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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도서] 지리의 힘

팀 마샬 저/김미선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1-004] 팀 마샬의 지리의 힘

 

학교에서 지리를 배울 때는 지도에 표시해야 하는 강, 학교, 교회, 다리, 호텔 같은 기호를 외우는 게 힘들었고, 등고선을 공부할 때는 복잡하게 구불구불한 3차원 지형을 2차원으로 이해하느라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래서 지리는 내게 친절하지 못한 과목으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독도법은 지도를 보고 지형지물을 이해하는 기술을 말한다. 군에 가서 훈련을 할 때는 독도법을 배운 친구들이 부러웠고, 첫 직장인 삼성에 들어가 한 달간 합동연수를 받을 때에는, 마지막 날 전에 행해졌던, 팀별로 지도 하나를 들고 코스를 돌아오는 팀 미션 때 지도를 잘 읽는 친구가 부러웠다.

 

나는 뭔가 계산을 하는 것에 약했다. 계산어지럼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여볼까. 수식이 붙고 계산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포함되면 마음이 얼어붙었다. 게다가 발음도 잘 안 되는 온갖 나라들의 낯선 이름을 외우고, 인구가 어떻고 면적이 어떻고 하면서 암기사항만 잔뜩 갖다놓았으니 재미를 붙일 수가 없었다.

 

(오늘 병원에 갔다 왔는데 접촉증후군이라는 게 있단다. 접촉증후군 사람들은 목에 꽉 끼는 목티를 잘 입지 못하고, 피부에 뭔가를 접촉하는 걸 힘들어 한단다. 나는 시계 차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목티도 불편하다. 목에 뭔가 두드러기가 생기는 것 같고 실제로 뭔가가 생긴다. ‘계산어지럼증후군은 내가 만든 이름인데 뭐 온갖 증후군이 다 있는 걸 보니 이런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지리가 지도 보는 법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 배울 때 선입견을 없애고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과목에 젖어들어가도록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은 소문대로 강렬했다. 지금까지 세계사를 이해하던 방식은 서양 중심의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철저하게 지리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본 팀 마샬의 이 저작은 내가 지금까지 인식하고 있던 단편적이고 협소한 세계에 대하여 지도 한 장으로 통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통찰을 부어주었다. 마치 갑갑한 동굴 속에 갇혀 있다 갑자기 신선한 공기가 수욱 들어와 환하게 숨을 쉬게 되는 그런 희열 같은 게 느껴졌다. 나는 책을 읽고 앞장으로 돌아가 지도를 들여다보고 다시 책을 읽고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공부 같은 책이었지만 무척 재미있게 집중하여 책을 읽었다. 정말 <지리의 힘>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챕터로 따로 떼어 놓았다. 그것은 나름 한국이 하나의 챕터로 다뤄질 만큼 중요한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다소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팀 마샬은 한국에 대해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한국의 여러 지표들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에게 한국은 남한과 북한이었다. 남한은 철저하게 폐쇄된 북한과의 비교로만 존재했다.

 

South Korea가 그 자체로 세계 무역 12위라든가 하는 그런 인식은 없었다. 게다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K-POP이라든지, 한류라든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상 수상 같은 문화적 힘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안타까웠다. 나라면 충분히 지리적 요건과 한국의 문화적인 급부상에 대한 서술을 했으리라.

 

우리는 과거 학교에서 한반도가 대륙 끝자락에 있어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다고 배웠는데, 이 논리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학교에서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그 부분도 어느 정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대한 미래는 한 마디로 말한다면, 아무도 모른다,이다. 한국은 여전히 전쟁 가능성을 안고 있는 여러 나라들 중 하나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남북이 다시 전쟁으로 충돌한다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답답했다. 저자도 한반도의 지리적 미래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겨 두었다.

 

얼마 전 읽은 나의 형, 체 게바라에서 쿠바 입장에서 본 미국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지리의 힘>에서 미국을 다루면서 쿠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특히 1962년의 미사일 위기처럼 쿠바는 미 대통령들 여럿을 잠 못 이루게 하는 지역이었다. 플로리다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쿠바 섬을 지배하면 플로리다 해협과 멕시코 만의 유카탄 해협으로의 접근은 물론 향후 지배까지도 가능해진다. 이곳이야말로 뉴올리언스 항의 출구이자 입구이기도 했다. (69, 미국편)

 

한국만 생각하다가, 한국 중심으로만 세계를 이해하다가, 이 책을 읽으니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 든다. 사람은 역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어른이 되니 어렵고 지루하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공부라는 것이 왜 이렇게 즐거운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까지 지구촌은 어느 정도 안정화 상태에 있다고 여겼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언제든지 영토 문제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안정한 상태처럼 보여지는 것이 기적인 거였다. 한 순간의 판단착오와 우연이 겹치면 세계 각국의 운명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오싹해졌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이었다.

 

우리나라도 미군 중령 한 명이 지도를 보고 주욱 그은 선 하나로 남과 북이 갈라졌다. 아프리카도, 중동도 힘을 가졌던 서양 국가에서 각 부족과 종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경계선으로 나라들이 찢어졌다. 지금도 그로 인한 내전이 계속 진행 중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런 힘도 없는 개인들에게 돌아간다. 어느 국가 하나 아프지 않은 역사가 없다. 지리적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는 역시 미국과 중국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사안은 중국이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석유를 가져가면서 여러 우호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자국 보호에 우선권을 주었고, 지금까지 동맹이라고 여겨왔던 국가들에 대해서는 우방이라는 정서적 관계보다 실익을 따지는 거래적 관계로 노선을 바꾸었다. 중국은 이 틈을 노리고 거래적 관계보다 정서적 관계로 파고 들어왔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의 입지가 매우 약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은 실제 가난한 국가들의 땅을 사면서 자국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 땅이 중국 사람들에게 팔리는 것처럼.

 

저자가 미국을 설명하면서 했던 글 한 줄이 세계를 바라보는 아주 좋은 시선이라 생각된다.

 

금세기에 치명적인 게임은 향후 중국과 미국, 그리고 그 지역 다른 국가들이 체면을 잃지 않고 서로 분노와 원망의 우물을 깊이 파는 법 없이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79)

 

[선한리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구촌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

우리는 이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하나로 엮여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외국인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해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아간다.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함께 부대끼고 있다.

 

나와 너가 아니라 우리.

한국인에게 유독 발달한 우리가 더욱 빛을 발할 때다.

지리는 우리를 서로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지만, 사람이 만든 지리는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터넷으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같은 사람을 분리하지 못 한다. 정말 지구촌이 싸우지 않고 하나의 촌이 되어 같이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이 행복을 추구하는 지구 공동체가 되면 참 좋겠다.

 

우리는 우리다. 너는 곧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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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지니정열엄마

    와, 정말 상세한 리뷰네요. 글을 읽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어쩜 이리 정성스럽게 리뷰를 쓰셨나요?

    2021.01.22 18:4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생글

      정성스럽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만에 좋은 책을 읽어 글도 잘 써진 듯 합니다~~

      2021.01.31 09:2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