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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워치

[도서] 나이트 워치

세라 워터스 저/엄일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사람이 극한 상황을 겪고 나면 흔히 이야기할 때 얼이 빠진 것 같다는 표현을 한다. 그 극한 상황으로 인해 그 사람 안에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죽음과 파괴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그 치열한 전쟁터 속에서 과연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세라 워터스의 [나이트 워치]를 읽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세라 워터스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인 [핑거 스미스]로 우리에게도 유명한 작가이다. 세라 워터스는 주로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벨벳 애무하기]나 [끌림], [핑거 스미스]와 같은 작품을 발표했고, 이 작품들을 빅토리아시대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이트 워치]는 세라 워터스가 이런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를 끝내고 처음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1947년의 영국 런던이다. 아직도 폭격으로 인해 복구되지 못한 건물들이 널려 있고, 그곳을 배경으로 6명의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모두 멀쩡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혼 상담소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헬렌과 비브, 공장에서 일을 하는 비브의 동생 덩컨, 덩컨과 교도소에서 만났던 프레이저, 그리고 오래전에 비브와 연관이 있었던 케이, 작가로서 성공한 줄리아까지 이렇게 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소설이 진행될수록 무언가 이상하다. 이들의 행동과 삶이 무언가 이상하다.

 

케이라는 여성은 이상한 방식으로 병을 고치는 사이비 의사의 2층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상류층의 언어와 행동을 하면서도 무언가에 계속해서 쫓기듯 방황한다. 비브는 그런 케이와 알고 있었지만 왠지 그런 케이를 피한다. 그러다가 다시금 케이를 찾는다. 비브는 유부남과 만남을 가지고 있지만, 그 만남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덩컨은 양초 공장에서 성실히 일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 덩컨을 프레이저라는 남자가 발견하고 반가워하는데, 덩컨은 그가 자신을 알아본 것에 대해 또 두려워한다. 헬렌은 줄리아라는 여성과 함께 살고 있지만 항상 줄리아가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한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이들을 통해서 전쟁 후의 불안한 영국인들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 리브와 헬렌의 대화에서 당시 시대의 불안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힘드냐고요?" 비브는 눈을 깜빡였다. "글쎄요. 요즘 안 힘든 사람도 있나요? 그러니까, 진짜 행복한 사람이 있냐고요. 힘드어도 다들 내색을 안 할 뿐이지."

"나도 모르겠다." 헬렌은 잠시 뜸을 들였다. 말했다. "요즘 같은 때 행복이란 건 유리처럼 깨지지 쉬운 거지. 딱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 만큼의 행복만 존재하는 것 같아."

배급받는 것처럼요"

헬렌이 빙긋 웃었다. "그래, 내 말이! 조금 누리다 보면 곧 동이 날 거라는 걸 알거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오롯이 즐길 수가 없어. 이게 다 없어지면 어찌 사나 걱정돼서. 아님 내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동안 다른 불행한 사람들은 어떡하나 신경이 쓰여서" (P 158-159)

 

그들이 경험했던 세계는 어떤 세계였을까? 소설은 시대의 역순으로 구성된다. 소설의 초반에는 1947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다시 1944년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1941년으로 진행되면서 이들이 지나 온 전쟁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광기와 폭력이 존재했던 그 시대 속으로 철저하게 내 던져져서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 그렇게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단지 살아남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 속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케이는 미키가 보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까지 활기차게 걸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자마자 걸음을 늦췄다. 웨스트번그로브에 다다르자 거리가 북적북적해졌다. 케이는 무너진 담벼락 그늘 아래 현관 앞 계단을 발견하고 그곳에 앉았다. 자신이 미키한테 했던 말, 인파 한가운데 서서 손을 뻗어 아무나 붙잡아보라고 한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당신은 무엇을 잃었습니까? 잘 지내십니까? 그걸 어떻게 견디는 겁니까? 뭘 하고 삽니까?" (P 152)

 

전쟁이 단순히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을 보여준다. 전쟁이 파괴하는 가장 귀중한 것은 바로 우리 속에 있는 것이다. 전쟁의 시대를 살았던 여섯 명의 젊은이들은 어쩔 수 없이 그것을 파괴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건물이 폭격 당하듯. 이제 그들은 그 시대를 지나와서 건물을 복구하듯 자신 안에 잃어버린 것을 복구하려 한다. 소설은 그 결과가 어떠한지를 명확히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처절한 삶과 그 가운데서의 몸부림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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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핑거스미스를 읽어본 적 있어요. 이 책은 약간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해서 뒤로 빼두었다죠. 도서관에서 새책으로 들어온 것을 봤는데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2019.06.12 13: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저도 핑거스미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못 읽고 이 책을 읽었네요. 기회가 되면 세라 워터스의 책들을 하나 하나씩 읽어보고 싶네요^^

      2019.06.17 21:49
  • 파워블로그 책찾사

    행복에 대한 비브와 헬렌의 대화는 저도 읽으면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이었어요. 가을남자님 말씀처럼 전쟁이 단순히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과 나중에 그것을 쉽게 복구할 수 없게 하는 점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2019.06.12 16:5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사람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나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크게 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경험하지 못한 시대이지만 그 시대만의 아픔 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소설이었습니다.

      2019.06.17 22:22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