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아카넷 출판사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차인석 교수의 [근대성과 자아의식]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1990년대에 근대성에 관해서 발표한 6편의 글을 묶어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의 글들의 논지의 핵심은 우리 서양사회의 경제적인 성장 모델을 따라가고 있지만, 근대성의 부분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낯선 학자와 그의 저서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현대 중국인 사상가인 이택후의 [중국현대사상사의 굴절]이라는 책이다.(지식산업사) 중국식 이름으로는 '리쩌허후'라고 불리는 이택후는 우리나라에 중국 미학을 소개하는 [미의 역정]이라는 책으로 그나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현대사상을 관통하는 철학자이다. 그는 [중국현대사상사의 굴절]이란 책에서 중국에서 단 시간 내에 사회주의가 급격히 지도층과 서민층의 지배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어떤 나라도 사회주의가 이처럼 순식간에 넓은 지역을 점령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를 통하여 사실은 중국 사회주의는 유교의 또 다른 변형이라는 것을 밝혀 낸다. 몇 천년 동안 뿌리 깊게 중국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유교가 사회주의라는 탈을 쓰고 새롭게 부활한 것이다. 그 증거로 유교의 무신론이나 음양의 대립 등이, 사회주의의 유물론이나 변증법과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차인석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는 맥락도 중국 학자 이택후와 비슷하다. 한국에는 오랫동안 기복사상(祈福思想)이라는 것이 뿌리 깊게 내려져 있었다. 그리고 비록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근대화되었지만 국민들의 마음 저변에는 이 전근대적인 기복사상이 뿌리 깊게 내려져 있다. 이것이 근대적인 합리성과 시민들의 자아의식 성장을 방해하고 오직 부에 대한 집착과 감각적인 쾌락만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절망적이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서 기대될 수 있는 자아의식은 성숙되지 않았고, 오히려 쾌락주의에 젖은 이기심이 경제행위의 동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쾌락 추구의 자기중심주의는 다름이 아니라 수천 년 묵은 기복제화(祈福除禍)의 무속신앙으로 더욱더 증가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의 자본주의 경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아니라 무속신앙이 이념적 동인이 되어 움직여왔다. 이 기복제화 의식은 모든 종교에 스며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와 불교 그리고 유교 등은 이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토착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스러운 것에 대한 귀의라기보다는 물신 숭배가 신앙의 양식이 되어버렸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의 소비 지향성과 강력한 친화성을 갖게 되었으며, 이 나라를 상품 사회로 만드는 데 그다지 아려움이 없었다. P 42-3
결국 이런 부에 대한 탐욕과 쾌락적인 자본주의가 권력과 만나 우리 사회의 온갖 부패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단 부를 이루면 그것이 최고이고, 그 부를 이루려는 목적은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서이고, 그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에게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되는 것이 바로 기복사상의 본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