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남 오빠에게

[도서]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최은영,김이설,최정화,손보미,구병모,김성중 공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며칠 전 우연히 뉴스를 보다가 군사독재 시절 고문 경찰로 유명한 사람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그는 당시는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다 그렇게 했었고, 그래서 자신은 그것이 국가에 충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합리화와 자기변명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이지만,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환경과 분위기라는 것은 사람의 가치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무서운 힘이 있다.

흔히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비이커의 개구리 실험을 이야기한다. 따스한 물에 개구리를 담그고 알코올램프로 가열했더니, 개구리가 주변이 서서히 뜨거워지는 것에 익숙해져 뛰쳐나가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생이 했다는 실험인데, 개인적으로는 실제 실험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비유가 지적하는 부분은 매우 예리하다. 우리가 속해있는 문화 속에 우리는 서서히 적응해 가고, 그것이 때로는 자신과 타인의 인격을 상실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현남 오빠에게]는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페미니즘 소설의 표방한다. 책의 소제목도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되어 있다. 잘 나가는 7명의 여성작가들의 손을 통해 페미니즘 소설을 이야기하는 듯한 구도를 보인다. 그러기에 남성으로서 처음 접하며 조금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이 단순히 페미니즘 소설이 아님을 깨달았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인 문화를 너무도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는 소설들이었다.

대표적인 소설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가부장적인 문화의 남녀 관계에 빠져 들어간 자신을 발견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처음 타지에서 올라와서 대학을 등록하면서 현남 오빠라는 사람을 만난다. 현남 오빠는 그녀를 알뜰하게 보살핀다. 수강신청부터, 학점관리, 취업공부, 직장 취직까지 마치 아빠처럼 자상하게 그녀를 돌본다. 10년 동안 현남 오빠와 사귀면서 주인공은 점점 그의 보살핌에 적응하게 되고, 그의 품을 떠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보살핌과 함께 현남 오빠는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주인공에게 강요하고, 주인공은 그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현남 오빠가 자신을 돌봐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가 자신을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렇게 서서히 그에게 길들여지면서 결정적인 순간 그녀는 이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혼자만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다. 과연 그녀의 결정이 옳은 것일까? 그리고 그 후에는 어떤 길이 펼쳐질까? 이런 부분들은 소설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소설을 읽는 내내 현남 오빠라는 사람 역시 은연중에 자신이 속한 가부장적인 문화의 방식으로 여자친구를 대했고, 그녀 역시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문화는 남녀 차별의 문화를 품고 있지만 조금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남녀 차별 문화라고 할 때 피해자는 여성에 국환 되지만, 가부장적인 문화라고 할 때는 남녀 모두 피해자에 해당된다. 가부장적인 문화란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 사회에서는 지도자의 권위, 국가에서는 대통령의 권위를 절대시 하는 문화이다. 수직관계를 중요시하고, 윗사람에게는 절대복종을 강요한다. 그리고 윗사람에게 반항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러기에 가부장적인 문화에서는 윗사람의 말이 절대적인 진리이다. 지금도 나이 든 어른분들과 대화하다보며 가끔씩 이런 말을 듣는다. "내 말에 토 달지 말라!" 자기 말은 합리적인 토론의 대상이 아닌, 절대적인 명령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불만이나 반대의 말조차 듣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부장적인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관계는 부부관계와 부자관계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는 남자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여자는 그것에 순종해야 한다는 문화가 은연중에 만연해 있다.  이 시대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남성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여성들이 동등한 권리를 이야기하지만, 막상 가정이나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모두 남성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 이전에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가부장적인 문화의 극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남녀관계나 부부관계, 그리고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배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작년 한해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난

    저는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문학을 반들고 영화를 만들고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들고 일어날 일일지도 모르겠찌만 말입니다.

    2018.01.31 14: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그래서 저도 페미니즘 서적들을 서평할 때면 무척 두려워요 ㅎㅎ

      2018.01.31 23:1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