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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의 역사

[도서] 고고학의 역사

브라이언 페이건 저/성춘택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한 남자가 평범하게 언덕 위의 산을 파고 있다. 산을 파다 보니 무언가 사람 크기만 한 벽돌이 나온다. 그리고 그 벽돌을 따라 계속 땅을 파니 계속해서 연결된 벽들이 땅속 깊숙이 묻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한참을 땅을 파니 거대한 성이 나온다. 그리고 그 성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보석들과 보화들이 넘쳐 난다. 가끔 내 꿈에 나오는 이미지이다. 이런 꿈을 꾸게 된 것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렸을 때 한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부터이다. 오래전 하인리히 슐리만이라는 독일 사람이 터키의 한 언덕에서 발굴을 시작해서 거대한 트로이 문명을 발견하고, 온갖 유물들을 채취했다는 기사이다. 땅을 파서 거대한 성과 그 안의 보물들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는 일이었고, 그래서인지 그런 이미지가 자주 꿈에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순간의 성취욕을 얻기 위해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오디션 선발이나,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평생을 몸부림치는 것, 심지어 로또복권을 사고 사행성 도박을 하는 것까지, 모두들 그것이 주는 순간적인 성취욕에 의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고고학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런 순간적인 성취욕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체계적인 학문이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대의 성이나 유물을 발견하는 순간적인 성취욕을 얻기 위해 평생을 받쳐서 그것들을 찾아 헤매었을 것이다. 이런 고고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 미국의 고고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이 쓴 [고고학의 역사]라는 책이다.

 

 

이 책은 고고학에 대한 체계적인 인문서라기보다는 고고학이 어떻게 시작했고 발전했는지를 개별의 사례들을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심지어는 읽으면서 어디든지 땅을 파러 가고 싶은 욕구까지 불러일으킨다.

 

이 책의 초반부의 고고학의 시작은 거의 유물에 대한 약탈 수준이다. 서양에서 고고학이 가장 먼저 발달한 것은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원정하면서부터이다. 그때부터 유럽에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그 안의 유물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수많은 탐험가들이 이집트로 몰려온다. 말이 탐험가이지, 그중에 보물들을 노리는 도굴꾼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창기 유물 발굴은 마구잡이식의 도굴에 가깝기도 할 것이다. 이집트인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자신들의 유물을 파내어간 슬픈 역사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지오반니 반티스타 벨조니'라는 사람이다. 벨조니는 이탈리아의 2미터 장신의 차력사였는데, 또한 여행가이기도 했다. 그는 아내와 이집트로 들어가서 나폴레옹이 발굴하다가 포기한 람세스 2세의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수많은 유물들을 유럽으로 가져와 전시를 했다. 저자는 벨조니에 대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내어 놓는다. 아마 이것이 초창기 유물 탐사꾼들에 대한 평가이기도 할 것이다.

 

"지오반니 벨조니는 허풍쟁이였고 결국 쇼맨이자 고분 도굴꾼이었다. 그를 무자비한 보물 사냥꾼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벨조니는 분명 전리품과 명성, 부를 찾아 떠났다. 그렇다면 벨조니는 고고학자였을까? 본능적으로 발견하는 재능을 가진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이라면 고고학자로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에는 상형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어떻게 발굴하는지, 과거를 어떻게 기록하는지 알지 못했다. 당시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벨조니의 성공 여부는 발견물의 가치로 매겨졌다. 그럼에도 이 대담한 이탈리아인이 이집트학의 토대를 놓는데 거칠지만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도 하겠다." (P 31)

 

유럽의 이집트에 대한 관심은 동양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주로 지금의 터키와 이란 지역으로 연결되어 있는 고대 바빌론과 아시리아 문명이다. 한글 성경에 니느웨라고 나왔으닜는 니네베라는 고대 아시리아(성경의 앗수르)의 수도가 그 처음 목표였다. 유럽인들의 성경의 도시들에 관심을 가졌고, 그중 니네베가 가장 관심의 대상이었다. 결국 이집트 외교관이었던 프랑스인 보타가 정부의 후원을 받아 니네베가 있던 지역으로 추정되는 곳의 땅을 파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그곳에서 거대한 성과 유물들을 발견한다. 그 후 영국인인 레이어드라는 사람도 그 지역의 발굴을 뛰어들어 비슷한 시기의 보물을 발견한다. 이들은 대부분 마구 자비식 발굴을 해서 그 결과 많은 보물들이 유실되기도 했다.

 

"레이어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흥미로운 발견과 보물을 찾으려고 무자비하게 서둘러 유적을 판 사람이었다. 유럽의 조력자 한두 사람, 그리고 지역의 일꾼 수백 명을 동원해 도시 전체를 팠다. 궁극적으로 레이어드가 신경 쓴 것이라곤 자신의 명성과 영국박물관에 전시할 깜짝 놀랄 만한 아시리아 유물이었다." (P 49)

 

내가 관심을 가졌던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의 문명 발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예전에는 슐리만을 대단한 탐험가로 여겼는데, 이 책에서는 그의 탐험의 진실성에 많은 의심을 가지게 한다. 과연 그가 정말 트로이와 그의 보물들을 발견했을까에 대해. 또 그가 단순히 트로이만 발견한 거시 아니라, 일리아드-오디세이의 나오는 여러 곳을 발굴했고, 그중 하나가 미케네 문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이집트나 근동 아시아의 문명뿐만 아니라, 아메리카의 인디어 문명, 마야 문명, 그리고 중국 문명 등에 대한 발굴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한다. 그중에 단연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중국의 진시황의 무덤일 것이다. 지금도 여러 방송에서 소개되고 있는 진시황의 무덤과 그 무덤 안의 병마용 장식들은 그 크기와 숫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발굴 과정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고고학의 딜레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시황릉 발굴 여부를 두고 큰 논란이 있다. 고고학자들은 현재 가지고 있는 방법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 발굴 과정에서 채색된 테라코타 병마용이 훼손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굴을 막기 위해 즉각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시황릉을 보러 오는 엄청난 관광객과 경제 효과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세계 각지의 고고학자들도 시황릉 발굴이, 역사상은 아닐지라도, 이번 세기의 가장 중요한 조사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특별한 조사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지식이 충분히 갖추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인데, 이는 옳은 결정이다." (P 307)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유물 탐사꾼으로 알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구잡이식의 도굴꾼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발굴로 인해 많은 문명과 유적들이 발견되었지만, 만약 그들이 발굴하지 않았다면 후대 사람들이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발굴을 해서 지금 우리에게 더 잘 보존된 수많은 유적들을 보여 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대 문명에 대한 더 체계적인 지식도 전달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땅속에는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많은 고대 문명들의 유적들이 감추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 어떤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질까. 생각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다만 새로운 발견에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발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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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책찾사

    책을 읽다보면 평소 알고 있던 발굴 사례가 나오면 반갑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생소한 부분이 더 많았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고고학을 학문으로 보다 차분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

    2019.11.01 13:5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가을남자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네요^^

      2019.11.23 21:27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