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테오 쿨투라(Theo-Cultura)

[도서] 테오 쿨투라(Theo-Cultura)

최병학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문화라는 것은 한 사회를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틀이다. 그런데 그 문화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문화에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잘못된 부분도 이것이 문화라고 주장하면 그것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의 분위기이다. 분명히 우리 눈에는 비이성적이고 비도덕적인 것도 일단 '문화'나 '흐름'이라고 명명하면 더 이상 그것을 판단하기가 힘들다. 그것을 판단하는 순간, 그 사람은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나 '도덕군자'로 매도된다. 그러기에 문화를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문화의 더 무서운 부분은 그것이 종교나 사상까지 변질시킨다는 것이다. 어떤 종교나 사상도 문화 속에 들어가면, 그 가치관 속에 동화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문화를 비판한다는 것은 무척 예민하고 신중한 일이다. 마치 아차 실수하면 생명줄을 끊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수술이나 전선 하나 잘못 건드리면 기계 전체가 폭파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테오-쿨투라]라는 이 책을 읽으며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서도 리뷰를 쓰기가 무척 망설여진다. 이 책을 읽고 어디까지 문화를 비판하고, 또 이 책에서도 한 쪽으로만 치우친 종교적인 관점을 어디까지 비판해야 할지 무척 난감하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글을 써간다.

 

[테오-쿨투라]는 신이나 신학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테오'와 문화를 의미하는 '쿨투라'가 합성된 의미이다. 기독교적 신학의 의미로 사회 문화를 바라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테오-아르스]나 [테오-시네마]와 같이 신학적인 관점에서 예술이나 영화를 바라보는 책들을 출간했었다. 이 책 역시 기독교 신학의 관점에서 현대의 문화를 진단하고 있다. 물론 그 관점이 기독교 신학에서도 진보적인 관점에 속한다. 그래서 주로 이 사회의 양극화의 문제는 약자에 대한 차별이나 학대 등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저자는 이 책 초반에서 기독교는 곡선의 종교라고 말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는 직선의 세계라고 말한다. 효율성과 속도를 중요시하는 문화이다. 그런 문화가 기독교 내에까지 침투해서 기독교를 변질시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아날로그의 여유로운 곡선'을 디지털의 빠른 직선'으로 만든 것이다. 디지털의 직선은 자동화와 가속화를 상징한다. 모든 '실재적인 것'은 4차원을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화를 통해 차츰 4차원에서 움직이는 입체는 조각품의 세계(시간 없는 입체)-그림의 세계(깊이 없는 평면)-텍스트의 세계(평면 없는 선)-컴퓨터화된 세계(선 없는 점들)로 요약되는 자동화와 가속화, 그리고 디지털화의 추상 게임을 시작한다. 이렇게 파시스트적인 속도로 변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양적 성장은 당연하고, 더 많은 양을 획득하려면 더 빨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속도를 내야 한다. 이처럼 속도와 양적 성장과 목표 지향적인 직성의 가치관이 오늘 화살처럼, 창처럼 사회와 세상과 교회와 교인들, 특히 목회자들에게 몰아치고 있다. (P 13)

 

이런 디지털의 빠른 직선들이 온갖 문화에 침투해서, 사람들을 획일적으로 만들고, 차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직선적인 사고관은 단순히 디지털 문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내일을 향해 달리는 인간의 본성이 이런 획일적이고 별적인 문화를 만드는 근간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의 진화심리학적인 책들이 최근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나 역시 몇 권 읽게 되었다)

 

"인간 지화와 불행의 출발점은 '내일 보자!'이다."라고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밀로는 말한다. 그는 여느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특징을 찾다가, 호모 사피엔스가 어느 날 문득 '내일'이라는 개념을 떠올린 것을 주목한다. 그리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오늘만 사는 동물'의 낙원에서 추방 당했으며, 돌연 아프리카를 떠나게 되었다. -중략- 그러나 인류는 내일이라는 상상을 발명한 이후 삶에서 항상 불확실한 미래를 염두에 두느라 만성적인 불안과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와 계획'이라는 개념을 다시 떠올렸다. 상상된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축적'과 '잉여'가 탄생했고, 이윽고 호모 사피엔스는 '과잉'의 소용돌이라는 현세의 지옥에 빠지게 되었다. (P 73-75)

 

저자는 이런 시각으로 현대의 차별적인 문화, 특히 한국 사회의 차별적인 문화를 비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가 직접 대면하는 매우 실제적인 것들이며 동시에 예민한 문제들이다. 양극화 문제, 비정규직 문제, 미투 문제, 최저임금이나 소득주도성장 분제, 테러 문제 등 하나같이 폭탄을 해체하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문제들을 저자만의 예리한 시각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이다. 저자는 기독교와 그리스도는 타인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섬기고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부분은 4세기의 수도사인 텔레마쿠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생 세상을 등지고 수도만을 했던 텔레마쿠스는 늙어서 죽기 전에 세상을 보기 위해 당시 세상의 문화의 중심인 로마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개선장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검투 경기가 열리는 것을 관람했다. 텔레마쿠스는 이 장면을 보고 자신이 죽기 전에 세상에 나오게 한 신의 뜻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죽음을 무릅쓰고 이 싸움을 말렸다. 그 결과 그는 죽임을 당했지만, 죽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싸움을 멈춰라!"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이 책에 이야기하는 저자의 요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결국 종교란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세상으로 나와 세상의 잘못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 것은 저자의 방대하고 깊이 있는 사상이다. 단순히 종교적 시각으로만 문화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과학, 소설, 영화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문화와 종교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각이 흔히 어떤 책들에서 보이는 시각이 아닌, 저자만의 독특하고 예리한 시각인 것들이 많다. 그러기에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많은 독서와 사색을 했는지가 느껴진다. 물론 이런 철학 사상, 특히 발터 베냐민이나 데리다, 들뢰즈, 지젝과 같은 현대철학자를 인용하는 부분에서는 난해한 부분이 많아 인문학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영화적인 부분은 우리가 흔히 보는 대중적인 영화들을 통해 현대 문화를 진단하기에 많은 부분 공감이 간다. [위대한 개츠비]나 [블레이드 러너], [루시] 같은 이제는 거의 고전급으로 취급받는 명화부터, [말모이]나 [남한산성], [군함도] 같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국 영화들도 소개한다.

 

이 책은 많은 사회적인 갈등과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그런 갈등과 문제들 속에서 약자들을 품는 것이 바로 기독교 정신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관점에 매우 공감을 한다. 그러나 또한 한편으로 고민이 되는 부분은 우리가 약자나 많은 사람을 품으면서 또한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나 국가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교는 약자를 품어야 하지만, 또한 약자의 반대편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 안에서는 약자와 강자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가치관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종교가 사회 문제나 정치 문제에 접근을 할 때나 무척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자칫하면 종교가 사회적 갈등의 한 도구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하고, 또 많은 부분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난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회. 너무 세상을 ㅗ이면할 수도 그렇다고 세속적으로 살 수도 없는 것이 참으로 딜레마이긴 하죠.

    2019.09.25 22:20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