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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온 Go On 1,2 세트

[도서] 고 온 Go On 1,2 세트

더글라스 케네디 저/조동섭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낚시를 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강이나 호수에서 하늘을 향해 낚싯줄을 던진다. 그러면 낚싯줄은 하늘에서 커다란 포물선을 그으며 강이나 호수에 떨어진다. 어떤 때는 흐르는 물에 같이 흘러 내려가 멀리 가기도 하고, 때로는 낚싯줄을 늘려 호수의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때이건 결국 낚싯줄은 낚싯대로 다시 딸려 돌아온다. 고기를 잡았든, 못 잡았든. 줄이 끊어지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낚싯줄은 언제나 다시 낚싯대로 돌아온다.

 

가정도 그런 것이 아닐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가정인 백 프로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구가 가정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고, 부모나 형제에 대한 미움도 있을 것이다. 성장하면서 자립만 하면 가정에서 멀어지겠다고 다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가정은 다시금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질긴 낚싯줄에 연결된 것처럼, 결국은 가정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정은 죽는 날까지 쉽게 끊어질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고 온]은 오랜만에 한국에 출간되는 신간이다. [빅피처]나 [템테이션] 등 여러 작품으로 이미 한국 독자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이번에는 1970년대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사회와 가정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는 소설로 돌아왔다.

 

소설은 이제는 성공한 편집자인 앨리스가 감옥에 간 작은 오빠인 아담을 면회하면서 시작한다. 때는 1984년 도널드 레이건이 재선에 당선을 시작한 해이다.(소설을 끝까지 읽으면 레이건의 재선이 가진 의미가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담은 큰 죄를 지고 감옥에 갇혀 있고, 감옥에서 아버지와 자신만이 알고 있던 비밀을 앨리스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소설은 앨리스의 회상으로 1971년 추수감사절로 돌아간다. 다른 가치관과 생각으로 항상 서로를 비난하고 싸우는 부모님과 아버지에게 반항을 하는 큰 오빠 피터와 작은 오빠 아담까지 오랜만에 모인 자리였다. 그러나 결국은 서로 싸움으로 끝나고, 아빠가 큰 오빠의 얼굴을 물을 끼얹음으로 가족 모임을 끝낸다.

 

앨리스의 부모님은 18세의 성장기에 있던 앨리스에게 자신에게만은 비밀을 숨기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부모님 모두 엘리스에게 숨기는 비밀이 있다. 칠레에서 광산 사업을 한다고 말하며 일 년의 대부분을 칠레로 출장을 다니는 아버지는 사실은 정부 조직에 관련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은 대부분 더러운 일이었다. 다른 가족들도 모두들 비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설의 초반과 마지막 부분을 감싸고 있는 작은 오빠 아담의 비밀은 가장 충격적이다. 가족들은 그렇게 서로를 감추고, 서로의 비밀을 이용하고, 서로를 증오하고, 다시 서로를 사랑한다. 소설은 앨리스의 성장과정을 통해 이런 가족관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엄마와 나 사이를 죄책감과 분노가 사라진 관계로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알 수 없었다. 결혼생활을 깬 엄마의 결정을 충분히 이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결혼생활을 깬 엄마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한편으로는 아빠의 외도를 비난할 수도 없었다. 다만 엄마와 아빠가 한시도 즐겁게 않은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결정에 안도감이 느꼈다. 당분간은 아빠와 엄마와 거리를 둬야지 - 중략 - 과연 분노와 원한, 불만과 슬픔의 창고가 아닌 가족이 있을까? 가족 간의 화목이 중요하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그토록 자주 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은 기본적으로 어둠이다. 가끔 빛나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2권 P 110)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가족소설이나 성장소설은 아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대립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앨리스의 가족의 갈등 역시 이런 사회적 갈등, 세대적 갈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앨리스는 고등학교 시절 와스프(Wasp)로 불리는 백인 우월주의와 배타주의 문화 속에서 성장한다. 유대인, 흑인, 유색인종, 동성연애자에 대한 혐오와 따돌림이 강한 문화 속에서 자란다. 또한 정치적인 갈등 속에 좌파나 공산주의자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런 기존 문화에 대해 68운동의 영향으로 반전 문화와 히피 문화가 확산되고 있었다. 앨리스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이런 백인 우월주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칼리를 비롯한 학대 받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사랑을 하고 우정을 쌓지만 결국 모두 상처로 끝나게 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식민지 시대와 남북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성공주의 문화와 이로 인해 병들고 상처 입은 가정과 개인의 문제를 들춰낸다.

 

"행콕 교수는 20분 동안 청교도 신권정치에서 비롯된 배타적 보복이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딜레마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식민지 시대에는 신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할 경우 구제불능 인간으로 낙인찍혔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고 여기는 카톨릭교도 아빠가 떠올랐다. 작은 오빠 아담도 떠올랐다. 작은 오빠는 인생의 높은 기준에 다다를 수 없다는 패배의식에 빠져 살아가고 있었다. 큰오빠 피터는 실패를 자인한 적은 없지만 끝없이 자신을 책망하며 좌절해왔다. 엄마 역시 자신의 실패를 자식들에게 투사하는 미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1권 P 137)

 

이외에도 소설은 70-80년대 세계 중요 사건인 베트남전쟁, 칠레의 아옌데 정권과 피노체트 정권의 쿠데타와 독재정치, 아일랜드의 혼란 상황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앨리스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이런 사건들과 연관이 되어 있다.

 

미국 사회의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어쩌면 우리 사회와는 전혀 다른 공간과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소설을 읽는 내내 미국 사회와 가족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좌절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음에 깜짝 놀랐다. 우리 역시 좌우익의 극단적인 대립을 경험하고 있고, 보수 문화와 진보문화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족 안에서 역시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저자는 이런 사회와 가족 문화에서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앨리스는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가족 속에서 살았고, 그래서 그 가족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은 가족 품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이 세상에서 상처받은 또 하나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가족과 시대의 모습, 동시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가족과 시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아주 멋진 소설이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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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이 작가의 책은 조금은 극과 극이더라구요. 템테이션은 재미나게 읽었는데 행복의 추구는 도 좀 지루했고. 이 책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2019.07.03 12:4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개인적으로는 가족소설이나 성장소설, 시대소설 같은 장르를 좋아해 재미있게 읽었어요. 인물들이나 사건들 묘사도 흥미가 있었구요. 저자가 너무 한쪽관점에서만 미국역사를 바라 본 시각은 좀 아쉬웠지만 소설이니 충분히 감안해서 읽었구요. 시간에 쫒겨 빨리 읽었는데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예요^^

      2019.07.03 14:29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