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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도서] 피츠제럴드

최민석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와 장소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몰입감 있게 그 시대의 상황과 분위기를 독자를 끌고 가는 소설을 우리는 뛰어난 작품으로 여긴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1920년대의 미국 상황을 가장 잘 재현한 소설이라면 단연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이야기할 것이다. 비록 이 소설을 안 읽어본 사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동명 영화를 통해 이 소설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는 알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은 미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1920년대의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작가 피츠제럴드는 바로 그 재즈 시대를 영욕을 함께 했던 작가일 것이다.

 

 

작가나 예술가, 철학가들의 작품과 삶의 여정을 따라가는 시리즈인 클래식 클라우드의 12번째 작품은 바로 '피츠제럴드'이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장편소설과 단편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러기에 피츠제럴드의 이름을 떠올리면 단상에서 흑인들의 재즈 연주와 함께 화려한 파티 문화를 열고 있는 1920년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피츠제럴드의 생이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위대한 개츠비]에서 짐작을 했지만, 그는 철저한 계급적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 '지네브라 킹'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었던 피츠제럴드는 시카고 금융부호의 딸인 지네브라 킹이라는 여인과 사랑을 했지만 결국 계급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 상처로 더욱더 상류계층으로의 도약을 위해 몸부림치고 소설을 쓰고, 소설가로 성공한 후 지네브라킹을 닮아지만 그녀보다 더 어리고 상류층 계층이 젤다라는 여성과 결혼한다. 결혼 후에도 상류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파티와 술, 그리고 호텔 생활에 빠져 산다. 그리고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런 몸부림에서 탄생한다.

 

그러기에 그는 계급의 사다리에서 한 칸 더 올라서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했고, 닥치는 대로 단편소설을 써야 했다. 상류층 사교계에 발을 디딘 후에는 한평생 부를 과시하는 생활을 했다.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고, 대저택에 거주하고, 상류층 파티에 고급 옷을 입고 참석해 주인공을 자처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물론, [분별 있는 일], [리츠호텔만한 다이아몬드] 등 막대한 부와 성공을 소재로 한 거의 모든 작품이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작품들에는 그의 열망과 상처, 상처를 극복한 방식, 계급에 대한 투쟁이 담겨 있다. 이 작품들은 그의 이야기고, 이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그 자신이다. 그중 개츠비는 피츠제럴드와 너무 닮았다. 한평생 원하는 것을 얻고자 불나방처럼 날아들었지만, 결국 마지막 날갯짓은 불꽃 속에서 해야 했다. (P 40)

 

 

이 책은 이런 피츠제럴드의 생과 삶의 장소인 미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여행하며 쓰인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최민석 작가는 피츠제럴드가 말년에 초라하게 생애를 마감하는 할리우드의 무쏘앤드프랭크그릴이라는 식당으로부터 시작되어, 역순으로 그가 가장 화려한 삶을 살았던 뉴욕의 삶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좋아해서 항상 책이 출간되면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작가와의 대담을 듣는다. 이 대담에서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츠제럴드에 대한 이야기가 초라하게 끝마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이런 구성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무척 공감이 간다. 그래서인지 그의 몰락했던 생에서부터 시작해서 그의 화려한 전성기로 끝맺는 책을 읽어가는 과정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책의 초반부는 피츠제럴드의 LA 생활에서 시작한다. 그는 연이은 작품의 실패(그중에는 지금은 우리가 위대한 작품을 여기는 [위대한 개츠비]도 포함되어 있음)와 향락의 생활에 의한 빛 더미, 그리고 아내 젤다의 조현병 증상과 본인의 건강 악화로 인해 LA의 말리부로 이주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하며 '무쏘앤드프랭크그릴'이라는 식당에서 마지막 재기를 위한 작품을 쓴다. 그러나 결국 빛을 바라지 못하고 44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을 했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죽음이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면서 피츠제럴드의 몰락에서부터 시작해 화려한 성공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볼티모어이다. 이미 작가로서의 몰락이 시작되고, 아내의 조현병까지 겹치자 피츠제럴드는 이곳에서 아내의 치료를 하면서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자신도 알코올중독이 심해졌다.

 

1935년 10월, 피츠제럴드는 딸과 함께 존스홉킨스대 맞은편인 케임브리지 암스 아파트로 이사했다. 재정 문제가 날로 악화되었고, 아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중략- 작품, 경제적 상황, 아내의 건강...... 어디에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자, 그의 알코올 의존도 역시 날로 높아져갔다. 평생 동안 상당한 음주가였으면서, 그중 대부분의 시간을 알코올 중독자로 보낸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당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급기야는 술이 당신을 마신다." 술이 피츠제럴드를 마신 시기가 있다면, 바로 이때부터였다. (P 97-8)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면 당연히 피츠제럴드가 최고의 성공을 이룬 뉴욕에서의 삶이었을 것이다. 당시 미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세계의 부가 미국에 집중되는 역사상 최고의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금주령과 같은 청교도적 법으로 인해 외적으로는 술 등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부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특정한 장소에서 파티와 술 문화를 즐겼다. 이런 파티에는 당시에 유명한 흑인 뮤지션들을 불러 재즈 음악의 연주가 빠지지 않았다. 바로 1920년대 미국 재즈 문화의 단편상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이런 화려한 파티 문화가 자주 언급된다.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시대가 바로 이런 시대였고, 그는 이런 시대에 성공을 거머쥐고 그 화려한 문화의 한 가운데에서 주인공 행세를 하며 살았다.

 

어쨌든 이 시기의 피츠제럴드는 누구도 세울 수 없는 증기 기관차 같았다. 성공이라는 경적을 요란스럽게 울리며 달리는 기관차,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가 아는 피츠제럴드의 방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고급 호텔인 빌트모어에서 결혼을 축하한답시고 아내와 회전문 안에서 30분 넘게 뺑뺑 돌리기도 하고, 스위트룸에서 웨딩 축하 파티를 소란스럽게 즐기다 손님들의 원성을 사 쫓겨나기도 한다. 그즈음 아내 젤다 역시 이미 '와이들 차일드'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성을 얻은 뒤였다. 유니언스퀘어 분수대 안에 옷을 입고 들어가 놀았기 때문이다. 좋은 시선이든, 나쁜 시선이든 어찌 됐든 이제 이 부부는 재즈 시대 사교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됐다. (P 223)

 

작가나 예술가는 무언가 그 안에 꿈틀거리는 욕망이나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욕망과 열정이 작품으로 승화될 때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피츠제럴드에게 그 욕망과 열정은 바로 계급적인 열등감과 계급적 상상을 향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 그를 몰락시키고 초라하다 못해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한 것도 바로 그 안에 존재했던 그 욕망과 열정이었을 것이다. 성공해도 성공해도, 올라가도 올라가도 공허한 그 안의 무언가가 그를 그렇게 추락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위대한 개츠비]를 읽기 시작했다. 마침 여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후여서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1920년대의 화려한 재즈 시대의 욕망의 화신인 개츠비를 다시금 만나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다면 그 속에 담겨있는 피츠제럴드의 욕망과 열정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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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난

    작가에 대해서 알고 나면 그가 쓴 책이 또 다르게 보이는 법이죠. 이 책을 읽고 나서 게츠비를 다시 읽으시면 또 다르게 느껴지겠어요.

    2019.09.28 16: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네... 이 책을 읽고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쓸쓸했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져 한참을 멍했었네요... 역시 소설은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삶을 담는가 봐요^^

      2019.10.26 12:12
  • 연꽃폴라리스

    와우 깔끔한 리뷰 잘 봤습니다. 저도 읽은 책인데 이렇게 리뷰로 다시 만나니 좋네요 ^^

    2019.10.25 12:3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네.. 저도 이 책을 통해서 피츠제럴드라는 인물을 새롭게 알았았네요^^

      2019.10.26 12:13
  • 파워블로그 책찾사

    피츠제럴드의 생애에 대한 알찬 내용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리뷰이네요.
    우수 리뷰어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2019.10.25 16:4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감사합니다^^ 저도 이 책을 보니 마치 피트제럴드가 잘 아는 친구처럼 그의 인생이 보이네요^^

      2019.10.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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