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는 나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위대한 인물들의 전기를 많이 읽었다.
그 중 당연코 마음을 사로잡았던 인물은 라폴레옹이었다.
삼각모를 쓰고 백마를 타고 알프스산을 오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던 책의 이미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이다.
코르시카라는 시골 출신으로서 불굴의 의지로 프랑스의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어린 시절 내가 닮고 싶어하는 인물이었다.
또한 당시 성장시대의 배경에서 나폴레옹과 같이 카리스마를 가진 입지전적인 인물은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 아이들에게는 이상적인 롤모델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횡포를 경험하면서 나폴레옹과 같은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폴레옹의 카리스마적인 이미지는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카리스마적이고 신비적인 이미지의 나폴레옹이 아니라 인간 나폴레옹을 알게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나폴레옹의 성공과 통치기술을 리더십 측면에서 분석하면서도, 단지 그것을 이상적인이고 본받아야 할 부분으로만 보지 않는다.
저자는 나폴레옹의 성장과정과그의 리더십 뒤에 감추어져 있던 내면의 어두운 그늘들을 들춰내면서 인간적인 나폴레옹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보게 해 준다.
이 책은 나폴레옹의 리더십을 성장과정과 권력을 잡는 과정을 따라가며 8개의 분야로 나눈다.
그것은 후견, 실력, 카리스마, 쿠테타, 모략, 공포정치, 선거, 상속이다.
1. '후견'에서는 코르시카 출신의 나폴레옹이 프랑스 장교가 되는 과정을 다룬다.
나폴레옹의 가문은 코르시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귀족가문이었지만 아버지 칼를로 보나파르트의 실질적인 선택으로 친프랑스파로 돌아서고 코르시카 총독으로 부임한 프랑스 귀족 마흐뵈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마흐뵈프의 후원으로 나폴레옹 프랑스 왕립군사학교에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저자는 결국 개인의 성장의 일정한 부분에서는 권력과 부가 있는 후견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반대로 내가 타인의 후견인이 되는 과정을 통해 지지기반을 넓히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은 권력을 잡았을 때 후견의 이점을 자신의 가족과 형제들에게 국한시킵으로서 넓은 권력기반을 형성하는데 실패한다.
저자는 이런 그의 판단이 프랑스에서의 좁은 권력기반을 보완하려는 의도보다는 가족을 돌보는 코르시카의 전통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의 이런 후견제도로 인해 그는 취약한 권력 기반을 가지게 된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나폴레옹은 가족들에게 너무 많은 후견을 허비했다. 가족들의 충성을 얻기 위해 호의를 베풀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게 했다는 점은 그가 후견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이해하기보다 여전히 씨족 기반의 의무감이 지배적인 문화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후견 활동의 가치를 보다 영리하게 인지했더라면 그는 좀 더 믿을 만하고 유능한 자들이 충성하고 협조하도록 만들 수 있엇을 것이다. (p66)
2. '실력'부분에서는 나폴레옹이 포병장교로서 명성을 얻는 과정을 다룬다.
나폴레옹이 포병장교로 활동했을 때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곳곳에서 왕당파의 반란이 계속되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장교로서 처음 명성을 얻은 것은 왕당파가 영국의 도움을 받아 톨롱이란 지역에서 반란을 일으켰을 때이다.
그는 무능한 지휘관과 빈약한 자원으로 영국군과 반란군을 효과적으로 막아냄으로 포병장교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저자는 나폴레옹의 성공이 앙시랭 레짐이라고 불리는 당시의 프랑스 혁명 이후의 시대적인 배경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이제는 출신이나 가문보다는 개인의 실력을 인정하는 시대였다.
이것은 현대에도 개인의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전문성을 갖추고 실력으로 권력을 얻은 리더에게는 많은 이점이 따른다. 이러한 이점으로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자신의 전문적인 여량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잘 알려진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무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점은 매우 유용하다.(p90)
3. '카리스마'에서는 나폴레옹이 전투에서 어떻게 군사들을 이끌었는지를 다룬다.
나롤레옹은 전장에서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고 앞에서 돌진하는 리더쉽으로 부하들을 이끌었고, 이로 인해 그는 어느 전장에서나 등장만으로 군사들의 사기를 올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의 한계도 지적한다.
카리스마 리더십은 리더가 모든 것을 챙기기에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카리스마 리더십을 많이 경험했기에 위와 같은 단점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리더가 앞에서 지휘하는 이점은 통제력과 영향력이 커지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으며,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면 다른 이에게 위임하기를 거리끼고 다른 이들이 책임과 재능을 개발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항상 필욯나 순간에 있고 그의 영향력이 모든 사람들의 영향력을 가린다면, 그 리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진취적인 생각을 단념해 버리거나 모든 일을 리더에게 맡겨버리게 된다. 곧 나폴레옹은 왜 결국 자신이 모든 일을 직접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었다.(p112)
4. '쿠테타'에서는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나폴레옹은 혁명 이후 혼란시대에 군사력을 동원해 의원들을 억압해 자신과 다른 두명을 통령으로 인정하게 했다.
나폴레옹은 후에 자신이 유일한 통령이 되고, 그 후에는 황제가 된다.
저자는 어느 시대이고 정부와 국가가 혼란하면 군부가 세력을 잡게 되고, 민중들을 그것을 용인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군부 독제로 가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5. '모략'에서는 나폴레옹이 종교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카톨릭의 성당들의 재산이 몰수되고, 사제들을 쫓겨났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들은 카톨릭의 종교를 가지고 있고, 카톨릭적 예배를 드리기를 원했다.
나폴레옹은 그런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시금 교회와 사제들을 세운다.
단 그 영향력을 교황에게서 자기에게로 돌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교황과 밀약을 맺고, 후에 자신의 대관식에 교황을 초대하기까지 한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조작'이라고 말하고, 권력과 정치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한다.
6. '공포정치' 부분에서는 권력은 잡은 나폴레옹이 반대파를 어떻게 숙청하는지를 다룬다.
나폴레옹은 공포정치는 그가 유일한 통치자가 된 후 왕당파의 암살에 노출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자신의 암살 사건의 배후로 부르봉왕가의 앙투앙 공작을 처형시킨 사건은 그가 독재로 돌아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 그는 반대파들을 숙청했고, 점점 독재자의 성향을 보였다.
저자는 이런 나폴레옹의 공포정치가 그의 미약한 권력 기반에 있었다고 본다.
19세기 초까지 프랑스에서 군사력과 민력을 거의 절대적으로 통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은 불안감을 느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세력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불안감을 느낄수록 지정된 후계자 없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걱정과 불안은 더 커져갔다. (p181)
7. '선거'부분에서는 나폴레옹이 선거를 통해 황제로 선출되는 과정을 다룬다.
통령이 된 나폴레옹은 선거를 통해 황제가 되려 했다.
이 과정에서 군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선전하기 위해 선거를 조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프랑스 민중이 그토록 몰아내려고 했던 황제가 되었다.
그 후 그는 반대의견조차 묵살하는 절대권력을 지향하게 된다.
나폴레옹은 사적인 논의에서는 반대 의견을 용인했지만 공개적인 반대에는 병적으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제도가 확립된 국가에서 벌이는 자유토론과 여전히 불안정한 국가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불확실하고 혼란한 프랑스의 상황과 자신이 정복한 프랑스 영토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그는 다음과 같이 시인하며 진짜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는 반대 의견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장점이 뭐든 간에 반대 의견은 사람들 앞에서 내 권한을 약화시키고 위신을 떠러뜨릴 뿐이다.(p198)
8. '상속'부분에서는 황제가 된 나폴레옹이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 아들인 '로마왕'에게 물려 주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다룬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전투 후 몰락하는 과정 가운데서도 어떻게서든지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 주려는 과정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결국 인간이란 권력을 얻고, 그 권력을 유지하고, 그리고 그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쇠퇴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폴레옹이란 사람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발버둥쳤던 한 인간과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되었다.
청년시절에 야망과 도전 정신으로 권력을 잡은 사람이 일단 권력을 잡게 되면,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서는 그 권력을 가족들에게 물려 주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를 보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권력이라는 것은 사람은 타락시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폴레옹이라는 위대한 인물 역시 그 권력에서 서서히 병들어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리더십이라는 것이 어떻게 권력 속에서도 무뎌지지 않고 예리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권력 속에서도 무뎌지지 않은 리더쉽만이 본인과 타인을 불행하지 않게 하는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