 뿐이였다.

 

혐오와 대화를 시작하며 다른 주제에서는 서로 동의하며 공감을 표하지만 혐오를 나타내는 부분에서는 서로 목소리를 높인다. 서로의 다른 경험이 가진 일반화는 차이를 만들어내고 혐오를 만들어낸다. 문화가 다른 이민자들로 인해 본토인인 자신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하는 그들을 보며 저자는 깨닫는다.

 

서로 다른 민족 집단을 잇는 다리를 놓으려면,

생활 여건이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복지, 교육, 직업 기회 같은 안전망을 제거하면,

같은 빵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 사이의 골을 더 깊이 파게 될 뿐이다.

 

이 부분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 깊은 통찰을 준다. 코로나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2-30대, 당장 막다른 절벽에 매달린 자영업자, 늘 아슬아슬한 절벽에 서 있는 4-50대,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신경이 날 서 있다. 진보와 보수는 날카로운 날을 더욱 연마하고 세대간에서도 원망이 가득하다. 20대 남성은 이대남이라는 이름으로 페미니즘을 공격한다.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혐오를 마음껏 발산한다. 안전망이 불안하면 그 혐오감은 빈 틈을 타고 들어와 서로를 공격한다. 저자가 만난 지미와 아내 벤테 또한 마찬가지였다.

 

혐오와 대화를 시작한다고 해서 한순간에 혐오가 사라질 순 없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 중 하나로 한국 입양아 미의 사연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덴마크에 입양와서 집을 나갈 때까지 양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미는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서도 찾지 못한다. 덴마크 국적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유럽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욱하는 동양인'이라고 말하는 덴마크인들로 인해 덴마크인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편견을 버리지 못한다. 오랜 상처로 생긴 미의 생각은 상처가 큰 만큼 저자가 바꾸어내지 못했다.

 

신앙의 이름으로 동성애 혐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기독교 목사 헨리크와의 대화는 한국 기독교의 차별금지법 반대 현상과 동일하여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동성애를 개인의 본성으로 보는 저자에 비해 동성애를 이데올로기로 간주하며 교육하면 고쳐질 수 있다고 말하는 헨리크 목사와의 논쟁은 팽팽하다. 믿음의 이름으로 헨리크 목사는 동성애에 거부감을 표하고 믿음의 이름으로 벽을 느끼는 외즐렘 제키지는 답답함을 느낀다.

 

 

저자가 혐오와 대화를 지켜보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반박을 할까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만약 내가 그들의 배경이었다면 똑같이 혐오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라면 달랐을까라는 질문에 손쉽게 답하지 못한다. 저자가 혐오자들과 나눈 대화는 서로에게 강요하는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결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나를 싫어한다고 해서 똑같은 혐오를 선택하면 더 많은 혐오가 재생산된다.

 

더 큰 혐오를 막기 위해 저자는 대화를 시작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조금씩 물꼬가 트인다. 비록 힘들지라도 결코 이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서로 알아가고자 하는 여정은 쉽지 않더라도 계속되어야만 한다.

 

혐오를 더 심한 혐오로 맞받거나

다른 사람들의 혐오 발언을 모방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절망강, 좌절감,

때로는 부글부끌 끓는 증오심의 원인이

무엇인지 헤아리려면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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