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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하트의 [근대철학사]는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되는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의 양 방향을 탐구하고, 이 두 갈래의 근대철학이 어떻게 칸트에서 독일 관념론으로 통합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근대철학은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다. 근대철학은 데카르트의 철학적 탐구 방법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수학적이고 이성을 이용한 합리적 방법이 근대철학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

데카르트는 그의 철학에서 '확실성'을 추구하려 하였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중 의심 가능한 지식은 실제 지식이 아니며, 당시에 통용되고 있는 과학과 철학은 "결코 확고하지 못한" 토대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중세의 모든 학문적 기초를 부정하고 새로운 학문적 토대를 성립하려는 시도로 발전했다. 저자는 이런 확실성 추구가 이성과 오성의 한계를 인정하는 칸트의 철학과는 모순되는 것이지만, 데카르트의 확실성 추구는 이성의 목표를 한계를 아래에 머무르지 말 것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해석한다. 데카르트는 "너무 멀어서 도달할 수 없는 것도 없으며, 너무 숨겨져 있어서 발견할 수 없는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의심 가능한 모든 모호성을 제거하고 수학에서와 같은 확실성을 철학과 다른 학문에서도 찾으려 했다.

"만일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의심의 가능성이 있는 어떤 가정을 포함하거나 그런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것은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실제 지식이 아니다." (P23)

 저자는 데카르트가 이런 수학의 확실성을 철학에 접목시키려 시도한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프로그램적인 의미인데 철학과 과학에서도 수학에서와 같은 확실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만약 철학이나 과학 등에서 이런 확실성을 얻지 못한다면 극단적인 회의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데카르트의 이런 확실성 추구는 조금 억측적인 측면도 있지만, 나름 극단적인 회의주의에 벗어나게 해 준다.

두 번째는 방법적인 의미이다. 그는 [방법서설]이란 책에서 확실성을 추구해 가는 네 가지 준칙을 제시한다. 그 네 가지 준칙은 다음과 같다.

1. 나의 마음에 명석하고 판명하게 나타나서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이외에는 어느 것도 발아들이지 말 것
2. 내가 검토하는 난제 하나하나를 될 수 있는 대로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의 여러 부분으로 나눌 것
3. 조금씩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알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가장 복잡한 것의 인식까지 이르도록 나의 생각을 이끌어 갈 것
4.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확실할 수 있을 정도로 문제를 완전히 매게 하고 전체적으로 통괄할 것

데카르트는 이런 확실성 추구와 방법론으로 의심 가능한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방법서설]에서 그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이 의심 가능하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제시한다.

1. 감각이 가끔 우리를 속인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2. 당신의 감각이 당신을 속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할지라도 어떤 주어진 경우 꿈꾸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이런 전제 아래 그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어쩌면 거짓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주장을 가능케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속이는 전능한 악마를 등장시킨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든 것을 속이는 매트릭스 컴퓨터 같은 존재이다.

"신만큼 강하고 속이는 어떤 악마가 나를 속이는 데에 자신의 모든 힘을 동원했다는 일이 가능하다. 그 전능한 악마는 사실 참이 아닌 어떤 사물을 내가 명석하고 판명하게 지각하는 것으로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만일 내가 그러한 사물을 지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반대의 증거 없이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확실할 수 없다". (P28-9)

저자가 염려한 것처럼 자칫 절대적 회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전제 속에서 데카르트는 근대철학의 유명한 명제가 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도출해 낸다. 악마가 모든 것을 속이더라도 속임을 당하는 '나'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창조한 신이 존재한다. 신은 나에게 관념을 가지게 하고, 그 관념을 가지게 한 신은 선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신은 속이는 자일 수 없다는 과정을 도출해 낸다. 이외에도 신의 존재 증명이나, 영혼과 육체의 존재 등을 이런 과정으로 도출해 나간다.

저자는 데카르트가 도출해 낸 진리가 사실 중세 시대의 진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데카르트의 철학의 의의가 있는 것은 그가 진리를 도출해 내는 과정 때문이다.

"요컨대 모든 것을 의심하기로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한 데카르트는, 실제적으로 전통적으로 인정된 세계관의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지 그는 자신이 결국 이 세계관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세계관의 타당성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내가 처음 말한 바와 같이, 데카르트의 결론은 조금도 혁명적인 것이 아니다. 혁명적인 것은 전통적 가정이 합리적 분석의 테스트를 받아야 하며 완벽한 확실성을 충분히 지니지 못했다거나 또는 그것이 완전히 타당하다고 증명될 수 없음을 발견된다면 지식으로서의 지위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그의 요구였다." (P62)

 

 

 

근대철학사

R. 샤하트 저/정영기,최희봉 공역
서광사 | 199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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