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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도서] 이야기의 끝

미나토 가나에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확실한 닫힌 결말을 선호한다.

그래서 어떤 책을 볼 때면 책의 뒷부분을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결말 부분이 마음에 들 때 비로소 첫 장을 시작할 용기를 낸다.

 

그런 면에서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이야기의 끝》은 내 취향과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다.

 

소설은 산간마을에 사는 에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은 산골마을, 에미는 저 산 너머 세상이 궁금하다.

가보지 못한 세계, 누가 살고 있을까, 뭐가 있을까 궁금한 에미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베이커리 라벤더>를 운영하는 부모님은 항상 바쁘시고 외동딸 에미는 혼자 있는 시간을 상상의 시간으로 보낸다.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 상상의 세계는 갈수록 커져간다. 그렇게 상상의 세계가 커져 갈 때 마침 같은 짝이 된 친구 미치요가 묻는다.

 

"네 머릿속에는 뭐가 있어?"

 

그 상상 속의 이야기를 미치요는 놀라워하며 에미에게 작가라고 말해준다. 그제서야 작가라는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 에미는 미치요의 격려에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그 후 부모님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던 중 늘 같은 시간에 햄 샌드위치를 사 가는 남학생 '햄 씨'를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하는 연인이 된다. '햄씨'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햄씨'가 홋카이도에서 대학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결혼만을 약속했을 때 어린 시절 자신을 작가라고 격려해주었던 친구 미치요에게 연락이 온다. 자신이 견습생으로 있던 유명한 마쓰키 류세이의 일을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더구나 마쓰키 류세이가 에미의 작품을 읽었고 재능이 있다고 한다면서.

부모님의 가게를 물러받고 햄씨와의 결혼만을 생각하던 잔잔한 에미의 심장이 뛴다.

마쓰키 류세이 밑에 일하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이 나오지 않을까? 이 기회를 꼭 잡고 싶다. 하지만 약혼자 햄씨도, 그리고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눈물을 흘리며 꿈을 접는다. 이대로 지나가자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 뛰기 시작한 심장이 멈추지 않는다. 힘들어도 해 보고 싶다. 그렇게 에미의 발걸음은 역으로 향한다. 역에서 도착한 순간... 햄씨가 있었습니다. 마치 내가 그 곳에 올 줄 안 것처럼.

 

드라마라고 한다면 '다음 시간에' 라는 자막이 뜨며 다음을 기약하겠지만 이 소설은 대담하다.

 

이 이야기에 다음은 없다.

결말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고 해야 할까.

경황없는 일상 속에서 소설 결말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결말 없는 이야기는 여행의 동반자로 안성맞춤일지 모른다.

<이야기의 끝> 48p

 

그리고 소설은 훌쩍 시간을 지나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여러 여행자들에게 전해진다.

 

홋카이도. 라벤더 꽃이 피고 유명한 사진가 마에다 신조의 <다쿠신칸>이 있는 곳. 사람들마다 여행의 목적이 모여든 만큼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투병 생활을 하며 임신을 유지하는 도모코, 그녀는 배에서 만난 십대 소녀 모에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소녀에게 부탁을 받는다. 이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출처 미상, 열린 결말의 이야기의 에미와 햄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모코는 생각한다.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그 결말을 자신의 상황에 비추며 자신이 원하는 결말로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결말을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인다.

 

'에미와 햄씨의 이야기'는 도모코가 또 다른 여행자에게 만난 청년 다쿠마에게 전해지고 다쿠마는 시바타 아야코에게 그리고 아카네에게 전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에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자의 다양한 사연만큼 서로 다른 인물들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해답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꿈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에미의 입장에서,

누군가는 꿈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에미의 부모님 또는 햄씨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본다.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신이라면 꿈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자신의 상황에서 이야기의 중간을 이어가며 결말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각자가 만들어낸 결말은 자신들의 삶에 새로운 시작이 되어 준다.

 

원작의 결말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이런 결말로 하자.

 

내가 꽉 닫힌 결말을 선호했던 이유는 바로 그 이야기에서 멈추었기 때문이다.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 결말은 다르다. 이야기는 진행형이고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열린 결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만나고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니까. 이 끝나지 않은 결말을 만들어가며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아직 인생이 끝나지 않았음을.

인생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하며 틀린 답은 없으며 결국 모든 답이 정답이자 소중함을.

 

이야기는 결국 돌아돌아 다시 '에미와 햄씨'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숨겨진 결말을 확인할 때는 최고의 감동어린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결국 인생이란 우리가 결말을 만들어가는 여정임을 알게 해 준다.

그러하기에 이 이야기를 전달받는 사람들 모두 여행자들인 것도 우리가 인생이라는 여정을 걷는 여행자임을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그 여정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여기서 멈출지 아니면 계속해나갈지 만들어가는 건 결국 여행자의 선택이다. Go할지 Stop할지.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선택이 끝이 아님을. 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음을.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가자고 여행해준다.

 

올해 만난 소설 중 하나를 꼽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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