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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도서] 삶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독서후기

[선한리뷰 2021-016]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의 DNA를 심어 놓았다는 의혹을 받은 주인공 니나의 이야기 삶의 한가운데1950년 독일에서 출간되고 나서 독일에서만 100만부가 팔리고, 당시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니나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모든 것이 파괴된 곳에서 젊은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었는데, 청춘들은 어쩌면 니나를 보면서 [삶의 한 가운데]에서 삶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삶에의 의지를 다지고, 니나를 등대 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할 힘과 지혜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 독특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니나의 묘한 매력에 푹 빠져 그의 이야기를 빵을 뜯어먹듯 조금씩 뜯어 먹었다. 삶의 한가운데를 읽으면서, 니나의 질곡된 삶, 삶에의 투쟁을 보면서 줄곧 한국의 신여성 나혜석을 떠올렸다.

 

1896, 루이제 린저보다 15년 정도 먼저 태어난 나혜석은,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근대화의 문턱에 있던 대한제국은 여성이 똑똑해지고 주체가 되고 개화하는 걸 참지 못했고, 그녀는 그런 역사의 이중성 속에서 참으로 힘겹고 불운한 삶을 살아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영혼을 구속할 수 없었던 것 것처럼 소설 속 니나 역시 누구도 속박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했다. 그 부분에서는 누구라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릴 것이다. 스무 살 연상의 슈타인 교수는 우연히 자신의 병원에 진찰받으러 온 니나를 본 순간 운명적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녀를 자신만의 애인으로 가두어둘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렸지만 오히려 슈타인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소설은 니나가 친언니인 마르그레트에게 급하게 와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시작된다. 니나는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곧 자신의 거처를 떠날 것이었다. 많은 짐들이 꾸려져 있었다. 그 속에 슈타인이 쓴 일기와 니나에게 보냈던 편지 뭉치가 가득 들어 있었다. 언니인 나는 니나와 대화를 하면서 슈타인의 일기와 편지들을 읽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니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니나와 언니의 대화를 중심으로 현재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언니가 슈타인의 편지와 일기를 읽으면서는 과거 시점에서 이야기가 드러난다. 이제 다 끝나버린 보이는 그러나 너무나 가슴 아픈 슈타인의 순수한 사랑 고백들, 그 속에서 밝혀지는 니나의 다양한 과거 삶들이 교차하며 나타난다. 과거와 현재어 혼돈 속에서 니나가 썼다는 소설 이야기가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로 삽입되면서 소설은 이중 삼중의 장치를 갖는다.

 

니나는 나치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삶을 살았다. 슈타인을 사랑하면서도 알렉산더의 아이를 가졌고, 퍼시와 결혼한다. 물론 그것이 성적으로 문란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아니다. 삶이란 어쩌다 보면 그렇게 어긋나게 흘러가기도 한다. 지나치게 진솔했던 니나는 하룻밤 사랑으로 임신한 사실을 퍼시에게 알려주었고, 퍼시와 니나의 결혼생활은 불행의 늪이 되고 만다.

 

아주 낮게 니나는 덧붙였다. 여기에는 법칙이 있고, 저기에는 삶이 있다는 식은 정말 끔찍해. 우리가 하는 것은 반대인데, 우리가 삶을 극복하면 좀더 높은 삶을 얻는다는 것이 사실일까? (71)

 

이 리뷰에서 소설의 전체 구조와 니나의 삶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단지 나는 루이제 린저의 복잡한 소설을 읽으면서, 니나가 삶에 대항하는 매력적인 모습에 푹 빠졌다는 고백을 하고 싶다.

 

니나는 누구라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슈타인이 니나를 처음 만났을 때 니나는 병으로 골골하던 어린 소녀였지만 니나는 자신의 삶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도록 놔두지 않았다. 집안의 부채를 갚기 위해 원하지 않는 먼 친척 할머니의 가게에 가서 무료한 삶을 억척같이 살아낸다. 나치에 대항하여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정치에도 거침없이 참여하고 불의한 세상에 대항한다. 그리고 작가가 된다. 그래. 그녀는 결국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었다.

 

우리는 영웅이 아니야. 가끔 그럴 뿐이야. 우리 모두는 약간은 비겁하고 계산적이고 이기적이지. 위대함과는 거리가 멀어. 내가 그리고 싶은 게 바로 이거야. 우리는 착하면서 동시에 악하고, 영웅적이면서도 비겁하고, 인색하면서 관대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은 밀접하게 서로 붙어 있다는 것. (151)

 

그녀는 작가가 되면서 자기가 이해하고 있는 인간에 대하여, 자기의 내면을 구성하는 복잡한 인간의 이중성에 대하여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 했다. 우리 모두는 그렇다고,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비관하지 말라고. 이것 아니면 저것인 것은 없다고, 우리는 동시에 선하고 악하며, 겁쟁이며 용감무쌍하다고.

 

삶은 달콤하거나 씁쓸한 것만은 아니다.

삶은 사랑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는 살아 있고, 생명력이 있어, 누군가의 삶을 뒤흔든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무척 명예로운 일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될 수 있다.

 

 

[선한리뷰]

 

삶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극복하는 것이며,

투쟁하는 것이며,

누리는 것이다.

 

누구나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니나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그녀의 삶을 사랑하게 될 것이며,

니나 같은 영혼을 가지려고 조금은 노력할 것이다.

 

우리네 삶은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이다.

 

우리는 삶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러니 살아내자.

내 것으로 살아내자.

 

왜 당신은 <할 수 있었다> <이었다> <하려고 했다>라고 말하는 고죠? <할 수 있다> <이다> <하려고 한다>라고 하지 않고?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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